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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문화와 게임

  • 경향게임스
  • 입력 2004.04.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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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여름 방학 시골에 내려가면 처음 보는데도 불구하고 반갑게 같이 놀아주던 동네형들, 그리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순박한 개들과 함께 아스팔트가 아닌 질퍽한 풀숲을 헤치며 잠자리며 물고기를 잡으며 놀던 때였다.

최소한 방학만큼은 자연이 나의 놀이터였으며, 한 여름 땡볕은 내가 방학동안 한 자는 더 클 수 있는 양분이 돼 주었던 것 같다.

문득 ‘놀이 문화’를 얘기하고 싶었을 때, 떠오른 것은 어린 시절의 ‘자연’이었다. 놀이와 자연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너무 많이 들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연결 같지만, 그래도 ‘자연’처럼 더 좋은 놀이 문화가 또 어디 있으랴.

자연과의 어울림은 지구가 망하기 최후까지 살아 남아 있을 놀이 문화중 한 가지가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한 적이 있다. 자연과 놀이의 연결만큼 무궁무진한 소재를 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현시대에 와서 ‘놀이’란 또 게임과 뗄 수 없는 말이 됐다. 현재의 놀이문화와 게임. 자연이 놀이와 뗄 수 없는 것처럼 게임에도 자연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국내 게임이 얼마만큼 자연스러운 놀이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지 되돌아보면 좀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개발을 위해 하루종일 실내에서 컴퓨터와 씨름해야 하는 수많은 개발자들. 즐거운 놀이문화를 창조하고 개발해야 하는 사람들이 정작 재미있는 일들을 마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을 하고 있는 나를 비롯해서 수많은 개발자들이 “제발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좀 나가 놀았으면”하는 바람이 그래서 절실하다.

필자가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초기, 정말 ‘잘 노는’ 선배가 하나 있었다. 어찌나 잘 놀았는지 그 선배에게는 노는 데에도 철학이 담겨 있었다. 늘 했던 말이 “야! 누구한테 즐거움을 주려면, 자기가 즐겁게 놀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특히 그런 점에서 게임 개발자는 정말 자∼알 놀아야 돼!”였다.

나름대로 그땐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나름의 게임관도 달라지기 시작했던 거 같다. 그런 시기 즘에 등장한 코나미사의 DDR(Dance Dance Revolution)은 정말 개인적으론 쇼킹 그 자체였다. 당시로는 ‘정말 놀 줄 아는, 그리고 노는 게 뭔 줄 아는 이가 만들 수 있었던 시대의 역작’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탄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국내 업체들은 불만이 많다. 플랫폼의 부재, 시장 상황의 악화 등등 이유로 말이다. 결코 크지 않은 시장에서 아등바등 하면서 파이를 나눠 먹고 있는 실정이다. 왜 게임이라는 놀이문화를 게임기라는 한정된 그 무엇에만 끼워 맞추려고만 하는가. 개발실 컴퓨터 안에서만 나오는 게 게임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인기가 시들긴 했지만, 그래도 최근 각광받는 레포츠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들 수 있겠다. 적합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이용해서 또 하나의 놀이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

일단 기본은 ‘얼음땡’ 형식의 게임이 된다. 참가자들은 특수 제작한 헬멧을 쓰고 있다. 헬멧에는 드래곤볼의 스카우터 같은 안경과 근거리 통신이 지원되는 헤드셋이 포함되어있으며 자신이 술래일 경우 그걸 표시해주는 램프가 달려있다.

지역을 넓게 쓰는걸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준점을 정하면 그 존을 넘어가는 자가 술래가 되며, 존을 넘어가는걸 방지하기 위해 스카우터 같은 안경에서 거리를 표시해 준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끼리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좀 만화 같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상상’ 그 자체에는 거침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당하긴 하지만, 놀이문화 창조에 대한 개인적인 예를 든 것뿐이다.

게임기에 돌아가는 게임 소프트웨어만을 만들어야 게임 개발사라는 인식은 이제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좀더 다채로운 놀이문화를 꿈꾸는 건 나의 이상향일 뿐일까.

장세용 네오넷 프로젝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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