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민아] 게임캐스터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4.07 16:4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계는 백퍼센트 ‘노 대본’. 오로지 한시간이면 한시간 두시간이면 두시간, 언제든 게임이 끝날 때까지 머리 속에 든 어휘들을 총망라해서 끄집어내는 ‘올 애드리브’다.

하지만 이 ‘애드리브’라는 것도 사실 수많은 자료가 바탕이 된 경험만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좀더 노련하고 세련된 진행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된다.

아마도 게임방송 매니아라면 중계에 일정한 형식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리고 그 형식이라는 것이 어떤 장르의 게임이냐에 따라서 약간씩 변형된다는 것도 말이다.

필자가 처음 게임방송에 입문했을 때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중계를 맡게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일 처음으로 맡은 중계가 ‘대물 낚시광’이라는 낚시중계였는데 필자 나름대로는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소리만 질러대던 기억이 난다. 게임중계를 함에 있어 분명 보는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무언가가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소리지른다고 다되는 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다른 중계방송들을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내가 모니터한 캐스터들의 말투가 튀어나오는 등 나만의 중계가 아닌 여러 캐스터 스타일을 총망라한 중계 종합선물세트가 되어버렸다. 나만의 색깔을 잃어 가는 듯해 필자로선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나만의 노하우가 곁들여지기 시작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게임캐스터가 되기 위해서 어떤 연습이 필요한지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하나의 게임중계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모니터링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다른 캐스터는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고 진행을 해나가는지를 파악하면서 내 스타일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그중 유용한 표현들은 따로 정리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보통 한시간인걸 감안하면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유용한 표현들을 찾는 것보다 미리 따로 정리해서 어떤 상황에 쓰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되면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다.

‘하나의 방송을 적어도 2번 이상 모니터한다!’ 처음 봤을 때와 두 번째 봤을 때, 표현의 느낌들이 상당히 다르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좀 더 세심하게 캐치할 수 있다. 모니터라는 건 그냥 시청자입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과 다르다. 긴장하고 온통 신경을 집중 해야지만 얻고자하는 것을 제대로 간파하게 된다.

‘녹화된 테입이 있다면 볼륨을 없애라!’ 열의가 있다면 아마도 방송을 녹화해서 몇 번씩 돌려보고 모니터링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볼륨을 아예 없애보자.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로 중계를 해보세요. 어떤 해설자의 목소리도 없이 단지 캐스터인 나, 한사람의 목소리로만 말이다. 그렇게 반복해서 연습하다보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명.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냥 모니터링 할 때는 ‘저런 표현이라면 나도 할 수 있는데...’라고 느껴지지만 그게 바로 경험이다. 머릿속에만 있던 걸 끄집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이야말로 지금까지 연습했던 과정 중에서 가장 ‘엑기스’ 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게임방송 지망자들이 자기도 할 수 있을 듯한데 못하는 이유가 바로 앞서 말한 이러한 과정들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 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엔 피나는 노력이 있기 전까지는 게임중계를 포기해 버리고 싶을 만큼 어려움도 많았기에 경험의 한계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 게임캐스터 박민아 -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