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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넷마블 사장

  • 경향게임스
  • 입력 2002.09.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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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자녀로 둔 30∼40대 기성세대의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자. 만화책이나 ‘갤러그’ 게임에 빠져 동네 만화방과 오락실에서 시간가는 줄 몰랐던 일. 딱지와 소꿉놀이 재미에 해 지는 줄 몰랐던 일. 이런 기억 속에 학용품을 핑계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용돈을 모아나갔던 추억 또한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 과정을 겪었을 30∼40대가 현재 자식들이 게임을 하는 것에 보이는 태도는 매우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그 한 사례를 보면 최근 부모 몰래 사이버머니를 이용했다고 해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아이디를 영구 삭제 요청한 경우가 있었다. 그 부모의 주된 관심은 결제에 이용된 전화 요금을 내느냐 였고 그 아이가 이제까지 사이트 상에서 힘들게 노력해서 얻어 놓은 여러 기록과 사이버상에서 가져온 여러 친구들과의 관계가 그 아이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완전히 무시되었다. 이제 게임은 어린이들 사이에 단순한 놀이를 넘어 거대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게임 포탈 사이트를 어린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이유 역시 단순히 게임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친구들과 서로 대화(채팅) 하고 자기들만의 동호회를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갖기 위해서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활화된 요즘 아이들한테 사이버머니가 친숙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이버머니를 이용해서 사이버상에서 스스로를 상징하는 아바타를 꾸밀 수도 있으며 더욱 고급스러운 게임을 즐기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게임과 사이버머니에 친숙하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아이와 부모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기는 이유가 된다.

옛날식으로 아이들한테 무조건 야단을 치고 사이버머니를 전혀 쓰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게임 사이트에서 회원을 탈퇴시키는 것이 과연 올바른 해결책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와 학원이 끝나면 어김없이 찾아가던 아이의 공간을 갑자기 가로막는 것은 부모 스스로가 부모 몰래 자기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인터넷을 이용하게끔 아이를 내모는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아바타를 위해 사이버머니를 구걸하는 사이버 앵벌이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거나 가짜 주민등록번호 생성기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곳이 인터넷 상에서만 만여 개라는 경찰 추산이나 사이버머니 때문에 아이가 심지어 가출을 한 경우까지 발생했다는 사이버중독센터의 아동 상담 사례도 눈 여겨봐야 한다.

인터넷피해 청소년지원센터 김현수 센터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사이버머니가 필요하다고 얘기할 때 무조건 안된다고 거부하지 말고 아이에게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기회로 활용하는 게 더욱 현명하다”고 말했다.

사이버머니가 인터넷 공간에서 중요한 참여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았음을 학부모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어린이의 사이버머니 사용이나 게임 이용 시간이 정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면서 인터넷을 가족 활동으로 만드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가 아이들의 게임 세계를 인정해야 한다. 아이들이 평소에 어떤 게임을 즐겨 하는지, 그 게임의 폭력성 정도는 어떤지, 구입한 아바타는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본 다음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녀에게 사이버머니가 필요하다면 오프라인 용돈과의 비중을 어떻게 할지, 결제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의논해야 한다.

아이들이 사용한 전화 요금에 흥분해 극단적인 아이디 삭제를 요구하는 감정적인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는 크게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거짓말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 그릇된 가치관을 빨리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라도, 사이버상에서 가져온 여러 친구들과의 관계가 그 아이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아이의 아이디 삭제와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에 앞서 아이들에게 새롭게 자리잡은 인터넷 문화를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서비스 사업자들의 어린이 회원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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