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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게임음악이 살아야 한다 <1>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6.08.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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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텔레비전 연예프로에서 독특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공포영화에서 사운드가 주는 역할에 대한 실험이었다. 칼을 들고 피를 흘리는 귀신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장면에 음악과 효과음을 넣은 영상과 같은 영상에 효과음과 음악을 삭제한 영상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처음 사운드가 삽입된 영상에는 제법 무서운 기색이 있었지만, 사운드를 제외한 영상에서는 웃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귀신이 들고 있던 칼은 바로 오이같은 채소였고 그 외 귀신의 모습이 너무나 허점투성이였다. 공포영상이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코믹 꽁트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 화면과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었다. 이처럼 사운드는 영상물이 내뿜어야 하는 분위기 및 메시지를 최종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 해주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이다. 게임음악도 그러하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이 바로 게임음악의 역할이다.

얼마 전 칸노 요코가 다녀갔다. ‘라그나로크2’ 음악을 담당했으니 ‘라그나로크2’ 음악은 아마 높은 수준의 음악이 나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해외 유명 뮤지션이 국내 게임 음악을 맡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니지2’는 게임 음악계의 스타인 빌 브라운이 맡았고, ‘썬’은 불세출의 영화음악 거장인 하워드 쇼어가 맡았다. 외국 게임이나 영화에서만 듣던 그들의 음악을 국내 게임에서듣게 된다는게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왜 우리에게는 우에마치 노부오, 칸노 요코, 빌 브라운 같은 사람은 없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5 게임백서에 보면 우리나라 게임시장 규모는 8조6000억원이라고 하고 2010년에는 10조원이 넘을거라 한다. 이런저런 부정적인 요소를 가만하더라도 게임 강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러면 게임과 직접적 관련된 산업 역시 같이 발전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실질적으로 사운드 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수없이 많은 게임사운드 제작 업체들이 문을 닫고, 저 많은 돈이 시장에 도는 동안 우리에게는 기억에 남는 게임음악 하나 없다. 카트라이더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카트 음악 주제곡 한번 불러봐?’ ‘몰라’ ‘많이 하자나?’ ‘근데 몰라, 기억이 안나? 뭐였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는 게임음악 스타가 없다. 그러면 우리나라 음악 수준이 떨어지는 것인가? 맞다. 떨어진다. 미국, 일본의 수준에 아직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슴 아프지만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수없이 많은 훌륭한 국내 뮤지션들을 만나봤다. 실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외국 유명 뮤지션과 비교해도 손색을 없는 수준의 실력이었다. 그러면 왜 전체적인 음악 수준이 떨어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 제작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 뮤지션들이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 기획자가 음악의 컨셉이 정하면 작곡자는 그 컨셉이 맞춰서 작곡을 하고, 그 다음에 편곡자가 편곡을 한다. 요즘은 컴퓨터로 많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곡자가 미디 소프트웨어와 각종 신서사이져 등을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데, 이를 시퀀싱이라한다.

이때 편곡을 동시에 겸하고 있고, 전자음악 같은 장르의 음악은 거의 이 수준에서 음악의 70% 정도가 완성이 된다. 그 외 다른 장르나 미디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들은 기타, 베이스, 드럼, 스트링등을 연주해주는 세션을 불러 연주를 한다. 그리고 그 연주를 레코딩 엔지니어가 레코딩을 하고, 레코딩이 모두 끝나면 믹싱 엔지니어가 믹싱을 하게 된다. 보통 레코딩 엔지니어와 믹싱 엔지니어는 같은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다. 믹싱이 끝나면 마스터 시디를 들고 마스터링 스튜디오로가서 최종 마스터링 작업을 하게 된다. 요즘은 장비들이 많이 발전해 어느 정도 작곡자의 작업 실에서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전문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이 퀄리티의 차이가 나게 된다. 대단위 오케스트라를 써서 웅장한 음악을 만든다면?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한 예로 관람객 천만명을 넘긴 한국전쟁을 소재로한 한국영화 음악을 위해 모 필하모니에 지급된 돈이 약 98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물론 작곡비는 제외된 금액이다. 이렇듯, 게임음악에 대해 인색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게임 기획자들이 기획을 할 때 사운드에 대한 기획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사운드는 외주업체에게 맡겨지기 때문에 제작자 측에서는 신경을 들써도 된다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데 절대 그렇지가 않다. 사운드 기획이 잘못 되어버리면 그 만큼 많은 추가적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또한, 작곡자는 음악을 작곡을 하지만 기획자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는 없다. 기획자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적 방향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장르적 특성 및 분위기 음악 길이, 파일 포맷, 파일 포맷에 따른 라이센스까지 완벽히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되야 토종게임음악의 발전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사운드 전문제작‘도’스튜디오 김인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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