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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게임음악이 살아야 한다<2>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6.09.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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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자들은 게임 개발에 드는 예산을 책정할 때 사운드 제작 예산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은 비단 게임 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영상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그 만큼 시작부터 소홀히 대한다는 것이다. 물론 제작 단가와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지만 이건 음원 제작 업체에게 문의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다. 보통 게임 하나에 적으면 10개 많으면 30~40개의 음악이 들어가는데, 만약 A급의 사운드를 원한다면 작,편곡비를 제외한 순수제작비가 위에 언급한 수준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예산 책정시 이 부분을 간과해 버리면 나중에 사운드의 중요성을 알아도 좋은 퀄리티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적은 금액으로 사운드를 맡기게 되면 그 만큼 퀄리티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음악 외주 업체도 단가를 줄이기 위해 전문 연주가나 전문 엔지니어를 쓰는 게 아니라 작곡자 혼자서 대충 구색만 맞추게 되기 때문이다. 외국 유명 뮤지션도 혼자하지 않고 각 분야별 사람들과 같이 작업을 한다. 사운드 제작 시점이 왔을 때 예산을 미리 잡아 놓지 않아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나가게 된 어느 업체는 원가절감이라는 원칙적 이론 하에 마구잡이식 단가 절삭을 감행하게 된다. 음악제작 외주업체에 그들이 정한 단가에 일을 하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게임 기획자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질 낮은 효과음 음원들을 다운받아 웨이브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대충 편집을 하기도한다. 그래서 그 업체에 가면 기획자가 기획보다 사운드 에디팅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효과음도 저작권이 있다. 함부로 쓰면 안되는 것이다.

가끔씩 사운드 에디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획자도 있었다. 그럼, 게임 제작자들에게만 문제가 있는가? 아니다. 뮤지션에게도 문제는 있다. 우선 게임 사운드라는 독립된 장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도무지 새로운 스타일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게임음악을 하고 있거나 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가요 작곡을 하다 방향을 바꾼 사람들이 많다. 작곡법이란 건 가요나 게임음악이나 같지만, 구성과 주요 요소가 다른 점이 많다. 사람의 귀는 신기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만 골라서 듣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자연스레 소리를 느끼지 않게 된다. 그래서 실제적으로 게임 플레이시 음악이 귀에 들리는 시간은 약 20초~30초 정도이고, 그 이후에는 게임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음악소리를 못 느끼고 넘기는 경우가 많게 되며, 게임이 약간 소강 상태가 되거나 순간 음악적 임팩트로 인해 정신이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면 그때서야 약간씩 들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면 음악도 20~30초 정도 시간에 그 영상이 담고있는 모든 것을 표현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요보다는 기승전결의 원칙이 덜 적용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게임음악을 들으면 단순한 구성에 임팩트 있는 사운드와 강진행이 많다. 특히 폭력성이 강한게임일 수록 더더욱 그렇다. 이런 기본적 원리 연구가 없으면 음악이 게임에 녹아들기 힘들다. 예전에 게임음악제작업체들이 하는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게임 제작업체 사람들은 음악을 몰라서 그냥 스타크래프트랑 똑같이 만들어 주면 좋아한다라는 거였다. 물론 스타랑 똑같이 만들었다고 좋아하는 제작자도 문제지만, 그 보다 뮤지션으로서 창조적 마인드가 없는 게 더 문제다. 이 게임 저 게임을 해보고 무엇이 이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지를 연구해야한다. 어떠한 음악이건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있다. 그걸 연구하고 노력하는건 전적으로 뮤지션의 몫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국내 뮤지션들의 그들의 재능을 펼치는데 큰 장애물이 되어 왔지만, 상대적으로 같은 재능으로도 그들의 실력을 펼칠 수 있는 여건과 기회가 많은 미국,일본은 반대로 점차 발전되어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야기는 간단한 것 아닌가? 국내 실력 좋은 뮤지션 찾아다가 좋은 음악 만 들 수 있게 해주면 되겠네?그렇게 간단하면 이 세상 뭐가 문제겠는가?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도래하면 알면서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다고 안해버리면 뭐가 남는가? 국내 게임 제작 초창기에 안되는거 알면서도 머리부터 밀어 넣으며 끝까지 달린 그들이 지금의 게임강국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 아닌가? 이제 이 정도의 게임을 만드는 수준이 됐으면 조금씩 사운드에 관심을 갖자.

물론 외국 뮤지션은 잘한다. 그러나 우리 뮤지션들이 그들만큼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자. 그들이 음악을 만드는데 필요한 여건을 서포트 받듯이 우리 뮤지션도 그 만큼의 서포트를 받았으면 좋겠다. 절대 그들보다 부족않은 사운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아니 게임에 있어서 사운드가 주가 아닌데, 이렇게까지 핏대 세울 필요가 있나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마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게임 중에 사운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임 봤어요?”

/게임사운드 전문제작 ‘도’ 스튜디오 김인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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