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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컴의 거칠 컬럼(5회)] 개발자와 경영자 간의 괴리(乖離)Ⅲ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7.04.0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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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개발자는 그라비티를 창업했던 現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다. 그런데 당시 그라비티의 대주주였던 김정률 회장은 ‘라그나로크’가 제 궤도에 올라서 대박의 조짐을 보일 시점에 김학규 대표를 내쳐 버렸다. 이 부분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도 많다. 김정률 회장 측은 김학규 대표가 자기 마음대로 회사를 나가 버려 손해가 막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학규 대표 측은 남아서 일하겠다고 재삼 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김정률 회장이 강제로 자신을 해고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은 2005년 김학규 대표가 운영하던 개인 홈페이지에 공방으로 비화되었으나 IMC게임즈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한빛소프트 김영만 사장의 만류로 일단락 된 적이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러한 소문이 솔솔 풍기는 이상 게임 개발자들에게 김정률 회장이 좋게 보일 리가 없다. 게임 개발자들은 자신들을 항상 곰에 비유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조련사가 챙겨 간다’ 는 속담에 뼈가 아픈 것이다. 밤새 일하고 고생하고 자기 생활을 버리고 헌신해서 게임을 완성시켜 놓으면 결국 경영자들이 단물 쓴물 쪽쪽 빨아 먹고 자신들은 언제나 들러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정률 회장은 김학규 대표가 그라비티를 나간 후, 한동안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가압류 처분을 걸어 놓은 사실이 있다. 또한 김학규 대표의 법인 카드 사용 근거를 가지고 소송을 걸어, 둘 사이에 법정 분쟁이 장기화된 사실도 있다. 김정률 회장은 원래 유기장(아케이드 게임장) 협회 출신의 인물로 1990년대를 풍미한 아케이드 업계의 거목 김갑환 유기장 협회 前회장의 사사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케이드 업계 출신답게 김정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나 조직관리 스타일은 철저히 보스 중심의 관리 체제를 표방한다. 김정률 회장 밑에서 해고된 또 다른 개발자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러한 사실을 잘 반증해 준다. “어느 날, 그 분이 제게 다가오시더니 이런 이야기를 하셨죠. ‘넌 고생을 많이 한 것 같구나. 근데 고생 좀 더 해야겠다’고 말이에요. 다음 날, 제 책상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부하관리를 이렇게만 했다면 그라비티에 직원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김정률 회장의 눈에 들어 총애를 받았다고 하는 한 간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런 연통도 없이 강남의 30여 평짜리 아파트 키를 선물로 던져 주었다는 훈훈한 사실도 접할 수 있다.


이런 조직관리 스타일은 전형적인 보스 체질의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며, 한빛소프트의 김영만 회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전에 ‘스타크래프트’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때 블리자드 소프트와의 라이센싱에 공헌을 했던 간부에게 집과 차를 선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학규 대표는 개발자 출신의 경영자임에도 불구하고, 도가 지나치리만치 경영이론이나 경영기법에 집착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김정률 회장과의 관계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김학규 대표는 아마추어 팀으로 시작했던 그라비티 이전에 경영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손노리와의 협력 개발 이후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김정률 회장과 손을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개발자의 입장에서 경영자와 큰 문제 없이 진행되리라 여겨졌던 사업이 대박의 문턱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둘 사이에 어떤 불협화음이 있었는지의 문제보다는 이러한 수순이 업계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데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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