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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신용과 게임 제작

  • 정리=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2.11.1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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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0년전인 1971년까지 미국 달러 지폐에는 “in gold coin payable to the bearer on demand”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 지폐는 요구하면 금화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라는 의미의 문구다. 미국 정부가 이 지폐를 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금본위제가 폐지돼 사라진 문구이지만, 그 당시에도 미국 정부를 신용하지 못한다면 실제 금으로 교환될지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나 온라인에 숫자로 존재하는 돈은 신용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금융 산업은 신용 산업이다.

최근 금융 시장에 큰 사고가 하나 있었다. “레고랜드 사태”라고 불리는 강원도 레고랜드의 부도 사고이다. 특정 기업의 부도를 사고로 표현하는 이유는, 복잡한 과정이 있지만 단순하게 설명해 보려고 한다. 레고랜드 개발 사업은 강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한 사업이고, 강원도가 해당 기업의 부채에 대해 보증을 서서 많은 자금을 끌어와 썼으나, 강원도가 부채에 대한 지급을 거절했기 때문에 사고라고 표현한 것이다. 국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은 국가의 지급보증 수준으로 높은 신용도를 가진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증도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 지자체의 신용도를 망가뜨린 사고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사안 등은 별도의 사안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지자체의 신용도가 망가진 것은 큰 문제이다.

강원도의 신용도가 떨어지니 다른 지방의 신용도도 연쇄적으로 떨어졌고, 대한민국 국가 신용도도 떨어졌다.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니 국채의 이자가 올라가고, 국내 기업의 신용도도 떨어져 대출 금리가 엄청나게 치솟았다. 대출이 필요한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고, 이미 몇몇 기업들의 부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신용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가 망가지면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게임의 제작도 이런 신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디자인과 프로그램과 아트는 각각의 파트가 각각의 제작물을 생산하고, 그 생산물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게임이 구동된다. 디자인의 설계 오류가 있거나, 프로그램에 심각한 버그가 있거나, 아트가 제작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게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각 파트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져 서로 신뢰할 수 없으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하게 된다.

이처럼 작은 게임 하나 제작하는데도 신뢰는 중요하고, 게임의 규모가 커지고, 참여 인력이 늘어날수록 구성원 사이의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규모가 큰 프로젝트들은 제작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지속적인 중간 점검을 진행하고, 과하다고 느낄 만큼 파트간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신뢰가 망가지면, 신뢰 부족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이는 제작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신뢰를 잃은 스탭은 보통 팀에서 퇴출되거나, 해당 팀 전체가 퇴출된다. 

작은 기업 단위에서도 신용에 대한 위험이 이렇게 큰데, 국가 단위의 신용이 망가진 것은 비교할 수 없이 큰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 시장에서 상황을 보면 누구도 이번 국가 단위의 신용 하락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번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게임 기업이 없기를 바란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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