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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의 학습 난이도와 패턴 인식

  • 정리=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3.01.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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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사에 투자를 검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평가도 같이하게 된다. 대부분 평가 대상이 되는 게임은 각각의 목적과 디자인 의도, 마케팅 포인트 등이 있다. 매력적인 그래픽이나 독특한 유머 코드,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이나 유명 IP(지적재산권) 도입 등 다양한 장점을 제시한다. 이런 장점들을 인지하고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플레이를 진행하면 게임에 대한 평가가 기대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이때 게임에 대한 평가가 나빠진 이유를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그래픽 아트의 부족함이나 MMORPG 등의 대작과의 비교, 유명 IP의 부재 등에서 찾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테스트 플레이를 하면서 가장 먼저 게임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는 부분은 게임의 학습 난이도 문제인 경우가 많다.

게임은 규칙에 맞춰 경쟁하는 것이 기본이다. 게임은 이런 규칙을 사용자가 학습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 게임의 규칙은 사용자 플레이에 맞춰 패턴으로 디자인되어야 하며, 사용자가 이 패턴을 인식하면 학습은 끝난다. 너무 단순한 패턴은 쉽게 흥미를 잃게 만들고, 너무 복잡한 패턴은 혼돈으로 인식돼 사용자의 패턴 인식을 방해한다. 조금씩 복잡한 패턴을 사용자에게 제시하며, 이미 학습한 패턴의 복잡도를 높여가는 과정은 사용자의 긴장감과 흥미를 유지하는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적절한 시기에 지속적인 추가 패턴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점점 복잡한 패턴을 스스로 정립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사용자의 성취 욕구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다.

재즈의 문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즉흥 연주로 채워진 하드한 재즈는 소음에 가까울 수 있다. 재즈의 문법을 알기까지는 다양한 재즈를 듣고, 이해하고, 학습하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커피를 마셔본 적 없는 사람에게 에스프레소는 쓴 약과 같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아메리카노부터 익숙하게 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달콤한 커피부터 익숙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목적이 에스프레소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커피부터 익숙해지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이머는 디자이너가 설계한 패턴을 인식하지 못하면 짜증을 내고 게임을 포기하기 쉽다. 이는 학습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게임이 된다. 쉽게 인식한 이후 새로운 패턴이 제공되지 않으면 너무 쉬운 게임 혹은 재미없는 게임이 된다. 게이머가 패턴을 인식하면 패턴을 모방하게 된다. 게이머에게 인식된 패턴을 모방하는 것은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가장 적극적인 플레이 방식이며, 디자이너에게 보내는 칭찬이기도 하다. 패턴을 인식해도 적절하게 모방할 수 없는 게임이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게이머가 인식한 패턴을 모방할 수 있을 때 보통 클리어했다고 인지한다. 물론 패턴의 모방이 너무 어렵다면 도전 욕구는 꺾이게 된다.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수준의 모방 난이도를 찾는 것을 우리는 보통 밸런스 디자인이라고 표현한다.

게임을 디자인할 때는 게이머가 적절하게 패턴을 인식하고. 디자이너가 생각한 패턴을 모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물론 실제 게이머의 플레이가 디자인과 다를 수 있다. 만약 치팅이나 버그 플레이 없이, 게이머가 디자인된 패턴을 인식하고, 새로운 패턴을 찾고,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모방을 넘어선 게임에 대한 찬사가 될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패턴을 찾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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