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게임 만화 작가 천솜향, “SD캐릭터 ‘진심’…패키지, 팬들에게 오래 기억되길”

  • 주인섭 기자 lise78@khplus.kr
  • 입력 2023.06.21 17:20
  • 수정 2023.06.21 17:2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기 SD캐릭터에 진심인 남자가 있다. SD캐릭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기세다. 아니, 이미 달려가고 있다. 네이버를 통해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 천솜향 작가는 다양한 게임 만화를 그리고 있다. 주로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을 다룬다. 그에 따라 그의 만화에도 귀여운 SD캐릭터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다. 그런데, 거기에 귀여움과 다른 무언가도 함께 숨어있다. 그만의 독특한 곡선이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의 SD와 숏스택 그림은 독자들에게 장인의 경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기에 게임 내공도 심상치 않다. 가끔 조금 오해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의 콘솔게임에 대한 애정과 정성은 ‘진짜’다. 때로는 진지하고, 어떨 때는 농담도 함께 한다. 그런 그만의 매력이 독자들을 이끈다. 다양한 공식 게임만화를 그리고 있는 천솜향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천솜향 작가 오너캐
▲ 천솜향 작가 오너캐

Q. 먼저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해달라
A. 안녕하세요. 게임 만화가 천솜향입니다.
모 대형 게임 커뮤니티에 취미로 올리던 ‘콘솔게임 만화’가 네이버의 눈에 들어 2016년에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콘솔게임의 공식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Q. 현재까지 그린 만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A. 적당한 게임만화(구 콘솔 게임 만화) 44화인 소피의 아틀리에 편입니다. 5년 전에 그린 것이라 그림도 구성도 미숙하지만, ‘게임 만화’로서 소재를 다루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화 외적으로 꼽자면 93화게임 패키지의 종말 편입니다. 올드 게이머의 추억을 건드리는 내용 때문인지 댓글이 정말 많이 달렸죠. 저는 댓글창도 만화의 일부이고, 본문 주제의 아고라 같은 역할을 겸한다고 생각합니다. 콘솔게이머들은 제각각 파편화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공간이 됐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패키지의 종말1편, 같은 게이머로서 정말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출처=천솜향작가 네이버 블로그)
▲ 패키지의 종말1편, 같은 게이머로서 정말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출처=천솜향작가 네이버 블로그)

Q. SD캐릭터에 진심인 작가로 유명한데, 그 매력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A. 첫 번째로 귀엽다는 점입니다만 너무 뻔한 답변이네요.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SD 캐릭터는 실제 인간과 전혀 다른 판타지의 생물이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그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죠. 어느 부위를 어떤 비율로 어떻게 과장할지 전부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생물의 외형이 행동 양상에 미치는 영향 같은 걸 상상하는 거죠. SD 캐릭터는 머리도 크고 눈도 큽니다. 전쟁에서 칼창으로 공격한다면 저라면 눈을 노릴 것 같네요. 눈 크기가 실제 인간의 30배는 되니 노리기도 쉽고 출혈량도 상당할 겁니다. 그럼 투구도 얼굴까지 덮는 형태로 발달했겠죠. 안 그래도 신체의 1/3 이상인 머리를 튼튼한 금속 투구로 꽁꽁 싸맨다면 그 무게는? '병사'를 지칭하는 단어는 '목이 아픈 사람'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상상하며 외형이나 배경을 구축해가는 게 재밌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취향이나 의도가 아주 강력하게 반영되어 전달됩니다. 게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비슷한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Q.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신경 쓰고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만화에서 가장 신경 쓰는 건 볼살 라인입니다. 만화를 읽는 시간의 80%는 말풍선, 15%는 머리를 봅니다. 그리고 얼굴의 실루엣과 균형을 결정하는 게 바로 볼살입니다. 애초에 제 그림의 얼굴 라인이라고 해봐야 볼이랑 귀 밖에 없으니까요. 제 그림 방송을 보시는 분들은 알 텐데, 저는 볼 스케치만 몇 십번을 그렸다 지웠다 합니다. 계속 선을 긋다보면 이거다 싶은 볼살이 결국 나오게 됩니다. 저는 이걸 볼살 가챠라고 부릅니다.
​그림에서는 풍만한 신체 라인이겠네요. ​제 그림체는 SD로 시작했지만 개인적 취향에 따라 점점 풍만한 몸매를 향해 가버렸습니다. ​숏스택이란 개념 자체를 그 이후에 알게 됐으니, 어찌 보면 수렴진화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었지만 막상 그리고 보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입니다.​

​​▲ 숏스택에 대해서는 천솜향 작가의 ‘SD나라 관찰일기’ 8화를 참고 (출처=천솜향작가 네이버 블로그)
​​▲ 숏스택에 대해서는 천솜향 작가의 ‘SD나라 관찰일기’ 8화를 참고 (출처=천솜향작가 네이버 블로그)

Q. 최근에 그렸던 공식 만화인 ‘디스가이아7’과 ‘세계수의 미궁 1·2·3 HD 리마스터’에 대한 감상 및 소개를 부탁한다
​A. 디스가이아 7은 인기 SRPG 시리즈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의 최신작입니다. 워낙 유명한 게임시리즈지만 굳이 소개하자면 신규 시스템인 ‘빅거대맥스’겠네요. 발동하면 필드의 캐릭터 모두에게 고유의 효과가 적용되는데, 적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강력한 효과일수록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무조건 저한테 유리하기만 하면 재미없죠. 그리고 신규 캐릭터인 사희족이 굉장히 귀엽습니다. 상어이빨이 아주...
세계수의 미궁은 귀여운 캐릭터들로 파티를 짜고 던전을 조사하며 돌파하는 게임입니다. 어려운 난도로 악명 높지만 이번에 쉬운 난도와 엄청 쉬운 난도가 추가되었으니 처음 해보시는 분들도 문제없을 겁니다. 아마도요.
사실 제가 원래부터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인데요.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리마스터 소식이 공개되기 전날, 세계수의 미궁 소식을 바라며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 정말 나와서 놀랐었죠. 하지만 한국에서 DRPG는 마이너한 장르라는 점이 늘 아쉬웠습니다.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는 게임성이 검증됐으니 이번 기회에 많은 분들이 DRPG의 매력을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Q. 본인에게 게임 만화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A. 제 게임 만화는 일과 취미로 나뉘는데요. 업무적으로는 ‘홍보’이자 동시에 ‘컨텐츠’인 점이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 모두 즐길 수 있고 선호도도 높습니다. 게임과 만화는 잘 어울리니까요.
​취미로는 제 게임 생활의 넋두리 같은 겁니다. ​‘적당한 게임만화’는 처음부터 부담 없이 적당하게 시작한 만화입니다. 제목 지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일개 게이머의 넋두리를 수 천, 수 만 명이 읽어준다니,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새삼 놀라울 뿐입니다. 앞으로도 가늘고 길게 그려보겠습니다.

Q. 천솜향 하면 ‘마스터 피스 세븐’으로 인한 오해도 유명한데, 당시 반응에 대한 감상과 선정기준을 알려달라
​A. 적당한 게임만화 80화에서 나온 그 사진이네요. 만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마스터 피스라는 건 반어법입니다. 그런데 제가 호평한 게임으로 와전되어 돌아다니고 있어서 좀 당황스럽긴 했죠. “사긴 샀잖아?”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요.
​애초에 이 사진이 그렇게 돌아다닐 줄 몰랐기 때문에 구체적인 선정기준은 딱히 없었습니다. 단점 뿐 이었다면 사지도 않았을 테니 ‘구매할 만큼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는 게 선정기준이라면 선정기준이겠네요. 예를 들어 ‘마이티 넘버 9’의 경우 콜의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이 장점이고, ‘신차원아이돌 넵튠 PP’는 넵튠 캐릭터가 나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 ‘신차원아이돌 넵튠 PP’는 한정판에 이쁜 네프기어 다키마쿠라도 끼워줍니다. 네 제가 그걸 샀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A. 콘솔게임 만화 외주를 시작하며 처음 세웠던 목표가 ‘콘솔게임 공식 만화 10개’였는데 세계수의 미궁으로 달성해버렸습니다. 이제 다음은 20개일까요. 대충 만든 게임 업적 같네요. ‘콘솔게임 만화 외주의 길 II (11 / 20)’ 같은 느낌입니다. 

Q. 팬과 독자 여러분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받는 독자 여러분. 저한테 이상한 변태 같은 밈을 붙이기 좋아하는 독자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세간의 제 이미지가 말이 아닌데요. ‘그 만화가에 그 독자’라는 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천솜향 작가 프로필 
- 네이버 게임 ‘콘솔게임 만화’, ‘소녀전선 만화’ 연재
- ‘카운터사이드’ 공식 만화 연재
- ‘천수의 사쿠나히메’, ‘초차원게임 넵튠 sisters vs sisters’, ‘세계수의 미궁 1·2·3 HD 리마스터’,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7’ 등 다수의 콘솔게임 공식 만화 연재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