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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매직엔스 <9>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7.04.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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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천진난만’ 설악산 전훈 현장


잊을 수 없는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이것을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힘들었다고 해야 할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설악산 전지훈련은 첫 날부터 깝깝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떠나기 전날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팀원들이 설악산 입구에 들어섰을 땐 그 말이 정말 거짓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산 입구에 ‘고산 입산 금지’라고 쓰여 있었던 것. 산 정상에 올라 만세도 외치고 화이팅도 하려던 팀원들에겐 사실 맥 빠지는 일.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중턱이라도 올라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산 입구부터 무릎까지 쌓인 눈 때문에 땅이 질퍽거렸다.


내 생애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 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산타기는 내가 최고였다. 모두들 정석이 형이 최고라고 생각하겠지? 그날따라 유난히 정석이 형은 뒤쳐졌다. 나는 너무 날쌔게 올라가서였는지 뒤에 일행이 보이지 않아 길을 잃어버린 줄 알고 겁을 잔뜩 먹기도 했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재밌었던 것은 바로 눈싸움. 우리 덩지만큼 눈을 굴려서 서로 던지고 놀았는데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은 것은 진호 형이었다. 정석이 형은 눈사람 얼굴만큼 눈을 굴려 진호 형의 등을 공격했는데 그것을 맞은 진호 형은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정신을 차린 진호 형, 그보다 더 큰 눈을 굴려 정석이 형을 공격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민이 형은 양 쪽 눈치를 보다 슬쩍 던지고 혼자 도망가는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팀원들의 배꼽을 잡았다.


슬슬 산을 내려온 뒤 단체로 사우나에 갔는데 사우나마저도 너무 매정하게 쟈스민 탕과 히노끼 탕, 딱 두 개 밖에 없었다. 스무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탕에 나누어 들어갔는데 히노끼 탕은 물이 미지근해서 앉아있기에 너무 추웠던 것. 모두 추운 곳에 오래 있어서인지 덜덜 떨었다. 결국 쟈스민 탕에 모두 들어갔는데 옹기종기 꽉 들어찬 탕에 앉아 서로 민망한 웃음을 흘려야 했다. 숙소에 돌아와 밥을 먹고 형들은 모두 낮의 일이 피곤했는지 일찍 잠을 청했다. 쿨쿨 잘도 자더라. ㅎㅎ 나는 동생들과 젠가를 하며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또래들과 뭉쳐서 놀다보니 문 득 선수생활을 하며 너무 어른인 척 지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지훈련은 19살의 윤환이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꼭!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해봐야지.’


<글=김윤환, 정리=름>


■ 다음주에는 르까프오즈의 이제동이 전하는 팀 다이어리가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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