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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저그’ 진호의 스타일기 <4>

  • 김수연
  • 입력 2004.12.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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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는 어릴 적부터 이사를 많이 다녔다. 석봉동, 덕암동, 목상동 등 신탄지 부근에서 이사를 했지만 매번 전학을 다니다보니 친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진호는 나름대로 낯선 동네 친구들이 얕보지 못하게 기선제압에 들어갔다.

기선제압의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무작정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일. 당시만 해도 또래 친구들보단 키가 훨씬 큰 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늘 친구들을 괴롭히고 달래기를 반복해가며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결국은 친구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놀이터에서 진호가 가장 좋아했던 놀이기구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지구본. 친구들을 안에 태우고 열심히 지구본을 잡고 돌리다가 슈퍼맨처럼 날으기를 좋아했다. 진호는 축구도 곧잘 했다. 공격수를 하겠다며 싸우는 친구들과는 달리 진호의 주 임무는 수비였다. 골문 앞에 지키고 섰다가 상대편이 공을 몰고 다가오면 그 공을 뺏거나 골문으로 향하는 공을 막아내는 일이 진호의 몫이었다.

진호가 학교 수업이 마치면 어김없이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학교 앞 오락실. 인기 있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자신의 차례가 오더라도 나이 많은 상급생들의 협박에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줘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진호는 달랐다. 두 살 많은 형은 진호의 든든한 보디가드였고 진호가 게임을 하는 동안 옆에서 늘 지켜준 것이다. “형이 그때처럼 멋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형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 와서 협박(?)을 해도 형은 전혀 겁먹는 기색도 없이 멋지게 상대해 주곤 했거든요.”

진호가 오락실에서 주로 즐기던 게임은 ‘원더우먼’과 ‘원더보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무지 유치한 게임이었는데 그땐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진호는 한번 시작한 게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어떤 게임이든 끝판까지 다 깨고 엔딩을 보고 나서야 다른 게임을 손에 잡을 수 있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그 시절, 진호의 장래희망은 오락실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게임들이 나오는 족족 다 들여놓고 매일매일 게임만 하고 살 수 있으면 제일 행복할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비록 오락실 사장은 아니지만 지금의 진호는 어릴 적 자신의 꿈대로 매일매일 게임만 하면서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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