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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저그’ 진호의 스타일기 <2>

  • 김수연
  • 입력 2004.11.1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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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진호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동물들을 좋아했다. 동물들만 보면 가만두질 못했다. 때문에 신탄진 동네 강아지들은 늘 진호의 표적. 진호의 애정표현이 좀 과격했던지라 닥치는 데로 강아지를 주무르기 일쑤였다.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주물럭거리는 것도 모자라 집어던지기까지... 눈도 채 뜨지 않은 새끼강아지들은 진호의 애정 표현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진호는 어미 개가 ‘으르릉’거려도 전혀 겁낼 줄을 몰랐다. 그렇게 진호의 손에 목숨을 잃은 강아지들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강아지를 장난감 삼아 놀던 진호 때문에 부모님이 물어 준 강아지 값만 해도 엄청났다.

진호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부터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장독뚜껑을 모조리 깨고 다녔다. 우리 집, 남의 집 할 것 없이 장독대만 보면 기어올라갔다. 어린 녀석이 힘은 장사라 장독대 뚜껑을 있는 힘을 다해 열어 젖히는데... 장독대 뚜껑 값도 수월찮게 물어줬단다.

진호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가장 어릴 적 기억은 신기하게도 처음 ‘엄마’라고 부른 기억이란다. 잠에서 깨어 살포시 눈을 떴을 때 주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고 아장아장 걸어가서 “엄마!”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고. 그때 어머니는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른 진호를 안아 올리며 엄청 좋아하셨다.

진호는 두 살 차이 형의 말이라면 뭐든 잘 들었다. 형에게 맞서거나 싸움을 하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진호는 형과 달리 씀씀이가 헤픈 편이었다. 용돈을 주면 그 날로 동네 오락실로 달려가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형의 심부름을 해주는 대가로 용돈을 얻어 쓰기도 했단다. 어머니 증언에 의하면 진호가 형의 말에 복종(?)했었던 이유가 바로 이 용돈 때문이란다.

오락실 얘기가 나왔으니 이쯤해서 진호의 간 큰(?) 오락실 추억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언제부터랄 것도 없다. 진호는 제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된 때부터 오락실을 드나들었다. 자신의 용돈과 형에게서 받은 심부름 값을 모조리 오락실에 쏟아 부었다. 게임을 하는 게 어찌나 즐거운지 오락실의 유혹을 쉬 뿌리칠 수가 없었다.

어린 진호는 오락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 지갑에서 슬쩍 돈을 꺼내기도 했다. 티 안 나게 아주 조금씩 돈을 꺼내 썼지만 어머니께서 모를 리가 없다. 그렇게 어머니께 들통나 엄청 혼이 나면서도 오락실에 드나드는 일만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땐 무지 어렸을 땐데 이상하게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오락실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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