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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문방구 주인 200명에게 물었다 | 등하교 후 한가할때 가장 생각나는 게임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5.07.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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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하교 후 난 이 게임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문방구는 서재에 갖추어 두는 용구라는 뜻으로, 종이나 먹·붓·펜·연필 따위, 글을 쓰거나 사무를 보거나 하는 데 필요한 기구를 판매하는 가게를 말한다. 누구나 문방구에 대한 아련한 추억쯤은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등굣길에 준비물을 사기 위해 줄을 선 기억, 하굣길에 사먹던 불량식품, 뽑기 등 문방구는 그 시대의 하나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딱지, 팽이, 구슬 등 우리가 즐겼던 문화의 메카였고 그 외에 유행하던 물품들의 대부분을 문방구에서 샀다. 명절 때 모은 돈으로 가장 사고 싶었던 장난감을 샀으며 사춘기 시절 연예인에 대한 관심에 눈을 뜰 때도, 연예인사진을 가장 많이 산 곳도 바로 문방구이다.

넉살 좋은 웃음으로 눈깔사탕을 건네주던 주인 아저씨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요즘 예전에 말하던 문방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은 문방구의 장난감 대신 컴퓨터게임을 즐기기 시작했고, 용돈을 받으면 문방구가 아닌 PC방으로 가기 시작했다. 예전의 너저분했던 문방구들은 사라지고 대형 팬시점이 그 자리를 잡거나 서점 및 구멍가게가 문방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에 <경향게임스>는 잊혀져 가는 문방구를 떠올리면서 예전에 아득했던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저번 주 게임시장 ‘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시장의 신규창출 유저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는데, 40대 특히, 특정한 여가 활동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게임 시장에 신규 유저로 부족함이 없다. 30대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시장에 끌어들이지만, 40대에서 하향곡선을 그린다. 왜 일까? 아마도 그들의 취향을 읽지 못해서가 아닐까한다. 40대들이 좋아하는 놀이문화에 대한 통찰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유저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고 가장 많은 유저를 위한 마케팅이 중요하다. 하지만 별도로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40대들의 트렌드를 읽고 그들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가 40대들의 대표적인 트렌드라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출발점이라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문방구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며 아이들의 트렌드를 읽으려는 그들이야말로 자영업자가 아닌 훌륭한 유저가 될 수 있다. 지난 27일부터 30일 4일간 서울시내 문방구 200여 곳(200명의 문방구 주인)을 돌면서 한가한 시간, ‘등, 하교 후 난 이게임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물었다.

≫ “문방구를 하면서 힘들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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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외상값을 갚지 않을 때 62.5%(125명)
2위 | 학생들의 도둑질 16.5%(33명)
3위 | 도, 소매 업체들의 횡포 10%(20명)
4위 | 없는 물건을 찾을 때 6%(12명)
5위 | 기타 5%(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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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질문에 앞서서 문방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 때는 언제라는 질문을 했다. 대상자의 62.5%가 ‘외상값을 갚지 않을 때’라고 대답했다. 학생들의 외상값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서 이야기했다. 특히, 특정 아이들의 경우 부모님과 같이 와서 외상장부를 만든다고 했다. “외상값이라는게 이런 소매점에서는 매출에 바로 타격을 줍니다. 작은 액수라고 무시하는데, 저희에게는 생계와 직접 연결됩니다”라고 구로구 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하는 김경수씨의 말에서 외상값에 대한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2위로는 ‘학생들의 도둑질’로 부족한 아이들이 하는 것 보다,

재미나 친구들에게 과시를 한다는 이유로 도둑질을 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도, 소매 업체들의 횡포’, 끼워 팔기나 인기 있는 물건을 올려서 파는 행위 등이 3위로 그 뒤를 이었고 문방구에 와서 ‘없는 물건을 찾을 때’가 4위를 차지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돈을 빌려 달라는 학생들’이 있어서 간혹 곤혹스럽다는 의견이 가장 눈에 띄었다.

≫ “등, 하교 후 한가할 때, 어떤 게임을 가장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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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른다 56%(112명)
2위 | 고스톱, 포카 26.5%(53명)
3위 | 장기, 바둑 14%(28명)
4위 | 기타 3.5%(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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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큼 힘든 조사가 없었다. 질문의 내용과 그들의 문화가 잘 맞지 않아서 인지, 게임 시장의 마케팅이 그들까지 미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한 인원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잘 몰랐고 관심이 없었다. 1위를 차지한 대답에서처럼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응답자 수가 112명으로 56%를 차지했으며, 바쁜 시간이 지나도 다른 준비를 해야한다면서 게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등, 하교 후에도 앉아서 노는 것이 아니라 장부 정리부터, 물품 정리까지 바쁘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나마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있어도 2위를 차지한 ‘고스톱’이나 ‘포커’ 같은 도박 게임을 즐겨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보드 게임은 어디서 하는 질문에 대부분이 ‘한 게임’에서 즐긴다고 대답했다. 3위를 차지한 장기, 바둑 역시 게임으로서 즐기기보다는 자신의 취미생활과 연관지어서 생각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리니지’나 ‘뮤’가 있었으며 그런 MMORPG의 경우 돈과 연관지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조사를 보면서 아직까지 게임 시장이 대중문화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임보다는 그들의 요구나 불만들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고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방구 주인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 게임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대중문화가 되기까지 어떤 상품이나 문화도 쉬운 길을 걷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하나의 문화장르로 자리 잡은 경우를 우린 많이 봤다. 게임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일부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지 않지만, 그 사람들이 유저가 될 때까지 게임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틀에 박힌 조사보다 게임과는 떨어진,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갈 것을 약속한다.

≫ 문방구 주인들의 특징
+ 가슴 : 옷은 가장 편한 스타일로 즐겨 입는다. 한 가게의 주인임과 동시에 종업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티셔츠를 주로 입니다. 색상은 먼지나 이 물질이 묻어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색 계열을 선호한다.
+ 팔 : 면 장갑은 기본으로 준비가 되야 한다.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먼지가 잔뜩 묻은 물건들을 옮기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가끔 긴 팔을 입으시는 분이나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토시를 끼기도 하다.
+ 다리 : 바지도 역시 편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 곳 저곳 구석까지 움직이는 양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최대한 활동복에 가까운 디자인을 좋아한다.
+ 발 : 무조건 운동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주인 아저씨들이 앉아만 있는다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좁지만, 정리하고 물건을 옮기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부분은 아주머니도 동일, 가끔 효도 신발을 신는 분도 계시다.
+ 배 : 아저씨를 기준으로 많이 나와야 보기 좋다. 일단 후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도 배는 최대한 많이 나온 것이 좋다. 그렇다고 너무 찌우는 것은 게을러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절은 필요하다.
+ 머리 : 짧은 머리를 선호한다. 나이는 대부분이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아저씨들이 많으며, 자주 대머리 아저씨들이 눈에 띤다. 물론, 주인이 아주머니인 경우도 있다. 아주머니들의 경우도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말 아주머니 패션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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