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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들으면 포기하고 싶다] "이런 말 들으면 ‘게임 개발 중단’하고 싶다. BEST5!"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9.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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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일, 공부, 사랑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행동의 결과가 바뀌기 때문. 게임 개발 역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게임 개발자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게임의 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사에서 구인을 할 때, 실력 이상으로 인성을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렇게 뽑힌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개발자들도 종종 ‘게임 개발을 중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을 중단하고 싶은 이유 1위로 ‘상사나 유저들에게 심한 말을 들었을 때’가 뽑혔다. 게임 개발을 중도에서 포기하고 싶을 만큼, 심한 말. 현재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개발자 100명에게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게임 개발을 중단하고 싶은지 설문을 통해 물었다.

■ 어떻게 조사했나
지난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순수 개발인력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10개의 개발사를 선정, 각각 10명씩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서면 질의지를 통해 결과를 취합했다. 민감한 질문인 만큼 개발사 명은 (A∼J)로 표기, 개발자의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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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위 : '이 게임 어디서 본 것 같아'(25명) - 25%
+ 2위 : '재미없다'(19명) - 19%
+ 3위 : '이거 돈 될 것 같냐?'(13명) - 13%
+ 4위 : '야근해라'(10명) - 10%
+ 4위 : '능력이 그것밖에 안되냐?'(10명) - 10%
+ 기타 : (22명) - 22%

내 게임이 표절이라고?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을 중단하고 싶을 만큼, 충격적인 말로 ‘이 게임 어디서 본 것 같아’가 전체 인원 25%의 답변을 얻어 1위에 선정됐다. 개발자들 대부분이 게임을 고생해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타게임과 유사하다는 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상사 및 유저들에게 이런 말들을 가장 많이 듣는 것으로 조사됐다. A개발사의 김관식 프로그래머는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서 만들었는데, 유저들이 어느 게임과 유사하다는 발언을 하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며 “내가 게임을 개발해서 무엇하나라는 자괴감 마저 든다”고 말했다. D개발사의 김수복 기획자는 “분명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검토하고 또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먼저 나와 서비스 될 때, 유사게임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사실”이라며 “먼저 출시되지 않으면 다 표절 게임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고찰하는 의견도 있었다. F개발사의 신기창 기획자는 “‘옛날 어디서 본 기획’이라는 말을 들을 때, 솔직히 찔릴 때가 있다”며 “기존에 나와 있던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서를 썼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경우 게임 개발에 있어서 내가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게임 개발을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표절이나 유사 게임이라는 소리에 대해서는 개발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만은 절대 결백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해!
2위는 ‘재미없다’라는 말이 차지했다. 개발이 끝나고 클로즈드 베타테스트를 진행 할 때, 게시판에서 유저들에게 많이 듣는다는 것이 응답자들의 중론. 게임성을 떠나 무조건 재미있어야하는 요즘 풍토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응답자들은 답했다. D개발사 그래픽파트 김시민씨는 “정말 열심히 개발해서 유저들에게 외면받는 것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며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장에서 사장되면 끝”이라고 말했다. 유저들의 욕설 또한 그들에게는 충격인 것으로 나타났다. G개발사의 김태석 프로그래머는 “매번 게임을 만들고 나면 악성 리플러들에 의해서 개발자들이 두 번 죽는다”며 “그들의 하나같은 답변은 게임이 무조건 재미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저들이 재미를 찾아 많은 게임을 해보는 것은 좋지만, 맹목적인 비판은 피해달라”고 덧붙였다. D개발사의 김수연 기획자는 “‘망해라, xx게임’ 식으로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악플을 달 때, 정말 게임 개발 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며 “‘재미도 없는 게임 접습니다’라는 식으로 글을 올려 주변을 선동하는 유저들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게임이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개발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재미만’이 주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었다.

게임은 돈이다?
3위는 돈과 관련된 이야기로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이 ‘돈의 논리’에 의해서 좌지우지 될 때 매우 서운하다는 의견. 영세한 개발사들이 아직 전체 개발사들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자금 압박이 심한 회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과 돈을 결부시켰을 때, 개발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F개발사의 이형석 PM은 “분명 처음 기획했던 게임을 만들었는데, 프로토타입을 보고 다시 개발하라는 윗분들은 말은 게임개발 의지를 꺾기에 모자람이 없다”며 “이유는 돈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H개발사의 김태일 PM은 “표절을 해서라도 잘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성보다는 ‘시장에서 잘 팔릴 것인가 안 팔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이미 ‘돈의 논리’ 앞에 게임도 잠식당했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 M개발사의 손태수 PM은 “이런(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게임 개발해봤자 좋은 게임이 나오겠느냐”며 “국내 게임시장은 물갈이를 한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A개발사의 이기석 PM은 “참신한 게임도 나와서 돈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경우 100%로 유저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 지나치게 상업주의에 치우친 게임 개발 문제는 앞으로 고쳐져야 할 국내 게임계의 공통 주제로 떠올랐다.

오늘도 집에 못 간다
개발자들이 게임을 중단하고 싶을 만큼 심한 말, 4위는 ‘야근이다’가 차지했다. 개발사들 환경이 열악한 것은 물론, 인력마저 부족해 자신이 해야할 일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중론. 여기에 지속되는 야근은 게임개발의 의지마저 꺾는 것으로 조사됐다. J개발사의 유한정 프로그래머는 “지속되는 야근으로 집에 일주일 이상,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개발 일 정상 또 야근을 해야한다는 말을 들을 때, 회사를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H개발사의 김기덕 프로그래머는 “일의 경중을 떠나 무리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시키면 개발자들의 일상은 없다”며 “일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어떻게 좋은 게임이 나오겠냐”고 반문했다. 개발사에서 1년 이상 일하면 모든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농담이 아니라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E개발사의 그래픽파트 김태양씨는 “얼마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계속 게임 개발에 몰두 해야하는지 고민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응답자들의 대부분이 야근을 한다고 해서 능률이 오르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자존심은 없다?
공동 4위(11명 응답)로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뽑혔다. 게임개발자들이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Z개발사의 그래픽파트 김성혁씨는 “게임 개발자도 사람”이라며 “실력이 없어서 못 표현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개발자가 무조건적인 만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C개발사의 김태우 기획자는 “하루에도 30장이 넘는 기획서를 쓴다”며 “모든 기획서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때면 ‘정말 이 일을 왜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저들의 반응 또한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 C개발사의 프로그래머 김유황씨는 “게임을 욕하면서 개발자들를 같이 욕하는 경우가 많다”며 “능력에 대한 이야기에 치가 떨린 만큼,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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