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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2024년 新 게임 트렌드 – 심플리피케이션(Simplification)

엔데믹 이후 엔터 경쟁 ‘심화’ ... 유저 소비 패턴 변화 ‘포착’
핵심 재미 압축한 장르 ‘선호’ ... 콘텐츠·BM 방향성 전환 ‘주목’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4.01.02 14:19
  • 수정 2024.01.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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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국내 게임업계 트렌드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엔데믹과 경기 불황, 세대 간 취향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심플리케이션화(간소화)된 게임들이 틈새시장을 넘어 부상하고 있다.
먼저, 오프라인 활동 재개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산업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새로운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게임 이용률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병행 소비가 가능할 정도로 간편한 게임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아울러 핵심 재미를 압축적으로 선사할 수 있는 게임 장르가 젊은 세대로부터 선호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사이에서는 ‘스낵컬처’로 대변되는 ‘틱톡’이나 ‘숏폼’ 영상처럼, 단시간·저비용으로 높은 만족감을 제공하는 가성비 게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더해 해당 게임들은 불경기 속에서 시장 파이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게임들의 콘텐츠와 BM(비즈니스 모델)에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콘텐츠 진입 장벽을 낮추거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간소화된 BM을 구축해 성과를 거둔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기존 게임성과 신규 트렌드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본지는 2024년 새해를 맞이해 심플리피케이션의 시대를 맞이한 국내 게임업계의 트렌드를 조망해 봤다. 
 

간편 게임 ‘급부상’
게임은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이에 적합한 엔터테인먼트로 게임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산업은 팬데믹 기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재개된 이후 엔터테인먼트 산업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게임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출처=2023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출처=2023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실제로 최근 국내 게임 이용률은 과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관련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0월 18일 ‘2023 게임이용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전국 만 10세부터 64세 일반 국민 10,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해당 조사에서 게임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2.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1.5% 감소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5.7%) 이용률을 밑도는 수치다. 
 

▲최근 간편 게임들은 인기 뿐만 아니라 매출 순위도 높다(출처=모바일인덱스)
▲최근 간편 게임들은 인기 뿐만 아니라 매출 순위도 높다(출처=모바일인덱스)

반면, 오프라인 활동을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회복을 넘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일례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2023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약 3,2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5%, 2019년 3분기(약 1,149억원)와 비교하면 약 184.7% 증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방치형을 비롯한 간편 게임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장시간 몰입해야 하는 게임보다는 다른 즐길 거리와 병행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게임이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플랫폼 인기 순위에서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간편 게임들이 매출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업계에서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래 세대·불경기 관통한 ‘가성비’
이용자들의 게임 소비패턴 변화와 경기 불황도 심플리피케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Z세대 및 알파 세대로 대변되는 10·20 세대 사이에서는 ‘틱톡’이나 ‘숏폼’ 등 짧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의 소비가 일상화돼 있으며, 동일한 소비 양태가 게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성비를 내세운 게임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출처=센서타워
출처=센서타워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모바일 RPG 매출의 비중 변화에서 잘 드러난다. 앱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의하면 모바일 MMORPG의 RPG 장르 내 매출 비중은 2019년 77%에서 2023년 69.5%까지 감소했다. 반면, 스쿼드(수집형) RPG는 2019년 12.7%에서 2023년 17.7%로, 방치형 RPG는 동기간 1.7%에서 4.4%로 매출 비중이 증가했다. 소수의 큰 손 이용자 의존도가 높은 MMORPG의 점유율 하락과 다수의 이용자에게 고루 매출을 확보하는 스쿼드 및 방치형 RPG의 상승세가 눈길을 끈다.
 

▲국내 모바일 MMORPG를 대표하는 엔씨소프트도 장르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제공=엔씨소프트)
▲국내 모바일 MMORPG를 대표하는 엔씨소프트도 장르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제공=엔씨소프트)

MMORPG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운 대표 주자 중 하나다. 높은 자유도와 경쟁 및 집단 콘텐츠, 정교한 BM의 조화로 막대한 매출을 창출하며 주류 게임의 자리에 올랐고, 게임사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러나 장시간 플레이와 높은 비용 지출을 요구하는 게임 구조는 최근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다르게 스쿼드 RPG의 콘텐츠는 크게 ‘숙제’로 불리는 일일퀘스트와 이벤트로 구성돼 있으며, MMORPG보다 훨씬 적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답파할 수 있다. 방치형 RPG의 경우 한발 더 나아가 게임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성장에 필요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을 정도로 극대화된 편의성을 자랑한다. 두 장르는 낮은 진입 장벽과 핵심 재미를 압축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젊은 세대를 비롯한 폭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하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흥행 사례로 가능성 ‘입증’
실제로 앞서 언급한 심플리피케이션 트렌드에 발맞춘 게임들이 작년 하반기 출시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타이틀이 바로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키우기’다. 해당 게임은 동사의 인기 원작 ‘세븐나이츠’ I·P를 기반으로 개발된 방치형 RPG로 ‘저용량’, ‘저사양’, ‘쉬운 게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출시 후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2위,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방치형 게임으로는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방치형 게임에 대한 업계 시각을 바꾼 ‘세븐나이츠 키우기’(제공=넷마블)
▲방치형 게임에 대한 업계 시각을 바꾼 ‘세븐나이츠 키우기’(제공=넷마블)

특히 해당 게임 개발진은 매체 인터뷰에서 젊은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패턴이 점차 짧아지고 있으며, ‘스낵컬처’와 유사한 스타일의 방치형 게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넓은 이용자층을 기반으로 한 박리다매형 수익모델이 금방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으나,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출시 3개월이 지난 현재도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 안팎에 머물면서 장기 흥행 대열에 합류했다.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과감하게 배제한 ‘뮤 모나크’(제공=웹젠)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과감하게 배제한 ‘뮤 모나크’(제공=웹젠)

기존 장르의 방식에서 벗어나 간소화된 BM을 채택해 성공한 사례로는 웹젠의 ‘뮤 모나크’가 있다. 해당 게임은 모바일 MMORPG임에도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배제하고 과금 선택지의 폭을 넓히는 시도를 통해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3위를 달성했으며, 이후에도 줄곧 한 자릿수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심플리피케이션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 일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2024년에도 이 같은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해 현재 방치형 게임을 개발 중인 한 게임사 대표는 “(방치형 게임이) 중소 게임사의 전유물이라는 평가는 옛말”이라며 “최근에는 중견·대형 게임사들도 자체 개발 및 퍼블리싱을 통해 동종 게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업계 한 전문가는 “모바일 MMORPG의 경우 경쟁 심화로 진입 장벽이 서서히 완화되고 있었으나 최근 그 속도가 빨라졌다”라며 “장르 불문하고 이용자의 소비패턴을 고려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임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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