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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이스포츠 강국을 유지하려면 [기고/스트리트 파이터5 국가대표 김관우]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24.01.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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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게이머 김관우 (제공=본인)
 프로게이머 김관우 (제공=본인)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게임을 알고 있을까. 만약 알고 있다면 그는 높은 확률로 40대가 아닐까 필자는 추측해본다. 
이 게임은 한때 오락실 최고의 대전 격투게임이었지만 지금은 마니아만 즐겨 찾게 되었다. 필자는 이 게임의 최근 버전인 ‘스트리트 파이터5’의 프로게이머이다. 또한 믿을 수 없게도, 필자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 게임을 종목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수상대 맨 위에 올라서자 필자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으로 활동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국내외 팬들의 도움과 응원을 받으며 각종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을 비롯해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최대 규모의 토너먼트 ‘캡콤컵’에서부터 이스포츠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된 과정까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우리나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스포츠에서만 금메달 2개, 은메달, 동메달 각각 1개씩을 획득했다. 게임으로 국위선양 했다는 것도 뿌듯했지만 지금까지 필자의 경험만큼이나 이스포츠의 성장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동네 오락실 게임이 전세계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드라마틱한 일인가. 아울러 이렇게 최고의 위치에서 그 위상을 이어가려면 어떠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할까.  
필자는 우선, 정부 차원에서 ‘종목 다변화’를 유도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까지도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도전한다는 것은 대부분 무모하고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공 확률이 매우 낮기도 하고 직업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비인기 종목이라면 더욱 부정적이다. 필자의 시선에서는 인기 종목으로만 지원이 쏠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보다 다양한 종목이 혜택을 받고 유망 선수가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 이스포츠 생태계가 안정될 수 있고 그 안에서 필자와 같은 프로게이머들도 선수 생활을 연장하면서 은퇴 이후까지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직업에 있어서 선수들의 자기관리와 스포츠맨십, 기량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이스포츠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그 안에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이다. 
우리나라가 이스포츠 강국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동료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은 물론, 열정과 노력이 한몫했다고 본다. 우리의 위상을 지켜가기 위해선 필자 스스로이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언제나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임하고, 상대 선수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스포츠맨십을 가져야 한다. 또한, 철저한 연습으로 기량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수면, 운동 등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경기력은 단순한 게임 연습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필자는 지난 선수 생활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필자가 어릴 적, 게임을 막 시작했던 시기에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어른들에게 혼이 나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자녀가 게임을 좋아하고 잘한다면 그 재능을 살려 프로게이머를 시킬지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을 종종 볼 때가 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달라진 만큼 산업으로서 또 모두가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로서 이스포츠 생태계가 잘 구축되고 발전되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 

■ 프로게이머 김관우는 누구
1979년생 김관우는 '스트리트 파이터5' 프로게이머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하고 이 종목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했으며, 본 대회에 출전해 전승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역사상 대한민국 이스포츠 종목 첫 금메달을 따냈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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