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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수영선수는 태생이 다르다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4.03.1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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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우나 모델, 아이돌을 보면서 잘생긴 외모를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균형 잡힌 몸매를 기준으로 보면 수영선수만큼 수려한 몸매가 도드라지는 경우도 드물다. 예전 박태환 선수가 자주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던 시기에는 필자 역시 박태환 선수의 몸매를 잠깐 동경했었다.

물론 필자는 잠시 동경한 것으로 끝났지만, 당시 많은 사람이 취미 혹은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으로 수영을 선택했다. 필자의 주변에도 많은 사람이 수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푸념과 넋두리를 들었다. 다들 자신의 몸매가 수영선수처럼 되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고, 어려서부터 해야 했다든지, 수영하는 동안 술을 끊었어야 했다든지, 더 자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고민했다.

이런 고민은 처음부터 잘못된 고민이다. 고민하는 당사자 앞에서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어 이 지면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속된 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인과 과정이 잘못된 것이다. 수영선수의 몸매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진 사람이 수영선수에 적합해서 수영선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인과관계가 잘못 이해되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존자 편향의 오류 (survivorship bias)”이다. 2차 세계 대전 중 미군은 전투기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하여 전투에 참여한 비행기의 외상을 분석했었다. 그 결과 좌우 날개 부분과 꼬리 날개 부분에 집중적인 외상이 발견돼, 이 부분에 대한 보강 계획을 진행했다. 그러나 연구원 중 한 명이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연구원의 주장은 비행기 면적당 공격을 받을 확률이 다르지 않은데, 조정석과 엔진 부분에 공격 흔적이 없는 것은, 그 부분을 공격당한 비행기가 귀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 인디 게임 제작사 대표와 제작 중인 신작 게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게임 평가에 대한 댓글을 보고 게임을 자주 수정하게 된다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게임을 수정해도 이용자 지표의 개선이 잘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확인한 것은 기본적으로 게임의 재방문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게임에 반영한 댓글은 게임에 애정이 있는 소수의 사람이 반복적으로 제시한 의견이었고, 떠나간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할 방안은 고민하지 않았다. 인과관계를 잘못 이해한 접근이었다.

많은 경우 게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소수의 의견은 이용자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수의 이용자는 의사 표현 없이 이용하거나, 그냥 게임을 떠난다. 재방문율이 낮은 문제는 떠나간 사람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남아있는 사람의 개선 요구는 게임의 개선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떠나간 사람들의 생각은 아니다. 날개와 꼬리 날개를 보강해도 비행기의 안정성이 높아지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조정석과 엔진 부분을 보강한 것처럼 효과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찾을 때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과만 보고 이야기하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10년간 매일 수영을 해도 수영선수의 몸매가 될 가능성은 없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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