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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베끼기'심각하다 ①

  • 지봉철
  • 입력 2002.07.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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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표절아닌가요?”
“그 게임도 베낀건데요. 베낀거 또 베꼈다고 문제될 거 있나요.”

모 업체 관계자가 던진 충격적인 말이다. 게임업계의 저작권 불감증이 아류작이 아류작을 낳는 도덕 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이같은 아류작들의 범람으로 인해 일부 업체들은 유료화를 앞두고 서로 비슷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상대의 눈치를 보는 헤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저작권 불감증이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자업자득이 된 셈.
아류작이 또 다른 아류작을 생산한 대표적인 예는 넥슨의 ‘BnB’. 저작권 분쟁으로까지 휘말릴 조짐을 보였던 넥슨의 ‘BnB’는 일본 허드슨사의 ‘봄버맨’의 아류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
‘봄버맨’은 지난 85년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기반으로 첫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수십편의 시리즈가 나오면서 세계적으로 1조원 가량의 관련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초장기 베스트셀러 게임. 문제는 넥슨의 ‘BnB’ 등 일부 게임들이 이 ‘봄버맨’의 기본 게임방식을 그대로 채택했다는 데 있다.
약간씩의 변형은 있지만, 큰 게임흐름은 ‘봄버맨’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 게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봄버맨’의 기본 무기인 폭탄을 물풍선 혹은 얼음 등으로 바꾼 것뿐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는 맵의 구성이나 시점, 캐릭터의 움직임, 등장 아이템은 ‘봄버맨’과 비교해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일본 허드슨사로부터 ‘봄버맨’의 판권을 획득하고 ‘봄버맨 온라인’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위즈게이트의 김상기 팀장은 “법적 대응 이외의 원만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해당 게임사와 협의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여러 업체에서 서비스되던 ‘테트리스’류 게임도 저작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거나 일정 수준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법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넥슨의 ‘BnB’를 비롯 아오조라의 ‘쉐이크 2’, 신해정보통신의 ‘서바이벌 범브’, 이스트엔터테인먼트‘고디범’, 시리아소프트의 ‘쿨러닝’, DJ엔터테인먼트의 ‘아이스랜드’ 등도 저작권 침해소지가 있는 게임들.
이에 대해 넥슨과 아오조라 관계자는 “단지 장르가 같은 게임을 모작이라고 한다면 국내 게임 업계에는 창작 게임은 없을 것”이라며 “ ‘Bn’B나 ‘쉐이크’만해도 프로그램적으로 전혀 다른 게임이기 때문에 별도의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으나 업체 개발자들과 게임전문가들은 “법적으로는 모작이 아닐 수도 있으나 개발자의 양심을 놓고 보면 베낀 게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모방과 아류작이라는 불명예도 그렇지만 최근엔 무분별한 모방작들 때문에 게임시장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누적가입자 1천만명, 동시접속자 30만명을 넘어선 넥슨의 ‘BnB’는 최근 유료화로 큰 골머리를 썩고 있다. 서비스 넉달만에 국내 온라인게임 관련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메가톤 게임 ‘BnB’가 이처럼 유료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유사 게임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
유료화 이후 사용자들이 비슷한 방식의 모방작품들로 대거 이동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쉽게 유료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회사는 최근 비슷한 아류게임으로 통하는 아오조라, 위즈게이트 등과 수차례 접촉, 유료화 일정을 이들 회사와 상당부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넥슨은 회원수 감소와 유료화 실패에 대한 부담이, 후발주자들은 넥슨의 유료화로 회원들이 자사 게임으로 유입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특히 ‘봄버맨’류의 라이트 게임은 게임의 특성상 여성과 유소년층에 인기가 높고 충성도가 높지 않아 넥슨이 ‘BnB’를 유료화 할 경우, 회원이 상당수 떨어져나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넥슨의 ‘BnB’가 수치상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게임이지만 아류작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자기 발목을 붙잡고 있는 셈이다.
결국 모방이 모방을 낳고 또 그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장 상황이 서로 업체간의 담합과 눈치보기를 부추기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 특히 게임전문가들은 게임업체들간의 담합이 형성되면 게이머들이 피해를 보며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담합이라는 편법으로 수익모델을 찾는 업체들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
‘BnB’의 유료화 방식이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게임평론가 박상우씨(36)는 “모방작에 범람은 결국 게임시장 자체를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며 “자신들의 게임을 남이 그대로 따라해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결코 모방작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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