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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로 겜심(心) 잡아라! <1>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4.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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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게임시장에서 MMORPG 기대작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른 온라인 게임들이 그러했듯이 공개된 트레일러에는 여전히 주제가 없어 게이머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등장 이후 게이머 입장이나 개발자 입장이나 MMORPG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지금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트레일러의 문제점을 꼬집어본다.

국내 게임 트레일러, 대부분 외적인 요소에 힘써
최근 국내 MMORPG 시장에서 하반기의 기대작들이 하나 둘씩 공개되고 있다. 어느 정도 클로즈베타를 할 수 있을 만큼의 개발도를 보이고 있다면 스크린샷과 컨셉아트와 더불어 빠지지 않고 게이머들에게 공개되는 홍보수단은 역시 ‘트레일러’이다. 실제로 게임이 구동되는 동영상인만큼 게이머들의 기대를 만들어내고 가장 정확한 판단기준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공개한 트레일러를 보면 게임의 주제가 무엇인지, 다른 게임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 심하게 얘기하면 그래픽, 엔진, 사운드를 자랑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하나의 포토 폴리오 같은 느낌마저 든다.
물론 그래픽의 우수함, 사운드의 우수함 등 겉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자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트레일러와는 조금 개념을 달리 한다. 트레일러는 게이머들에게 “우리 게임은 이것이다!”라고 전달해주는 미디어 장치이자 홍보수단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들의 대부분(특히나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자금력이 많이 들어간 작품)은 화려한 그래픽, 화려한 스킬, 웅장한 사운드를 보여주는데 급급하다.

개발사에서 자신감 있게 설정한 게임의 특징과 시스템들이 존재한다면 분명히 이런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놨을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국내 게임 트레일러의 대부분은 외적인 요소밖에 보여지지 않고 있다.

게이머들은 더 이상 껍데기에 속지 않아
영화의 트레일러는 온라인 게임의 트레일러와 같은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한 사람이라도 게임을 더 하고 싶게끔 하여 게임을 다운받아 접속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일테고 영화의 트레일러 역시 영화관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영화의 트레일러는 특히나 교묘하다. 영화 장면에 엑기스가 되는 부분만을 추출해놓고 이것이 영화의 아주 일부분인양 포장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헐리우드 영화의 경우 이러한 뻔뻔함과 교묘함이 놀라운 경지를 보여주는 트레일러도 많다. 국내 영화의 트레일러만 해도 트레일러를 보면 기대가 안 되는 작품이 거의 없을 정도로 트레일러의 수준은 높아져있다. 앞서 얘기한대로 엑기스만을 추출하고 구성하여 굉장히 재밌을 것만 같이 트레일러의 내용이 구성 되지만 적어도 트레일러에서 “이 영화는 무엇이다”라는 것쯤은 담아내고 있다.

국내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의 트레일러를 기억한다면 떠올려보라. 왕의 남자의 트레일러가 뛰어난 연출이나 연기자들의 화려한 연기에만 내용을 집중시키고 있는가를 말이다. 적어도 ‘왕의 남자’의 트레일러를 본 사람들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독특한 설정에 매료되면서 “또 뻔한 사극 영화잖아” 혹은 “황산벌 감독 또 뻘짓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시대적 배경을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과연 광대가 왕을 어떻게 가지고 놀까?” 혹은 “사연이 있는 선비가 왕을 암살하기 위해서 광대로 변장하는걸까?”라는 등 여러 가지 상상력을 발휘하며 영화의 내용을 궁금해할 것이다. 게다가 결과론적으로 이 영화가 인기를 얻은 데에 큰 몫을 한 ‘이준기’라는 새로운 코드의 캐릭터조차 트레일러에서는 전면적인 흥행코드로 내세우고 있지 않았다.

반면 인기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을 너무 전면에 내세운 트레일러는 연기자의 역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될 뿐이지, 정작 영화의 내용에는 흥미가 덜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도 그래픽과 사운드의 전달에만 집중하면 정작 게임내용에 대해서는 흥미가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물론 전면적으로 전작의 인기나 스타인기를 빌린 영화가 잘 되는 경우도 국내 영화가 몇 년간 급성장해나가는 동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서서히 시장에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 않는가? 이것은 비단 영화계의 상황이 아니라 국내 MMORPG 시장에서도 같은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영화관객들이 더 이상 스타마케팅에 속지 않는 것 처럼 게이머들도 더 이상 화려한 그래픽에 속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임트레일러, 게임의 특징을 담아내야
얼마전 하반기 MMORPG 기대작인 NHN의 ‘R2’와 예당온라인의 ‘프리스톤 테일 2’의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되었다. 대부분의 많은 게이머들은 ‘R2’와 ‘프리스톤 테일 2’의 외적인 부분을 보고 “기대된다”는 평가를 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유저들은 “다른게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한번쯤 가져봤을 법도 하다. 클로즈 테스트가 얼마 남지 않은 게임이 보여준 것이라고는 ‘화려한 그래픽’, ‘전투’, ‘스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제 게임은 서비스 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트레일러만큼은 MMORPG게임들이 보여주던 트레일러의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의 특징을 담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전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를 통해서 공개된 일본 닌텐도사의 ‘젤다의 전설 DS : 환영의 모래시계’의 트레일러를 보면 단순히 게임의 수준뿐만 아니라 트레일러의 수준도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과 듀얼스크린을 지원하는 휴대용 하드웨어인 NDS로 실행되던 젤다의 전설 신작은 듀얼스크린은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 게임이 되는 것이고 터치스크린은 어떻게 이용되는 게임이 되는지를 짧은 트레일러속에 빠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NDS치고는 굉장히 뛰어난 쉘쉐이딩의 그래픽은 기본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터치펜으로 궤적을 그려 부메랑을 던지는 모습은 게이머들로 하여금 “어서 터치 스크린을 사용한 젤다를 해보고 싶어”라는 느낌이 절로 들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것이 바로 트레일러에서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이 아닐까?

최근 오픈베타 서비스를 한 게임들 중에서는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트레일러는 인상적이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트레일러를 보면 MCC 시스템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고 “우리는 타격감에 많은 신경을 쓴 게임이다”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간간히 게임내의 아름다운 배경 그래픽을 보여주기도 하며 게이머들을 유혹했다. 적어도 MCC 시스템, 스탠스 시스템, 타격감, 아름다운 마을의 배경 정도를 게이머들에게 각인시켜 주고 있다.

이렇듯 게임의 트레일러는 게이머들에게 그 게임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게이머들이 왜 그 게임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전투가 그래픽이 화려해졌다는 이유만으로 “해야한다”라고 주장하기엔 현 시대에서는 너무나 설득력이 부족해졌다. 리니지 2가 대규모의 공성전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종족간의 전쟁 및 각 종족 캐릭터들의 특징을 전면에 내세운 트레일러를 만들었듯이 좀 더 명확한 특징이 담긴 트레일러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의 성공과 실패는 게임의 완성도에 따른 별개의 문제이지만 게임 트레일러는 게이머들에게 “우리 게임은 이렇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홍보하는 수단이자 일종의 약속이기도 하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단순히 주목끌기 식의 단순한 전투위주의 트레일러보다는 센스넘치고 게임의 특징을 잘 살린 수준 높은 트레일러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영화관객들 처럼 센스있고 교묘하게 흥미를 유발시키는 트레일러로 우리 게이머들을 마음껏 속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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