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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게임회사 취업 기준 모호] 게임사-지망생 공감할 실력 검증의 場 ‘태부족’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8.10.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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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 다른 취업기준으로 교육부터 흔들려 … 경진대회, 자격증 등 확실한 대안 있어야


게임회사 도전 3년차인 게임기획자지망생 J씨. 3년동안 총 100여곳에 원서를 냈고, 이중 20여곳에 면접을 봤다. 한결같이 돌아오는 답변은 ‘포트폴리오 부족’이었다. 무려 A4 3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제출해보기도 했고, 컨설팅업체의 도움도 받아봤지만 그의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J씨는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게임회사의 취업기준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따름”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는 비단 J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게임학과 졸업생 82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74%(61명)이 “명확한 취업 기준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개별 대화를 통해 질문한 결과 대부분 ‘취업기준 = 포트폴리오’라는 인식만 있었을 뿐,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준 조차 불일치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실무진들 조차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N사의 C팀장은 “신입사원이 접수하는 포트폴리오 중 태반은,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자신의 작업물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 자료를 바탕으로 취업을 결정짓기에는 무리수가 뒤따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6년 동안 직원을 뽑아본 결과 포트폴리오를 보는 것이 가장 명확한 판단기준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심지어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경력자라 할지라도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거나, 타인이 작업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쓴 ‘먹튀’인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게입 업계의 취업문턱은 높아만 가고, 신입 개발자들은 점점 귀해져가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지망생 입장에서 유일하게 입증된 ‘취업 등용문’으로 평가받는 기준도 있다. 각 게임사나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개최하는 게임 공모전이다. 게임개발사들은 자사가 주최하는 공모전에 수상했을 경우 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고 있다 . 또,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최하는 인디게임 공모전은 수상자가 발표된 전후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팀원들이 게임사에 입사하는 추세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는 공모전을 주최할 수 있고, 입상자들로부터 선호받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는 내용일 뿐”이라며 “대부분 팀 프로젝트 공모전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개인의 실력을 판별하기도 까다롭다”고 밝혔다. 지망생들도 “수만명 중에 한 열명 남짓한 이들만 수상하는 기준에 부합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초특급 엘리트가 아닌 이들도 실력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하다”고 답변했다.



이들을 위한 대안도 일부 존재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인증한 게임기획전문가나 게임그래픽전문가 등이 좋은 예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쓸모없는 자격증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출제되는 문제나 작업 퀄리티가 사실상 실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기본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실도나 열의 등에서 약간의 추가점을 줄 뿐, 확실한 채용 기준은 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학과 교수는 “IT를 비롯한 여러 업종들은 자신의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경진대회나 자격증 시험이 다수 열린다”며 “게임 업계에도  이러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진대회나 자격증은 개인의 실력을 입증하는 역할 뿐만아니라, 개인이 공부를 하기 위한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체계적인 교육제도를 확립할 수 있고, 업체 측 입장에서도 보다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게임산업이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아직 인재 채용부분은 걸음마 단계”라며 “기업과 학교, 정부가 연계해 보다 실질적인 채용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향후 게임산업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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