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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정보표시장치 특혜 논란] ‘실수 vs 특혜’ 논란에 아케이드 업계만 ‘골병’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8.10.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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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점 사업권 가져도 이득 크지 않아… 불필요한 법적 기준에 업계도 관계부처도 난색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기만, 이하 게임위)가 비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를 감시하기 위한 장치인 운영정보표시장치 제조 사업과 관련해 모 업체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지난 5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게임위의 사업자 선정 과정 상에 의도적인 특혜로 볼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게임위 측은 단순 실수 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게임위 측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납득하는 분위기다. 운영정보 표시장치 사업 자체가 특혜를 줄 만큼 이득이 큰 사업이 아니라는 공감대 때문이다. 오히려 경품 지급 방식의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가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된 가운데 운영정보 표시장치는 아케이드 게임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는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 5월 운영정보표시장치(일명 블랙박스)의 제조에 대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 여기에 삼지전자 컨소시엄과 대원미디어 컨소시엄 그리고 손오공 등 몇몇 업체가 입찰을 한 것. 심사 결과 삼지전자 컨소시엄이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에 비해 총점에서 3점이 높아 우선순위 협상자로 선정됐다. 또한 2위를 한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은 차선순위 협상자로 선정됐다.


[단순 실수로 인해 의혹 불거져]
그러나 국정감사 결과 채점 과정에서 다소 문제점이 발견됐다.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이 특정 항목에서 최하점인 12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9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작 3점차로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이 탈락했기 때문에 충분히 의혹을 살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게임위 측은 이러한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채점 오류일 뿐 특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후 게임위는 즉각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을 차선순위협상자에서 공동순위협상자로 정정해 발표했다. 이번 운영정보표시장치 사업자 선정 실무를 총괄한 조동면 사후관리팀장은 “세 번이나 검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데 대해서는 게임위가 정말 미숙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총점이 1010점인데 고작 3점차로 조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각 카테고리 별로 최고 점수 부여자와 최저 점수 부여자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산정하는데 9점으로 잘못 점수를 준 심사위원이 누락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해당 심사위원이 삼지전자 컨소시엄보다 오히려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에 점수를 더 부여했음을 보여주는 만큼 이는 비리가 아닌 단순 실수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혜 줄 정도로 대단한 사업 ‘아니다’]
조동면 팀장은 오히려 이번 사업 자체가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사업인데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정보표시장치를 필요로 하는 시장 수요는 연간 최대 3만대 정도인데 기계 대당 가격이 평균 13만원이라며 제품원가를 제외하면 업체에서는 대당 2~3만원 정도에 이익 밖에 남지 않아 독점으로 사업권을 준다고 하더라도 해당 사업자가 충분한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초기 설비 투자비용이 10억원 정도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현재 시장상황에서 복수로 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두 업체 모두 적자가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힘들다고 조 팀장은 설명했다. 또한 만약 수요가 늘어날 경우 추가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복수사업자 선정을 주장한 한국 어뮤즈먼트 산업 협회(회장 홍일래, 이하 협회) 쪽도 동감하고 있다. 협회 실무를 맡고 있는 김상수 과장은 “보통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는 경품식으로 돼야 어느 정도 영업이 되는데, 비경품용 게임기의 경우 연간 수요는 고작 3만대 이하일 것”이라며 “이 역시 자리를 잡고 서비스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조 팀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또 “원래 운영정보표시장치는 파칭코나 릴게임이 산업으로 굳어진 일본이나 이탈리아를 벤치마킹한 제품으로, 비경품용이 아닌 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에 도입하기 위해 2006년 처음 추진된 사업”이라며,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 자체가 법적으로 심의를 받을 수 없게 되자 법이 바뀌어 비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에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한 관계자 역시 “회원사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복수사업자 선정을 주장한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대단한 이권이 개입돼 있지 않은 사업에 특혜논란이 계속된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운영정보표시장치 사업이 향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비록 현재로서는 비경품용에 한해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를 심의 후 설치할 수 있지만, 향후 규제가 완화돼 경품용 게임기의 규제가 풀릴 경우 시장 수요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민 정서상 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가 합법적으로 국내에 풀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본다”며 “게다가 갈수록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아케이드 산업을 감안하면 수년간은 운영 정보 표시장치의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규제에 논란만 확산]
이 가운데 운영정보 표시장치 사업자 선정 특혜 논란에 앞서 애당초 잘못된 탁상 행정에서 일어난 규제로 인해 일어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바다이야기와 같은 경품 지급 방식의 성인용 아케이드게임기를 위해 고안된 장치를 비경품용 게임기에 붙인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규제라는 것이다. 게임위 한 관계자 역시 비경품용 게임기에 이러한 장치가 불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하면서도, 현 법률상 심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를 선정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협회 측 역시 이미 회원사들이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심의라도 빨리 받기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운영정보 표시장치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경품용 게임기의 심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일 뿐, 비경품용 게임기의 경우 상품 출입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개·변조 우려가 없어 이를 장착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사업자 선정이 늦어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파문 등으로 인해 사행성 우려가 없는 비경품식 아케이드 게임기를 준비한 사업자들까지도 그동안 제대로 된 심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아케이드 업체 사장은 “당장 법 개정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차라리 빨리 기준이 마련돼 심의라도 받아서 제품을 내야 숨을 돌릴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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