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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 리니지3 기술유출 사건 선고공판] 게임판 상하이자동차? 유죄판결 남겨진 숙제는...

  • 김상현 기자 AAA@khan.kr
  • 입력 2009.07.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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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게임 기술유출 관련 첫 판결로 향후 파장 클 듯 … 개발자들의 이직 및 처우 개선 악영향 우려의 목소리도


엔씨소프트로부터 ‘리니지3’ 기술유출 혐의로 형사고발됐던 전 ‘리니지3’ 개발자 박 모씨 등 5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조한창 부장판사)는 박 모씨 등 5명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짓고 박 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온라인게임 기술유출과 관련된 첫 형사 공판으로 향후 ‘온라인게임 기술유출 사건’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몇몇 신생·중소개발사들의 경우 핵심 개발자가 그 동안 개발했던 자료를 몰래 들고나와 타 업체 게임 개발에 활용했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판결이 향후 개발자들의 이직 및 처우 개선 등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 엔씨소프트는 사내 보안과 관련해 입구에 검색대를 설치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번 엔씨소프트의 ‘리니지3’ 기술유출 사건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리니지3’ 개발을 총괄하고 있던 박 모씨가 ‘리니지3’ 기획서를 갖고 일본 게임업체와 접촉해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박 모씨가 타 게임업체로 투자를 받으려 했던 이유는 엔씨소프트의 처우가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3’에 대한 기술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지난 2007년 2월에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검찰이 기술유출 사건에 경위를 조사하고 형사소송을 진행, 지난 6월 26일 박 모씨 등 5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기술유출은 국익과 직결된 문제]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서 대부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생·중소 개발사들은 이번 판결로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을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게임 개발 프로세스에서 인력과 기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 개발자 혹은 기술이 빠져나갔을 때 그 피해는 실제로 엄청나다. 인력 및 기술이 유출됐을 때, 최악의 경우 그 프로젝트가 완전히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 온라인게임 개발사 한 CEO는 “온라인게임은 기술 집약 산업으로 인력과 기술이 회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인력과 기술 유출은 회사의 존폐와 바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기술유출은 국익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중국 등 후발 국가들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의 위상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기술력뿐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연간 온라인게임 수출 10억불을 달성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에게 핵심 인력 및 개발 기술이 넘어간다면 이후 수출 전선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선에서는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의 소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내가 개발한 나만의 자산이라는 개발자들의 마인드는 매우 위험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발자들의 인식이 변화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 국내 신생 개발사들의 환경은 아직까지도 척박한 것이 사실이다


[개발자들의 능력에 맞는 대우 필요]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3’ 기술유출 사건을 계기로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사옥 입구에 설치된 검색대는 공항 입·출국 검색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
개발사들의 기술유출 보안도 좋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런 기술유출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기술유출 문제를 개발자들의 도덕적인 책임만으로 미루기에는 국내 개발사들의 환경이 너무나 척박하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와 같이 체계적인 개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메이저 개발사에서도 기술유출이 일어났다면 알려지지 않은 신생·중소 개발사들의 기술유출은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신생개발사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값싼 임금에 격무에 시달리는 개발자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소위 말하는 대박을 꿈꾸며 현실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박 이후에도 개발자들이 받는 보상은 그리 크지 않다. 안정된 게임사로 이직하고 자신의 이력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젝트만 골라서 하는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는 세태가 그 반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좋은 조건을 좇는 개발자들을 비난할 수 만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임업체 한 개발자는 “기술유출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일지만, 이번 판결이 개발자들의 이직이나 처우 개선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유출의 근복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의 인식 개선은 물론 CEO들의 경영마인드 변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동시에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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