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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사마의 게임캠퍼스 이야기 #1]잘 가르치고 싶다!

  • 박병록 기자 abyss@khplus.kr
  • 입력 2012.12.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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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른 두 살 먹은 한눈에 봐도 모범생일 것 같은 친구가 편입시험을 보러 왔다. 이름대면 다 알만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게임 개발을 하고 싶다며 다시 학교를 다니겠단다.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십 수년 전 내 모습이 오버랩 됐다.

나역시 29살에 하던 일 다 관두고 오로지 게임을 만들겠다며 편입시험을 치렀으니까… 국내에 게임관련 학과가 처음으로 개설됐던 그 때 당시의 게임교육 환경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열악했다. 너무나 게임개발을 배우고 싶었던 내 간절함을 절대 채워줄 수 없었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물론 존경하는 지도교수님께서 그 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지 오랜 시간이 흘러 나 역시 게임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학생의 입장이었던 당시에는 불만으로 가득 차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게임산업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국내게임교육계는 어떠한가?

게임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니 게임교육계도 비례해서 성장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국내 대학에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의 인기와 함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게임학과들은 게임개발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게임학과 졸업생들에 대한 업계의 불신만 양산하고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기에 편승해 과감히 내지른(?) 덕분이었다.

고스란히 그 피해는 게임개발자가 되겠다며 학교에서 젊음을 불사른 학생들이 떠안아야 했고 업계는 학교에서 뭘 배웠느냐며 그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게임학과 졸업생 표딱지를 붙여줬다. 1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솔직한 대답은 ‘글쎄’이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이다.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전반적인 게임업계의 게임관련학과 졸업생들에 대한 선호도는 낮다고 볼 수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게임업계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쓸만한 사람이 없다.’ 안타깝다. 물론 개발하기도 벅찬데 언제 가르쳐서 언제 써먹느냐는 업계의 현실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는 조금씩 짬을 내서라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는데 게임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은 게임교육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야구단을 창단하는 것 보다는 게임관련 학교를 짓고 후원하는 것이 게임으로 성공한 기업이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되돌려 줘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잘 가르쳐야지 맘먹고 학생들과 함께 한바탕 뒹군 시간 동안 절실히 깨달은 점은 바로 ‘혼자는 안 된다’였다. 잘 가르치려면 게임업계와 교육계가 갑과 을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서로 협력하고 공생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농부와 밭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게임업계 여러분! 잘 가르치고 싶습니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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