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2(PS2)를 국내에 배급하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소니)의 한 관계자조차도 “게이머들이 중고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구입해 비디오게임시장이 빠르게 자리잡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이렇게 싼 중고게임만 찾다 보면 신작을 내놓은 유통사들은 언젠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게임유통사들 사이에서는 중고가 나오면 신품 게임판매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해 있다. 신작 게임을 출시할 경우 며칠 혹은 몇 주 만에 중고품이 나오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중고게임의 문제는 국내의 고질적인 게임유통의 병폐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A상가의 중고게임 매매실태를 살펴보자. A상가는 6만원짜리 정품 비디오게임을 소비자들에게 5만원에 판다. 무려 1만원 가량이 싼 것이다.
당연히 다른 상가보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A상가는 왜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손실액을 만회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A상가는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품게임을 6만원으로 팔때보다 더 이익을 얻는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A상가는 5만원에 판 게임을 2~3개월 뒤 2만5,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 게임을 되산다. 이미 게임을 즐겨볼대로 즐겨본 게이머들은 이 가격에라도 게임을 팔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A상가는 2만5,000원의 산 중고게임을 다시 4만5,000원에 중고게임을 찾는 게이머들에게 다시 판다. 결과적으로 볼 때 A상가는 정품게임을 제 가격에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게 된다.
게이머들이 싸게 판다는 소문을 듣고 A상가를 자주 찾게 됨은 물론, 중고게임 매매를 통해 정품 게임을 제 가격에 판매할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 때문에 다른 소매상가에 대한 타격으로 인해 유통구조가 상당히 취약해진다는 것과 중고매매로 인해 정품 생산이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는데 있다. 전체적인 비디오게임시장이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타격을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