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도 상당하다. 아이템거래 사이트의 하나인 I사의 경우, 지난 12월부터 올 6월까지 한게임 사이버머니의 거래액이 20억을 훨씬 뛰어넘었다(표1 참조). 이 금액은 현재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표1> 아이템 거래 사이트 I사의 한게임머니 현금거래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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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 3억 1천 4백만원
2003년 1월 | 3억 2천 5백만원
2003년 2월 | 3억 2백만원
2003년 3월 | 3억 6천 2백만원
2003년 4월 | 5억 4백만원
2003년 5월 | 4억 5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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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게임 사이버머니가 이미 실물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만큼의 환금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한게임 사이버머니와 관련된 불법업자들이 제작팀, 대여팀, 사이버 머니 도매상, 소매상으로 조직화해 전국에서 수백개가 암약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사이버머니 범죄는 조직적으로 사이버머니가 환금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사이버 머니 자동수집 프로그램에 입력한 뒤 게임사이트에서 사이버 머니를 마구 수집해 돈을 받고 게이머들에게 판 김모(33)씨와, 김씨에게 35만명의 개인정보를 넘겨준 S신용정보 직원 이모(32)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4월 전북 정읍에 컨테이너 가건물 3개를 마련하고 컴퓨터 1백여대를 들여놓은 뒤 ‘업자팩토리’라는 프로그램을 구동해 한게임에서 한달 동안 6경원 가까운 사이버 머니를 모았다.

‘업자팩토리’는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한게임에 게임 계정을 만들고 계정들끼리 자동적으로 게임을 실행해 특정 계정에 사이버 머니를 몰아주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암시장에서 4백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은 무려 5경9천조원의 사이버 머니를 모은 뒤 현금으로 되팔아 7천여만원을 챙겼다.

특히 아이템거래 가격은 한게임의 수익모델의 핵심인 아바타 패키지와 이와 함께 충전해주는 사이버머니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한게임에서 사이버머니를 적립해주면서 판매되고 있는 포커팩이 현금거래가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머니 현금거래가 문제가 되고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게이머들끼리 직접 현금거래를 하는 것이 아바타 등을 살 때보다 싸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커팩의 기준이 사이버머니 현금거래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현재 거래되는 사이버머니 현금가격의 산출근거를 보자. 현재 현금 거래되는 사이버머니는 50조에 8만원이다. 한게임에서 50조원을 포커팩을 통해 구입할 경우, 포커마스터팩을 10개를 사야한다(표2 참조). 가격으로는 9만 5천원이다.

여기에 한게임 플러스 회원일 경우 가격이 훨씬 싸진다. 9만원내외에 가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금거래가격은 9만원보다 약간 싼 8만원에 거래되는 것이다. 한게임에서 서비스로 준다는 사이버머니가 환금성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표2> 현재 한게임에서 판매되는 포커팩의 가격과 포커팩을 살 경우 충전해주는 사이버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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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커마스터팩 | 포커프로팩 | 포커아마추어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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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9500원 | 7800원 | 6100원
하수이상 | 5억원 적립 | 4억원 적립 | 3억원 적립
초인이상 | 5조원 적립 | 4조원 적립 | 3조원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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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게임 자체가 이런 사이버 도박시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게임을 통해 1천여만원을 잃었다는 영등포의 이모씨(35)는 “9만원 정도면 합법적으로 50조원을 충전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싸다면 이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심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단순한 디지털기호에 불과한 사이버머니를 게이머들은 왜 현금으로 구입하기 위해 나서는 것일까. 이는 한게임의 게임시스템과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에 근거한다. 도박이란 우연성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것이다. 법률로 도박을 금지하는 이유는 도박이 사행심을 조장해 건전한 근로의욕을 상실케 하고,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게 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한게임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은 하층민인 평민에서 초인인 신에 이르기까지 계급이 정해진다. 1조원 이상의 사이버 머니가 있어야 ‘신’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도박의 습성상 이것은 모두 우연에 의해 일어난다. 평민이 신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등급이 낮을수록 ‘신’ 등급에 오르기가 어렵다. 판돈이 작고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이머들도 그만그만한 판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큰돈과 등급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시간 게임을 즐기던가 한게임에서 제공하는 광고를 보거나 사이트의 회원가입을 해야한다. 또한 한게임에서 제공하는 포커팩이나 아바타를 구매해야 한다. 따라서 성질 급한 게이머들이 게임머니를 구하기 위해 포커팩이나 아바타를 구입한다. 이보다 더 싸게 사는 방법은 현금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이버머니가 사이버상의 디지털기호라 할지라도 이를 구하기 위해 적어도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1주일 이상을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간은 다른 더 쉬운 방법을 강구한다”며 “특히 우연성에 기초한 도박은 여기에 더한 자극이 가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한게임의 사이버머니 간접충전방식은 현금을 받고 사이버머니를 충전시켜준다는 점에서 도박개장죄(형법 제247조)의 법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도박개장죄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위한 장소 및 설비를 제공함으로써 성립하는 죄이다. 한게임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 사이트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형법상의 도박개장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사이버수사대의 한 경찰관은“한게임 이용자중 일부는 신용카드까지 사용해가며 거액을 잃는 등 한게임이 도박장으로 인정될 만한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이버머니의 실제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사이버머니가 현행법상 재물로 보기 어렵기 때문. 그러나 실제로 현금을 받고 사이버머니가 충전된다는 점이 입증돼 도박개장죄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겜포커연구회(cafe.daum.net/casinoroom) 운영자 신모씨(39)는 “한게임에서 사이버머니는 곧바로 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한게임에서 사이버머니를 충전할 수 있는 포커팩 등의 판매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한게임은 지난 분기 179억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배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6조원의 사이버머니가 지급되는 ‘포커마스터’ 패키지는 지난 2월부터 판매됐다.

현재 한게임에서 제한하고 있는 1인당 구매 상한가는 20만원. 포커마스터팩 아이템이 9천5백원인 점을 감안할 때 20개 정도까지 구입이 가능하다. 1인당 3개의 아이디를 개설할 수 있어 이 경우 아이템 구입 한도는 60만원으로 늘어난다(본지 64호).

한게임의 한 관계자는 “한게임은 약관 및 정책공지를 통해 한게임 게임머니에 대한 거래 일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이를 위반한 회원들에 대해서는 제재 및 형사고발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게임은 자사의 사이버머니가 현금으로 거래되는 중개사이트들에 대해 권고문을 보냈고 채팅창을 없애 사이머머니가 거래되는 통로를 규제하는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머니가 간접적으로 현금으로 충전되는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사이버머니 관련 범죄가 줄어들 여지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