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모를 짐승이 갇혀있는 우리를 들먹이거나 힘만 쎌 것 같은 차력사를 내세워 사람들을 불러모은 다음 한참 흥이 오를만한 때에 잽싸게 약을 팔아재끼는 게 약장사들의 술수였죠.
화려한 언변과 분위기 만들기로 알수 없는 약을 기어이 사들게 만들었던, 지금은 농촌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약장사의 전통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듯 합니다.
이 게임, ‘서부의 약장수(Freddy Pharkas)’를 보면 개척시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웃음짓게 됩니다. 약장수의 전통을 유감없이 증명하는 이 게임은 제목 그대로 서부 개척시대 약을 팔아 치워야 하는 운명을 지닌 약장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1880년대 시대배경에 맞게 알 수 없는 재료들로 정체모를 약을 만들어서 팔게되는 ‘서부의 약장수’는 발랄해 보이는 게임화면과 달리 신랄한 풍자와 블랙유머가 가득한 게임입니다. 물론 상당히 난이도 있는 영어수준 탓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래리’의 제작자가 개발한 게임답게 유머와 위트는 어느 게임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후 약장사라는 컨셉을 따온 ‘마법사가 되는 방법’ 등의 게임이 등장하면서 새삼 조명을 받기도 했던 ‘서부의 약장수’는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를 찾아내는 재미 이외에도 게임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암호책을 제공합니다. 참을성 있게 해석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명작 매뉴얼이라고 할까요.
또 하나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엔딩크레딧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약장수의 진짜 쇼는 그때부터 시작되니까요^^
박성준 | roco@esof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