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시도는 게임쪽에서는 벌써 오래된 일입니다. 바로 한때 어드벤처 게임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던 시에라의 대표작, 성인용 게임을 표방하면서 블랙유머나 풍자를 통해 성인용이라고 해서 결코 싸구려 삼류영화 같은 게임이 아님을 증명했던 게임, 바로 ‘레저 스위트 래리’(Leisure Suit Larry, 래리 시리즈)입니다.
총각 래리의 신부감 찾기로 요약되는 이 게임은 자극적인 화면보다는 농담과 풍자로 이뤄진 게임입니다. 매력남하고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래리지만 특유의 허풍과 터무니없는 행동으로 아슬하게도 시나리오를 이끌어 나갑니다. 마치 게임계의 ‘오스틴 파워’ 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아쉽게도 마치 오스틴 파워가 그랬듯이 미국의 문화가 짙게 배어있어 타 문화권에서는 쉽게 동조하지도 못하고 맘껏 웃어넘기기도 어려운 장면이 많습니다. 이 게임이 미국에서는 대히트를 기록하고도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어쨌든 어른들도 즐기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래리 시리즈는 폭발적인 인기를 토대로 아직도 후속작이 개발될 만큼 끊임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수작입니다. 어드벤처 명가 시에라의 최후의 자존심 같은 게임이기도 하지요.
한가지 이 게임에는 추억의 핫키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름하여 보스키. 사무실에서 몰래 게임을 하다가 들킬 경우에 대비해서 이 키를 누르면 바로 엑셀과 비슷한 화면으로 전환됩니다. 윈도 기반인 요즘에야 ‘Alt-Tab’으로 간단히 해결되지만 도스 기반이었던 당시, 성인용 게임을 몰래 사무실에서 즐겼을 열혈 게이머들을 떠올릴 수 있어 더욱 즐거워지네요.
박성준 | roco@esof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