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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비밀병기 '길드워' 뜬다

  • 지봉철
  • 입력 2004.10.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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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엔씨소프트가 미국의 게임회사 아레나넷을 인수한다고 발표할 때 국내외 언론들의 비난이 들끓었다. 비록 아레나넷이 블리자드 출신의 개발자들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아무런 검증도 없이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것은 엔씨소프트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잇달았다.

더군다나 블리자드는 차근차근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준비중에 있어 엔씨소프트가 블리자드 출신이라는 간판을 내세우기엔 아레나넷의 역량이 너무 약해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블리자드가 자사의 간판 개발자들을 온라인게임 개발을 앞두고 쉽게 내보냈겠냐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 근거였다. 엔씨소프트가 한물간 먹튀선수들의 영입하고 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2003년 미국 최대의 게임쇼인 E3 현장. 엔씨소프트가 북미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첨병으로 꼽은 ‘길드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18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인수한 아레나넷이 세상에 처음으로 게임을 내놓은 것. 블리자드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현장은 쉽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의 라이벌구도가 형성됐다.

엔씨소프트는 물론 블리자드에게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E3 전시장에 관심은 온통 이 두 게임의 흥행대결에 쏠렸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블리자드의 손을 들었다. 관객동원면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길드워’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도 당시 “전략시뮬레이션요소가 삽입된 ‘길드워’와 정통 롤플레잉게임(RPG)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시장이 서로 다르므로 어느 게임이 우월하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낼 정도였다.

2003년 E3 어워드는 후보작으로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엔씨소프트의 ‘시티오브히어로’를 선정했다. E3 어워드는 E3 전시회 이후 수상하는 상으로 수상작은 명실상부한 각 부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게 된다. 엔씨소프트의 ‘길드워’는 자사의 ‘시티오브히어로’에도 밀린 것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의 경쟁이 무의미해 질 판.

하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압승”이라고 선언을 하지만 승부의 추는 완전히 기운 것이 아니었다. 관람객들은 분명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찾았지만 전세계 게임평론가들은 ‘길드워’를 눈여겨 봤던 것이다.

미국의 유명게임웹진인 IGN은 엔씨소프트가 E3게임쇼에 전시한 온라인게임 ‘길드워’를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게임에 수여하는 ‘Sleeper hit’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각 언론매체의 평론가들은 행사장의 화려한 조명뒤에 숨겨진 ‘길드워’의 참맛을 이해했다. ||그리고 올 5월에 열린 E3. 전세계 게임관계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주인공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아니고 ‘리니지’도 아니었다. E3가 열린 3일간만 한시적으로 접속을 허용했던 ‘길드워’에 무려 20만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게이머들이 접속한 것. 이 사건으로 E3 현장의 분위기는 ‘길드워’로 쏠리게 됐다. 당연히 ‘길드워’는 E3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

현장반응에 고무된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도 “길드워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고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성공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길드워가 리니지2와 시티오브히어로를 이을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미국법인 마케팅 총괄담당자인 프레드 슈미트는 “길드워를 이번 전시기간 3일동안 일반 유저들에게 공개해 직접 게임을 즐기게 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게이머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3를 참관한 국내 경쟁업체 관계자들도 “‘길드워’는 여러 측면에서 온라인게임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2004년 9월, 엔씨소프트가 ‘길드워’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개발팀의 핵심 멤버와 배틀넷 시스템의 디자이너가 블리자드를 떠나 선보이는 첫 게임이라는 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시도될 예정이라는 점 등이 주목을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동양적 이미지의 캐릭터 60개를 추가하는 등 길드워를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다듬는 작업(polishing)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레나넷의 정동순 마케팅 이사는 “길드워는 기존 게임들의 재미없는 부분을 없애고, 엔씨소프트가 과감하게 시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게임인 만큼 한국 게이머들의 플레이 스타일 에 부합하는 기존에 없던 특별한 서비스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9월 13일(미국 현지 시각)부터 ‘길드워(Guild Wars) ’의 프리오더(pre-order; 제품 출시 이전에 선주문 하는 것) 버전 판매를 개시하고 한국에서 PC방 업주들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진행될 ‘프런티어 세션(Frontier Session)’ 참가자를 모집하는 등 올 하반기 게임을 선보이기 위한 작업들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길드워’에 대한 반응은 각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들의 반응이 더욱 긍정적이다. 미국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말. 맥쿼리증권 등은 엔씨소프트에 대해 `리니지2`가 국내에서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미국에서 `길드워`를 10월 런칭할 계획이어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9월 19일자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길드워’의 출시에 대한 기대 속에 엔씨소프트의 주가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도 “포스트 ‘리니지’가 ‘리니지2’였던 때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엔씨소프트의 포스트 ‘리니지’를 꼽으라면 ‘길드워’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길드워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엔씨소프트의 포스트 ‘리니지’시대를 이끌 ‘길드워’는 밖으로는 엔씨소프트의 북미시장 개척을 이끌 선봉장의 역할과 안으로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맞설 비밀병기다. 그리고 이미 게이머들은 ‘길드워’의 매력속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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