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라비티, ‘제2의 KT&G’ 되나?] 미국계 헤지펀드 ‘선전포고’ 소액주주와의 연대 여부 관심

  • 이석 객원 기자 leesuk72@hanmail.net
  • 입력 2006.04.17 11:0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 캐피탈, 라미어스 캐피탈그룹 등 그라비티 경영 개입 움직임
그라비티측 “KT&G와는 상황 다르다”… 업계 우려 일축
소액주주 모임과 연대 형성시 회사측에 부담으로 작용 전망

미국계 헤지펀드인 문 캐피탈(Moon Capital)과 라미어스 캐피탈그룹(Ramius Capital Group)이 그라비티 경영에 적극 개입할 뜻을 내비쳤다. 표면적인 이유는 양사가 보유한 지분(13.9%)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라비티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2대 주주인 이들이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KT&G 사태’가 게임업계에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라비티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국내 소액주주 모임과 연대해 그라비티를 압박한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현재까지 가시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는 현재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9일자 보도에서 “최근 들어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 헤지펀드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문 캐피탈 등의 움직임은 KT&G를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했던 칼 아이칸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라비티의 경우 칼 아이칸의 공격을 받은 KT&G와 지분의 구조 자체부터 다르다. 외국계 은행이나 펀드가 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KT&G와 달리 그라비티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동생인 손태장 겅호 온라인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이 5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헤지펀드가 적대적 M&A를 시도한다 해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임판 KT&G’ 사태 재현되나?
그라비티측도 비슷한 의견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KT&G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33.7%의 지분을 가진 국내 소액주주들과 연계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이들은 현재 그라비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라비티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하락시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비밀리에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미국 헤지펀드들과 연대를 형성할 경우 회사측에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 캐피탈-라미어스 캐피탈그룹 연합도 이 같은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라비티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그라비티 소액주주 공정 대우 위원회’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 내 소액주주들을 위원회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문 캐피탈 연합은 경영권을 노린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KT&G와 치열한 표싸움을 벌인 칼 아이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한국 내 대변인 역할을 하는 법무법인 한누리 김주영 변호사는 “일련의 움직임은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기업 공격이 아니라 대주주의 횡포에 맞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캐피탈 연합도 그라비티와 겅호 온라인엔터테인먼트와의 유착관계를 막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라비티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류일영 그라비티 대표가 아니라 겅호와 소프트뱅크”라면서 “회사 인수 후 무리하게 경영진을 교체한 것은 소프트뱅크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그라비티를 통해 경영권 간섭을 공공연하게 표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그라비티와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끊이지 않고 나돌았다. 그라비티는 지난 1월 말 김정률 전 회장을 업무상 공금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형사 고소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김 전 회장의 회계 부정 사실을 미 SEC가 정밀실사 중이라고 밝힌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실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라비티는 나스닥 상장 취소와 같은 극단의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각 언론사에 이 같은 보도자료를 뿌렸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그라비티가 겅호와의 합병을 위해 고의적으로 주가 낮추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라비티측 “떠도는 풍문 사실 아니다”
임원진 교체 배경도 여전히 의혹이 남는 대목이다. 그라비티는 대주주 변경 후 경영진의 변경은 없을 것임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얼마 후 윤웅진-류일영 공동대표 체제를 구성했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보장을 밝힌 지 열흘만이다. 이 조치가 있은 지 열흘 후에는 윤웅진 대표를 내리고 류일영 대표 단독 체제로 구성했다.
이와 관련해 그라비티측은 현재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 있다면 당당히 응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기업가치 하락을 위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캐피탈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그라비티는 최근 소액주주 모임으로부터 소송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이들 미국계 헤지펀드가 국내 소액주주들이 연대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그라비티는 적지 않은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Side Story] 게임판권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영화 제작사로 알려진 싸이더스가 게임배급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처음 게임 배급사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굵직굵직한 게임 판권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확보한 판권만 5~6개에 달한다.최근에는 일본 타이토사로부터 ‘무인가’라는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의 개발 판권까지 사들였다. 싸이더스측은 이번 계약에서 원천 라이센스까지 확보했다. 때문에 향후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바이넥스트창투 등과 200억원 규모로 설립한 게임펀드의 집행도 현재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싸이더스 관계자는 “펀드 운영에 대한 업무는 이미 시작을 했다. 현재는 투자할 게임을 물색 중”이라면서 “양질의 게임이 나오면 언제든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SK C&C 등 대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싸이더스측은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추가 판권 확보를 통해 정면승부를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판권을 사들여 중국과 미국 등에 배포한 온라인 게임들이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10~15개의 게임 판권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