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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 ‘업계 길들이기’ 본격 나서나(?)] WOW 확장팩 사태 이후 강공 일변도… 관련 업계 초긴장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2.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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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나(?).
게임위가 업계를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최근 터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확장팩 사건, 이에 따른 게이머들의 벌떼 공격과 맞물려 공격 일변도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위가 그 동안 보인 ‘친기업적인’ 성향과 배치되는 행보다. 게임위는 최근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털컴뱃 등 사행성이 강한 게임에 대해 등급을 부여했다. “사행성 게임은 규제하겠지만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게임위가 최근 패치 문제를 들고 나오자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보자’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재심의 신청 마감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접수를 마쳤다. 그러면서 게임위가 본격적으로 ‘업계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 참에 온라인게임 업체의 안일한 패치 업데이트 생각을 확실히 잡고 나가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 게임위, 패치 정책 전면 수정… 156개 업체에 재심의 통보
- 업계의 안일한 패치 관행 뜯어고치기 위한 노림수(?)
- 블리자드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지적도… 게임위 “말도 안돼”

게임위측은 현재 ‘업계 길들이기’란 말에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게임위 홍보팀 한효민 대리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그 동안 게임 패치나 업데이트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패치 심의로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업계를 길들일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전체 이용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이용불가 내용을 패치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면서 “이 같은 불법 게임으로부터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게임위와 업계간 패치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신인 영등위 시절부터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영등위 시절 업계에서는 최초 심의 통과 후 6개월마다 패치에 대한 재심의를 받는 규정을 강하게 성토했다.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횡포’라는 것이다. 영등위에서도 이 같은 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렴했다. 패치 때마다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 불편을 완화시킨 것이다. 영등위는 업데이트 신고를 꾸준히만 하면 6개월 이후에도 게임물을 다시 심의받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로 인해 제대로 재심의를 받지 않고 패치를 진행하는 일이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일부의 경우 이 같은 맹점을 이용해 처음 등급분류를 받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게임으로 만들기도 했다.

패치 관행 폐해 끊이지 않아
최근 발생한 와우 확장팩 사태도 어찌 보면 이 같은 논란에서 시작된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블리자드)는 지난달 초부터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의 오픈베타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오픈베타 10일 이전까지도 게임위에 등급심의를 내지 않았다. 결국 서비스 개시를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위로부터 재심의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은 것.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블리자드가 기존의 패치 관행을 따르다가 게임위로부터 역풍을 맞은 것 아니겠냐”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국내에 서비스를 하는 게임업체가 관련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리자드측도 이 같은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이 회사 홍보팀 엄미나 과장은 “게임위와 해석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일 게임위로부터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으면서 사태가 무난히 해결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게임위가 패치 심의 개정안을 발표한 시기에 있다. 게임위가 국내 156개 게임업체에 일괄적으로 재심의 신청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달 16일. 와우 확장팩 사태가 터진지 정확히 3일 만이다. 게임위 홈페이지로 쏟아지는 원성과 형평성 논란이 극에 달할 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게임위가 ‘면피용’으로 게임업계에 책임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위의 갑작스런 규정 변화로 업계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일련의 상황을 볼 때 게임위가 와우 확쟁팩 문제로 공격을 받자 부랴부랴 수습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끄고 보자’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의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차피 업체가 ‘을’이 되는 것 아니겠냐”면서 “최종 마감일인 지난달 말까지 게임위에 재심의 신청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위가 패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와우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요컨대 게임위가 와우 확장팩에 대한 심의를 강행한 가장 큰 이유는 컨텐츠 수정 부분이다. 단순한 오류 수정이 아니라 게임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컨텐츠(캐릭터, 맵 등)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에 재심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일단 끄고 보자”
그러나 비슷한 시간에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던 ‘썬온라인’이나 ‘데카론’, ‘워록’, ‘크로노스’의 경우 게임위로부터 어떠한 심의 통보도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그 동안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게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위 주장대로 단순패치가 아니라면 당연히 이 같은 게임도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WOW만을 상대로 재심의를 강행하다 논란이 되니까 허겁지겁 나머지 업체들도 심의 대상에 끼어놓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블리자드측도 비슷한 토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사 관계자는 “게임위가 최근 수거를 지시한 편의점 시험판의 경우 일종의 프로모션 제품이다. OST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확장팩 컨텐츠를 이용할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위가 수거를 지시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게임위측은 “시중에 유통된 CD를 수거해 자체 조사한 결과 심의 통과 이전에 사이트 접속이 가능했다”면서 “어찌됐건 14일의 무료 사용권이 담긴 CD를 심의 이전에 유통하면 안되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게임위측은 이어 “민감한 때에 새로운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의아해 하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게임위는 그 동안 문화부 등 유관 기관과 패치 심의 문제를 상의해 왔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와우 확장팩 사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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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08 : 블리자드, ‘불타는성전’ 오픈베타 계획 공지
01. 10 : 게임위, 블리자드에 등급신청 요구
01. 12 : 블리자드, 게임위에 등급심의 신청
01. 17 : 블리자드, ‘불타는성전’ 서비스 연기 발표
01. 19 : 게임위 홈페이지 해킹
01. 22 : 게임위, 패치 심의규정 수정안 발표
01. 24 : 게임위, 블리자드에 등급심의 연기 통보
01. 30 : 불타는성전 15세 이용가 판정
01. 31 : 블리자드, 편의점 유통 CD 수거
02. 02 : 블리자드, ‘불타는성전’ 오픈베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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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스토리] 스타크에서 와우까지…

게임위와 블리자드의 악연
최근 벌어진 와우 확장팩 사건을 계기로 게임위와 블리자드의 악연이 새삼 게임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리자드의 ‘대표선수’ 격인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도 국내에 들어올 당시 비슷한 문제로 파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1998년 영등위로부터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인트로 동영상에 등장하는 일부 잔혹한 장면들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스타크래프트 이용을 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 국내 유통사인 LG전자 등의 노력으로 최악의 상태는 막았다. 블리자드를 설득해 문제가 됐던 일부 장면을 설득한 것. 이후 스타크래프트는 영등위로부터 15세 이용가, 12세 이용가 버전에 심의를 새롭게 받아낼 수 있었다. 워크래프트3의 국내 도입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 게임은 지난 2002년 영등위로부터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이때도 국내 유통을 담당한 한빛소프트가 나서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버전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이렇듯 블리자드는 그 동안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국내 심의기관과 마찰을 빚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WOW마저 패치 문제로 서비스가 연기되는 파행을 맞으면서 블리자드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는 다국적 기업의 매끄러운 진행이 무엇보다도 아쉽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리자드측은 “애매한 게임 관련 법규로 인해 발생한 해프닝이다. 20일 동안 온라인을 통해 업데이트 할 분량을 한꺼번에 확장팩으로 내놓는 데 대한 법적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면서 “지난 2일 오픈베타가 실시되면서 현재는 모든 문제가 무난히 해결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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