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모든 게임사기는 ‘대포’로 통한다”] 게임 관련 범죄의 90% 대포통장…근절책 마련 시급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2.26 09:0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명 운동선수 A씨가 최근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국내 동계 스포츠계의 ‘국보급’ 선수로 통한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2007 장춘(長春)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그런 그도 게임 사기의 함정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이다. 대포통장이 발단이 됐다. 대포통장은 최근 게임 사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게임 관련 사기로 경찰에 접수된 대다수 사건은 대포통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포통장 거래를 근절하는 법안을 내놓지 않으면 제2, 제3의 A씨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한목소리다.

-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사건으로 대포통장 폐해 부각
- 인터넷 통해 누구나 구입 가능… 현행법상 제재 불가능
- 전문가들 “대포통장 사기 원천 차단 위한 법제정 서둘러야”

현재 A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고민도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강서경찰서 사이버팀 관계자는 “A씨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아 수사 중이다. 대포통장에 의한 사기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사건은 통장 주인도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경찰 관계자가 귀띔하는 실제 사례다. 대학 졸업생인 김성진(29·가명)씨는 지난해 8월 평소 알고 지내던 대포통장 업자로부터 달콤한 제의를 받게 된다. 자신 명의로 몇 개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어 주면 3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한 푼이 아쉬운 상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반년 가까이 취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용돈벌이 차원에서 제안에 응했다. 3개월 후에 통장 계좌를 없앤다는게 조건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해야 했다. 통장을 개설한지 불과 몇 주 만에 은행에서 연락이 온 것. 경찰이 자신의 계좌에 대한 정보제공을 요청했다는 통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누군가가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입금해주고 아이템을 안보내줬다고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에 가서 거래내역을 뽑아본 김씨는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몇 주 만에 수천만원의 돈이 자신의 통장을 통해 오고간 것이다.

대포통장 사기 ‘잡히면 바보’
경찰 관계자는 “게임 관련 사기로 조사를 받은 사람 중에서 3분의 2 이상이 김씨와 같은 사례”라면서 “대포통장의 경우 돈만 빼고 달아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씨의 사건도 그냥 묻힐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안을 강화하고 있는 아이템 중개사이트도 대포통장 사기의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아이템 중개 업체들은 그 동안 자사 사이트가 100%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통한 거래 양성화만이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이들의 호언장담을 무색케 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최근 게이머들에게 아이템을 팔겠다고 접근해 돈을 가로챈 정모씨(27)를 구속 기소했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아지트로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템을 사겠다고 글을 올린 사람에게 접근해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은 뒤, 달아나는 게 정씨의 주요 수법. 이 같은 방법으로 정씨는 지난 2년 동안 372명으로부터 1억4000여만원을 가로챘다.

이렇듯 대포통장으로 인한 폐해가 최근 들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관련 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의 경우 사기 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일부에 불과하다. ‘먹고 살기 위해 통장을 팔았다’고 하면 사실상 처벌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범인들이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처벌을 하지 못하니까 대포통장 거래가 만연해지고, 피해자가 확산되는 것 아니겠냐”면서 “대포통장 거래를 근절할 수 있는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네이버, 다음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누구나 쉽게 대포통장을 구입할 수 있다.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이 통장이 아무런 제재 없이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 가격은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는 11~13만원선, 텔레뱅킹과 인터넷뱅킹이 옵션으로 추가될 경우 20만원 내외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져서 관련 업체간 선심성 공약 내걸기 전쟁이 벌어진 상태다. 각 사이트는 경쟁적으로 ‘노숙자 등 사고 우려가 있는 명의는 사용하지 않는다’ ‘사고 발생시 100% 손해배상’ 등의 문구를 통해 사용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대포통장과 함께 대포폰의 문제도 심각하다. 중간 상인들이 이 전화를 값싸게 구입한 뒤, 되팔아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성을 우선해야 할 통신업체들이 돈만 내면 아무에게나 전화를 개설해 주는 게 문제”라면서 “휴대전화 번호만 믿고 아이템 거래를 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도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현재 대포폰을 이용한 사기를 막기 위해 경찰청, 이동통신회사와 공동으로 단속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가입신청을 받은 대리점은 해당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SMS)로 관련 사실을 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고 발생시 100% 애프터서비스(?)
대포통장의 경우도 감독 당국이 외국인이나 10개 이상 통장이 있는 사람이 새로 통장을 만들 때 사용 용도 등을 철저히 확인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현실성이 없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의 거래를 근절하는 법안을 만들지 않는 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면서 “현재로써는 대포통장을 판매한 사람을 잡아 다그쳐도 ‘먹고 살기 위해 그랬다’고 하면 어쩔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근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해 대포통장 매매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대포통장 매매와 광고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거래계좌 양도행위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이 법안은 재경위에 계류 중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범죄를 목적으로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만들 때는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면서 “대포통장 유통이 심각한 만큼 조만간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소송 전문 변호사인 정준모 게임분쟁연구소 소장도 “대포통장을 이용한 사기는 문제가 드러나도 해결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관련 법안을 마련해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드스토리] 대포통장 사기 피해 막으려면…

선불폰 국번 미리 숙지… 사기 의심되면 바로 신고해야
이렇듯 최근 들어 대포폰이나 통장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게이머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를 근절한 만한 법이 없는 상태. 때문에 아이템 거래시에는 게이머들이 사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Tip1 : 대포폰 번호를 숙지하라 = 게이머들은 보통 휴대폰 번호만 믿고 거래를 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번호가 대포폰일 경우 피해를 혼자 뒤집어쓰게 된다. 때문에 선불폰의 국번을 미리 숙지하는 게 좋다. 대포폰 사용자의 경우 011은 9670~9673, 9680~9699의 국번을, 016은 872~874, 891~893, 9217~9219, 9294~9298, 9301~9309, 9314~9319 국번을, 017은 797~799 국번을, 018은 870~875, 850~869, 876~893, 894~899 국번을, 019는 780~789, 801~850 국번을 사용한다. 때문에 이 같은 국번이 뜨면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Tip2 : 대포통장 식별은 이렇게 = 대포통장을 식별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타행입금이 안된다면서 본인계좌를 하나 더 불러달라고 하는 게 요령이다. 대포통장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수십만원이 소요된다. 때문에 소액 사기꾼의 경우 추가 계좌를 요청하면 대부분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 경우 거래를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Tip3 : 잔액조회를 활용하라 = 돈만 받고 연락이 끊긴 경우 일단 사기범을 의심해야 한다. 입금 후 1시간 안에 택배번호를 안 불러준다던지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 각 은행의 조회서비스 이용하면 도움이 되다. 전화로 잔액조회를 요청한 뒤, 비밀번호를 3회 이상 틀리게 입력하면 통장과 현금카드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