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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붕어이야기’ 뜬다!] 평온 되찾은 바다… 공포의 ‘붕어떼’ 몰려온다!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3.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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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겁니다.” ‘피싱파크’라는 신종 낚시게임이 등장해 관련 기관이 바짝 긴장했다. ‘붕어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이 게임은 언뜻 보면 기존 온라인게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게임 상에서 물고기를 낚으면 종류에 따라 포인트를 주는 형식이다. 게임위 전신인 영등위에도 ‘전체 이용가’ 온라인게임으로 심의를 마쳤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예시나 연타 기능이 포함돼 있는 등 지난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바다이야기와 게임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이 원하면 이 포인트를 즉석에서 경품이나 현금으로 환전할 수도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 신종 인터넷 낚시게임 ‘붕어이야기’ 전국적으로 급속 확산
- 연타, 예시, 현금 환전 등 바다이야기 폐해 고스란히 내포
- 신학용 의원 “게임위와 경찰 공조 통해 엄중 대응” 주문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사행성 짙은 이 같은 게임이 어떻게 영등위로부터 ‘전체 이용가’ 판정을 받을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위 사후지원팀 조동면 팀장은 “우리도 여러 루트를 통해 진상 파악을 해왔다”면서 “게임 제작사인 P사가 영등위 심의를 받은 후에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붕어이야기’의 사행성 지수는 현재 상당히 심각하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바다이야기와 같은 릴게임이 아니라 온라인게임으로 영등위 심의를 마쳤다. 때문에 맘만 먹으면 미성년자도 게임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 팀장은 “게임을 서비스 중인 수도권 일대 게임방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 본 결과 심의 내용과 다른 점이 많다”면서 “일단 변경된 내용에 대한 재심의를 해당 업체 쪽에 통보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심의와 별도로 검찰이나 경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면서 “현장 조사를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이미 파악해놓은 만큼 진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체이용가 심의 받아 내용 변경
경찰 측도 현재 ‘붕어이야기’의 운영 실태를 은밀히 조사 중이다. 경찰청 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사행성 면에서 보면 바다이야기 못지않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예시나 연타 기능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향후 본격적인 단속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게임위에는 최근 ‘붕어이야기’와 관련한 경찰의 자료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게임위 홍보팀 한효민 대리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경찰서에서도 ‘붕어이야기’에 대한 자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경찰이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이미 수사에 돌입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강원지방경찰청의 경우 최근 관련 게임장을 급습해 업주 두 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두 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밀실에 게임장을 마련한 뒤, 환전 수수료를 받은 수법으로 불과 2주일 만에 2억원 상당을 벌어들였다.

하루에 15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셈이다. 당시 단속에 참석했다는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이상기 경사는 “각종 낚시도구와 효과음을 통해 실제 낚시와 유사하게 만들었다”면서 “조만간 게임을 제작·배포한 본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기자는 문제의 게임을 운영하는 회사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다. 경찰 단속 직후여서인지 사이트 내부는 한산해 보였다. 게시판에는 회원탈퇴를 요청하는 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러나 운영자의 이메일을 제외한 회사 전화번호는 이미 삭제된 상태. 때문에 기자는 사이트에 남아있는 컨텐츠를 통해 게임 방식을 엿볼 수밖에 없었다. 게임 컨텐츠는 기존 온라인게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회원에 가입한 뒤 저수지, 강, 바다 등 세 개의 서버 중 하나를 골라 입장하면 된다. 전체 대기실에 입장하면 방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에 만들어진 방에 입장할 수 있다. 상점에 가면 낚시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이 아이템은 유저끼리 거래도 가능하다. 게임 방식도 의외로 간단했다. 무선으로 연결된 전용 낚싯대를 이용해 가상으로 제작된 물고기를 낚기만 하면 된다. 기존의 온라인게임처럼 같은 길드원끼리 단체로 낚시를 할 수도 있다. 자신이 잡은 고기는 수족관에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게임위나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원경찰청 이상기 경사는 “업소에서는 5만원의 입장료를 받은 뒤, 시간당 1만원씩을 추가로 받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장은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위 조동면 팀장은 “게임머니를 즉석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오는 4월 기존에 받았던 등급 심의의 법적효력이 만료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등록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임위와 경찰 공조체제 아쉬움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게임이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 확산됐는지,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아직까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과 게임위가 자체적으로 ‘붕어이야기’에 대한 정보를 취합 중이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돼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위와 경찰의 공조체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경찰과 게임위의 합동단속을 통해 최근 많은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행성 게임업자의 변칙 운영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확실한 공조를 통해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기준 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사행성게임 업주들의 경우 경찰 단속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일회성 단속보다는 장기적으로 체계적인 단속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게임위 측은 “현재는 지방경찰서 단위로 자료 요청이 오면 보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협의를 거쳐 공조 필요성이 있을 경우 합동단속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원천적으로 뿌리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드스토리] 신종 실내 낚시터도 성행

대박 노린 낚시꾼들로 날마다 ‘문전성시’
사행성의 수위로만 치면 신종 실내 낚시터도 만만치 않다. 사행성게임장에 대한 경찰의 집중 단속이 진행되면서 어려움을 겪던 업주들이 고가의 경품을 내건 사행성 실내 낚시터로 방향을 선회한 탓이다. 방법은 다양하다. 물고기 지느러미 등에 번호표를 부착한 뒤, 잡은 물고기 번호를 기계에 입력해 당첨되면 고액의 경품을 제공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전광판에 당첨 번호를 올려놓고 관련 번호가 적힌 물고기를 잡으면 경품을 지급하는 ‘로또 방식’까지 등장했다. 여수경찰서 유정은 경장은 “이 같은 낚시터는 고액의 경품을 내걸기 때문에 입장료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불법 실내 낚시터의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의 경우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콤보 게임기’를 도입했다. 이 기계의 운영방식은 기존의 사행성 게임과 큰 차이는 없다. 눈에 띄는 사실은 상품권 배출구 외에 일반 경품 배출구가 함께 장착돼 있다는 점이다. 상품권 대신 메달을 사용해 경찰의 단속을 피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경품취급 기준고시에 따르면 경품용 물품에 완구류나 관광기념품류가 포함돼 있다”면서 “ 때문에 일부 업주들이 이 콤보게임기를 이용해 경찰 단속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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