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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벗기기 그리고…] 게임광고 ‘한도 초과’… 대책 마련 시급 지적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4.0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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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전문가를 모집합니다.’
폭력·선정적 게임 광고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한 게임업체가 자사 게임을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암살 전문가를 모집한다’는 선정적인 내용의 배너광고를 각종 포털사이트에 게재한 게 발단이 됐다. 게이머들은 “최소한의 상도덕마저 벗어 던진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광고는 업계 자율심의를 모토로 구성된 ‘한국 인터넷광고 심의기구’가 출범한 직후여서 유저들의 허탈감은 더하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심의기구 설립을 주도한 회사가 이 같은 광고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관련법 개정안 발의가 향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폭력·선정적 게임광고 난무... 대책 마련 목소리 높아
- 업계 자율 심의 모토로 심의기구 최근 출범… 효용성은 “아직”
-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 “인터넷광고 규제 위한 입법 준비 중”


이와 관련해 해당 업체인 NHN 측은 오해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업데이트를 단행한 ‘R2’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암살자 캐릭터인 ‘어쌔신’ 등이 대거 추가됐다.”며 “이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광고 하단에 한게임이란 로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선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도 일정 부분 NHN의 편을 들어주는 눈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업 환경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웬만한 문구로는 홍보효과를 낼 수 없다”면서 “선정적인 배너광고를 무조건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NHN의 고민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저들의 생각은 다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마케팅이 마케팅다워야 마케팅”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 게이머는 “나중에 광고라는 것을 알았지만 ‘암살 전문가 모집’, ‘도발 암살에 능한 18세 이상 지원’이라는 배너 문구를 봤을 때는 정말 많이 놀랐다”면서 “마케팅도 좋지만 암살자 모집과 같은 문구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마케팅이 마케팅다워야 마케팅이지~”
사정이 이렇자 NHN은 얼마 안돼 문제의 배너광고를 포털에서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게이머들의 심기는 불편해질 대로 불편한 상태다. 일부의 경우 NHN을 상대로 ‘안티 캠페인’에 나섰을 정도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성으로 승부를 해야지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덕을 보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잇달아 터지면서 게임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정적 게임광고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중순 잠시 떴다가 사라진 ‘천도온라인’의 배너 광고가 대표적인 예다. 이 광고에는 전라 여성의 뒷모습과 함께 ‘가져라!’,‘경험해라!’, ‘절대만족’ 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등장한다. 게임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나체 여성의 모습과 선정적인 광고 문구를 통해 게이머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게임 서비스사인 리자드인터랙티브 측은 당시 “게임을 보다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티저 형식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저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슬며시 배너광고를 내리면서 불만을 잠재웠다. 지금은 서비스를 중지한 그리곤의 캐주얼 테니스게임인 ‘겜블던’의 배너광고도 한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뺏어 먹는 재미’라는 문구 뒤에 남자 캐릭터가 여자 캐릭터의 옷을 벗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잠시 후 여자 캐릭터는 울고 있고 남자 캐릭터가 “따먹는 재미. 너도 한번 뺏어 먹어봐”라고 말하면서 웃고 있는 게 주요 내용이다. 때문에 이 광고도 유저들의 거센 항의 끝에 조용히 사라졌다. 게임업체는 아니지만 LG전자도 최근 게임 형식으로 게재한 낸시랭 사건 광고로 인해 네티즌 뿐 아니라 낸시랭 가족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미끄마끄 온라인’도 한때 화면에 누워있는 여자아이가 울먹이며 “혼자일 때 당했다”라는 문구를 광고에 삽입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게임들이 대부분 청소년 이용이 가능한 전체 이용가 게임이라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튀는 마케팅을 선호하는 회사 측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청소년이 많이 오는 사이트에서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섹스어필을 강조해 게임을 홍보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24일 민간 차원에서 인터넷 광고를 규제할 한국인터넷광고심의기구가 발족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심의기구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광고의 사전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업계 자율적으로 인터넷 광고에 대한 심의 기준을 마련해 선정·폭력·위법적 인터넷 광고를 차단하는 게 기구설립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게임광고를 포함해 인터넷에 게재된 모든 광고가 심의기구의 타겟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NHN 광고도 자체 검토를 통해 문제가 나타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일각에서는 민간 차원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국회 보좌관은 “바다이야기 사태도 결국은 관련 업계의 자율 규제에 맡겼다가 문제가 터진 것 아니냐”면서 “정부 차원에서 선정적·폭력적 인터넷 광고를 통제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자율규제 만이 능사인가
이를 위해 국회 과기정위 서상기 의원(한나라당)은 조만간 관련법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해당 법을 발의한다는 게 의원님 생각”이라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인터넷 광고도 온라인게임과 같이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게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주도의 심의기구 측은 “인터넷 광고는 현재도 정통윤 주도 하에 사후 심사를 받고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사전심의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서병조 정통부 정보보호기획단장도 언론을 통해 “인터넷광고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각종 광고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게임 사업의 급속한 발전, 이와 더불어 터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정부 및 게임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현명하게 풀어나갈지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이드스토리] 심의기구, 제대로 뜨기도 전에 가라앉나(?)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실 조만간 국회 발의 예정
현재 서 의원이 발의 준비 중인 법안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 광고의 경우 강력한 규제를 받던 방송 및 인쇄매체와 달리 제약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학교폭력이나 추행 같은 범죄의 소재로 악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방치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광고는 그 특성상 전파성이 크기 때문에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면서 “인터넷광고 역시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인터넷광고 규제’를 위한 입법을 준비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광고는 게재가 불가능하다.  법을 위반하면 처벌하는 벌칙 조항도 마련된다. 이 경우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최근 설립된 한국인터넷광고심의기구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서상기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넷 광고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나 민간기구를 통해 심의를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심의기구의 역할을 축소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민간 기구에 더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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