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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위피폰’ 판매 허용 그 후…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5.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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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업계 ‘줄도산’ 위기…  정통부-KTF 특혜 의혹 모락모락

모바일 게임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달부터 정통부가 판매를 허용한 ‘논위피(Non-WIPI)’ 휴대폰 때문이다. ‘깡통폰’이라는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휴대폰은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단말기를 말한다. PC로 치면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인 ‘익스플로러’가 없는 셈이다. 게임 다운로드 때 발생하는 정보이용료로 수익을 챙기는 모바일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큰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통부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 이동통신업체인 SKT와 KTF 간 불협화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SKT의 ‘논위피폰 판매 허용 대책’ 문건에 따르면 정통부는 최근 KTF의 논위피 단말기 판매를 허용했다. 그러나 SKT가 지난해 9월 유권해석을 의뢰했을 때는 “단말기 출시를 준비하지 말 것”을 통보했다. 때문에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때아닌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정통부, 불과 2년 만에 위피 정책 전면 수정 왜(?)
- 본지 입수한 SKT 대책 문건에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
- 정부 결정 이전에 ‘논위피폰’ 판매한 KTF 제재 검토


물론 이들은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트리지는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정통부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통부의 정책 선회로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논위피폰 판매 허용 결정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관련 업계가 ‘줄도산’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정통부는 지난 2005년 4월 모든 휴대폰의 위피 탑재를 의무화 했다. 당시만 해도 게임업계는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위피’와 퀄컴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브루’용 게임을 따로 제작해야 했다. 그러나 정통부의 위피 의무화 정책을 펴면서 중복 투자에 따른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위피 의무화 정책을 고수하던 정통부가 갑자기 안면을 바꾼 것이다. 위피를 국제 표준으로 확립하겠다는 발표를 한지 불과 2년만이다. 정부의 정책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던 업계가 당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통부의 이번 조치를 위피 정책의 포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임원은 “논위피폰의 판매 허용은 모바일 게임사의 수익원인 컨텐츠 이용 채널을 없애는 것과 같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시장이 어려운데, 논위피폰의 판매 허용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논위피폰 판매 허용은 위피 정책 포기(?)

실제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정통부가 위피를 도입한 지난 2002년 전후로 매년 100% 이상 성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시장 규모가 2,000억원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이후 시장이 답보 상태에 빠져 들었다. 2000억원의 덫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때 500곳에 달하던 게임업체수도 현재는 200여 곳 정도로 정리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무선인터넷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안쓰는 고객과 아예 접속이 안되는 고객의 차이가 크다”면서 “회사에서는 전자를 잠재고객으로 잡고 있는데 논위피폰의 판매로 이 같은 잠재 고객마저 빼앗길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동통신업계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외산 단말기 업체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던 위피 의무화 정책이 바뀌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SKT 관계자는 “정부의 위피 의무화 정책으로 무선인터넷 관련 컨텐츠 업체뿐 아니라 이통사도 동반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관련 정책이 수정되면서가 당장 외산 업체에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SKT는 자사를 배제한 채 KTF에만 논위피폰의 판매를 허용한 정통부와 KTF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회사 측은 “정부가 이미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따르는 게 도리 아니겠냐”고 말한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논위피폰 대책 문건에는 이번 정통부 결정에 대한 문제점이 조목조목 열거돼 있다. A4 용지 6장 분량으로 작성된 해당 문건에는 정통부의 정책 선회에 따른 업계의 우려, 이 과정에서 KTF에만 혜택이 돌아가게 된 배경 등이 자세히 언급돼 있다.

이 문건은 우선 정통부 판매 허용 결정 이전에 KTF가 논위피 단말기를 판매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문건에 따르면 SKT는 지난해 9월 이동전화 단말기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탑재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정통부에 의뢰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단말기 출시를 준비하지 말라”고 SKT 측에 통보했다. 경쟁사인 KTF가 이미 정통부 결정 이전에 논위피폰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SKT도 문건에서 “KTF가 논위피 단말기를 준비하는 것을 감지하고 정통부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는데 거절당했다”면서 “정부 정책을 준수한 회사는 손해를 보고 이를 어긴 업체는 이익을 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SKT는 이어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을 믿고 적극 협조했던 사업자는 시장 대응에 차질을 빚게 하고, 정책을 무시한 업체는 마케팅상 혜택을 주게 됐다”면서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정책 묵묵히 따른 사업자만 피해”

사정이 이렇자 업계 일각에서는 정보통신부와 KTF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KTF와 KT아이컴의 합병인가 조건에 따르면 모든 단말기에는 위피를 탑재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 조항대로라면 KTF는 논위피폰의 판매가 불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정통부는 지난달 1일 KTF가 신청한 합병인가 조건의 변경을 승인했다. 애초부터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지 않은 단순 기능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위피 탑재가 의무화된 적이 없다는 게 정통부의 승인 이유다.

정통부의 이 같은 논리를 되짚어 보면 지난 2006년 7월부터 논위피폰의 유권해석을 의뢰했을 때도 걸림돌이 전혀 없는 셈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는 SKT의 논위피폰 판매를 불허해 ‘특혜 의혹’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통부 측은 “특혜는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논위피폰의 판매 허용 결정은 소비자들의 선택 기회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면서 “내부적인 일이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곤란하지만 사전에 판매된 KTF의 논위피폰에 대해서는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KTF, 정통부에 제재 받나  <<< 사이드스토리


상호접속위반 제재 검토… KTF “유권해석 차이일 뿐”


이번 논위피폰 판매 허용 논란에 대해 정통부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결정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넓히기 위한 조치”라는 원론적인 대답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KTF에 대한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통부 결정 이전에 논위피폰을 판매한 것은 명백한 상호접속기준 위반이라는 것이다.

SKT 관계자는 “논위피폰에 대한 허용 여부는 무선인터넷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 결정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단말기를 유통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정통부에 이에 대해 제재를 강하게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통부 결정 이전에 판매된 KTF 논위피폰이 2만대 이상이고, 기존에 위피를 미탑재한 단말기도 3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유권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정통부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법적 해석에 따라 정통부 결정이 달라질 수는 있다. 우리는 의견만 제시한 것”이라면서 “정통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KTF 측도 정통부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도 “그 동안 판매한 논위피 단말기는 MP3폰 중심으로 두 종류가 제작됐다”면서 “유권해석에 대한 문제가 있는 만큼 정통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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