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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도박업자’ 위에 나는 ‘경찰’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5.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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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게임장 지능화
007영화같은 수사기법 “니들 각오해!”


가구점, 낚시점, 당구장, 단란주점까지….
불법 성인게임방의 운영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사법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온갖 교묘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2중 3중의 철문이나 CCTV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당구장이나 낚시점, 심지어 단란주점과 같은 ‘위장용’ 간판을 내거는 통에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

불법 도박장의 음성화는 지난달 20일 시행된 개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진법)’ 이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도박장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통 목적으로 기기를 보관만 하고 있어도 단속 대상이 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그 동안 도박업자들의 기상천외한 수법에 속을 끓이던 경찰이 ‘총공세’에 나섰다. 특히 경찰은 청진기, 전기충격기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기를 잇따라 도입하면서 업주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 지하로 스며든 불법 게임장 탐지 위해 청진기 동원
- 식당 배달 때 단속요원 투입해 CCTV 감시 유유히 통과
- 전기충격기 이용할 경우 도박장 번호키 초기화도 가능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전주시 우아동 A게임장 업주 두 명을 형사 입건하고, 게임기 42대와 상품권 3천 4백 75매를 압수했다. 경찰 단속 당시 A게임장은 2중 3중의 철문으로 입구를 막고 있었다. 심지어 CCTV도 모자라 망원경을 든 보초들이 게임장 출입을 일일이 체크했다고 한다.

경찰이 이 같은 삼엄한 감시를 뚫고 단속이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청진기 덕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청진기로 어떻게 단속을 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청진기를 이용해 그 동안 골치를 앓던 성인게임방 잔당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배경은 이렇다. 경찰은 지난해 7월과 11월에 불법 성인게임장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3000명 이상을 형사 입건했다. 그러나 일부는 운좋게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이 철저한 보안 상태에서 불법 영업을 벌이고 있었던 것. 경찰 입장에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청진기였다. 굳게 닫힌 철문에다 청진기를 대자 게임 효과음과 손님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는 것. 경찰은 곧바로 수색영장을 발부해 문제의 업소를 급습했다. 



■ 청진기가 게임장 단속의 일등공신(?)

전북경찰청 생활질서계 이명준 경위는 “불법 게임장 단속을 위해서는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워낙 조심스럽게 영업을 하기 때문에 확인이 쉽지 않았다”면서 “청진기를 이용하면서 이 같은 고민을 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1일부터 진행된 3차 단속에서는 관내 경찰서들이 대부분 청진기를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대구나 강원지방청에서도 청진기를 이용한 단속 기법을 문의해 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게임장이 지하에 위치해 있을 경우 환풍기가 또 하나의 힌트가 된다. 환풍기를 통해 담배연기가 나는 지를 살피면 영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위는 “대부분의 게임장은 밀폐된 공간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손님들이 피운 담배연기가 환풍기를 통해 빠져나가기 마련”이라면서 “환풍기를 통해 나오는 연기를 통해서도 영업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영업 사실이 확인되면 이후 단속은 비교적 수월하다.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현장을 급습하면 됐다. 그러나 일부는 그렇지 못하다. 수색영장을 발부받는 사이에 게임장 위치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장소는 단골손님들에게만 별도로 공지가 된다. 때문에 한번 놓치면 위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입구를 부수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갈 수만도 없다. 2중 3중으로 연결된 철문을 부수고 게임장을 들어가는 사이 업주들은 종적을 감춰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요즘은 손님들이 점심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 식사를 배달하거나 우체부가 방문했을 때를 이용해 단속반을 투입한다. 이 경우 비교적 쉽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서울 관악경찰서의 경우 번호키를 초기화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요컨대 성인게임장 업주들은 거대한 자물쇠보다는 번호키를 선호한다. 물론 비밀번호는 단골손님에게만 알려준다. 그러나 번호키를 초기화하게 되면 문을 부수는 데 드는 시간을 벌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한다.

관악경찰서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전기충격기를 이용하면 번호키를 초기화시킬 수 있다”면서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손님들이 매장으로 들어가는 틈을 이용해 단속반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시간 ARS 신고센터나 누리꾼을 이용한 명예경찰 제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찰청은 현재 사이버 명예경찰 제도인 ‘누리캅스’ 제도를 운영 중인 데 효과가 나쁘지 않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누리캅스는 대원이 주부, 학생, 교사 등 시민들로 구성돼 있다. 사이버 공간을 서핑하다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신고가 접수되면 곧바로 수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단속에 일정 부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위도 현재 24시간 ARS 불법게임물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 3월 도입된 24시간 신고센터는 대표전화 (2012-7800)를 누르면 게임위 담당 직원과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근무시간 이후에도 신고내용이 음성으로 녹음되기 때문에 제보가 점차 늘고 있다.



■ 누리꾼 이용한 신고제도 역할 톡톡

이로 인해 게임위도 기존의 수동적 단속 태도에서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게임위 홍보팀 한효민 대리는 “게임위는 그 동안 경찰의 요청이 있을 때만 현장에서 합동단속을 벌였다”면서 “그러나 24시간 신고센터를 통해 소스를 확인할 경우 경찰에 단속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나 게임위 일각에서는 현행 신고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불법 도박게임 및 PC방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도파라치(불법 도박장 신고자)’ 제도를 시행했다. 이를 위해 국회 예결위로부터 예비비 5억4000만원을 승인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도파라치 제도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게임장을 단속하는 데 있어 제보는 절대적이다. 대부분 경험자들이 제보를 하기 때문”이라면서 “도파라치 제도가 사라진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도박 게임장 ‘지하로 지하로…’   <<< 사이드스토리

- 빙고바 등 변칙영업 등장

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인게임방 운영이 음성화되는 것에 발맞춰 경찰의 수사기법도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그러나 신종 게임방들의 탄생은 그칠 줄은 모른다. 이른바 ‘빙고바’로 불리는 게임장이 대표적인 예다.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게임장은 스낵바로 겉모습을 위장하고 있다. 구청에도 ‘바’ 등으로 신고를 한다. 경찰 단속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본업은 불법 게임장이다.

방법은 기존의 빙고게임과 큰 차이가 없다. 매장 전면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는 10분에 한번씩 5개의 번호가 뜬다. 이 번호를 자신이 받은 용지에 맞춰 가로 세로나 대각선으로 연결되면 상금을 받는 것이다. 물론 당첨금은 상품권이다. 그러나 언제든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이나 다름이 없다.

일부 업소의 경우 전국적인 망을 갖추고 영업을 하기도 한다. 로또 추첨을 하듯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상품권 사용이 금지되면서 기존의 상품권 대신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이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업소도 등장했다. 수법은 간단하다. 통장 계좌가 등록된 적립카드를 발급한 뒤, 딴 점수를 포인트로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게임이 끝나면 포인트만큼 현금으로 바꿔 입금시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불법 게임장은 끝까지 추적해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일부터 2개월 일정으로 집중 단속을 진행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정 게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더욱 지능화된 게임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각 경찰서와 지방경찰청에 구성된 상설단속반을 통해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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