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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 화났다···사이버 시위 주도, 촛불시위 직접참여도

  • 지봉철
  • 입력 2002.12.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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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EA코리아를 포함한 해외직배사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게임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지만, 자칫 미국제품 불매운동 등 시민운동으로까지 이번 반미감정이 확산될 경우 제품 판매의 어려움은 물론 기업이미지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사회문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게이머들의 커뮤니티내에서 반미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 특히 미군 여중생 치사사건에 대해 많은 게이머들이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보이고 있는 반응은 ‘대규모 시위’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종전에는 특정 사건이나 이슈를 두고 게이머들이 게임상에서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는 간혹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반미’라는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담아 운영자와 게이머들이 함께 대규모 의사 표현과 집단 행동을 벌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

게임이 정치적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까지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게이머들의 요구를 수용한 업체들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리텍이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공작왕 www.kjking.co.kr’은 지난달 29일부터 궤도차량 운전병 이름인 ‘마크 워커’ 몬스터를 죽이면 기존 몬스터를 죽일 때보다 2배의 경험치를 주는 ‘미군 몬스터 이벤트’를 시작했다.

캐릭터 게임 ‘캔디바 www.candybar.co.kr’에서는 미군 궤도차량에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아바타에 하얀 리본 달기를 시작했다.

‘천상비 www.1003b.co.kr’ 를 서비스하는 하이윈도 지난달 30일부터 자사 온라인게임 내 낙양성 광장에 장갑차와 미군 병사 몬스터를 등장시켰으며 고인들의 영정사진을 지원하는 등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의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게임업체 팜팜인터데크도 자사 온라인보드게임 200만명의 이용자에게 두 송이의 흰 국화꽃 아이템을 증정했다. 또한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이 미선이를 추모하는 글과 미국을 비난하는 글도 각 게임게시판에 넘쳐나고 있다. ||반면 해외직배사들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자칫 잘못하면 반미운동이 자사의 게임판매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 EA코리아, 비벤디코리아 등 해외직배사들은 최근 게이머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 잇단 대작 게임들을 출시중인 EA코리아는 이번 반미운동이 크게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영화와 함께 공동마케팅을 계획중이던 EA코리아로서는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다. EA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제품판매에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를 볼 때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국내 게임업체들이 반미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머들이 사회문제에도 큰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생명인 커뮤니티를 보다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게임업체 스스로가 반미운동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게이머들의 이러한 반미운동은 게임업계는 물론 사회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수 싸이, 신해철, 이정현, 윤도현 등도 이번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상황. 대중스타들의 추모운동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것도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에 편승하고 있다. 실제 이번 대선에 20, 30대 유권자는 전체 49%에 달하며 한국 인터넷 정보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 인구만도 2500만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중 90% 이상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게이머들의 반미운동이 대선과 맞물려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한 대학생 네티즌은 “오만한 미국을 혼내주는 길은 불매운동을 벌이는 길밖에 없다”며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러한 의견을 확산시키자”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 게임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금의 세대는 과거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틀리다”며 “이번일을 계기로 게이머들이 정치, 사회에 결코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미군 몬스터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유리텍의 이영직 사장은 “온라인게임은 사회성이 직접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며 “게이머 대부분이 이벤트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게시판을 통해 분노를 표시하는 등 자발적으로 반미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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