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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일의 법칙’ 아시나요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9.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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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이 새로운 소비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 등 관련 산업뿐 아니라 금융, 여행 등 기존 소비 시장에서도 게이머들의 입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신 마케팅 기법으로 일컫는 ‘롱테일(Long Tail)’의 법칙을 기업들이 속속 도입한 게 배경이 됐다.

롱테일 법칙은 이른바 ‘VIP 마케팅’으로 통하는 ‘파레토(Pareto)’ 법칙의 반대 개념이다.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소외받던 80% 책들의 매출 합계가 20%의 베스트셀러 매출을 능가하는 것이 사례로 거론되면서 보편화 됐다. 이 롱테일 법칙이 점차 일반화되면서 그 동안 소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게이머들까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롱테일의 법칙’ 아시나요

게이머 겨냥한 특화상품 급성장

- 게이머 新소비세력 떠올라... 마케팅 사각지대 노린 특화상품도 속속 등장

사실 게이머들을 겨냥한 특화 상품이 그 동안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임업계에서는 그 동안 자사 게임 홍보 차원에서 오프라인 기업과 활발한 공동 마케팅을 펼쳐왔다. 넥슨이 대표적인 예다. 넥슨은 그 동안 한국코카콜라와 함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해 왔는데 최근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게임 내에서 구입할 수 없는 아이템을 코카콜라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 코카콜라 입장에서도 충성도 높은 게임 유저들을 자사 소비자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인 셈이다.

리얼 댄스게임 ‘온에어 온라인’을 서비스 중인 다날도 최근 웅진식품의 ‘맑은 땅 옥수수 수염’과 손잡고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시판 중인 음료수에 자사 게임 캐릭터를 삽입한 것은 기본이다. 온라인게임 뿐 아니라 음료 매장에도 ‘음료 전용 댄스 스테이지’를 마련해 사용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박주용 다날 게임사업실장은 “건강 음료를 선호하는 10~20대 젊은 여성들에게 온에어 온라인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 업체들과 적극적인 제휴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기업간 공동마케팅 늘어
이밖에도 엔씨소프트, 엠게임, 웹젠 등 상당수 게임업체가 현재 제과업체나 IT업체 등과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은행, 여행 등 기존 업체들이 게임과는 별도로 게이머들을 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이 은행권이다. 시중 은행들은 그 동안 하위 80%의 일반 고객보다는 상위 20% VIP 고객에 마케팅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 게이머를 겨냥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젊은층과의 호흡을 부쩍 늘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속내가 들어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케팅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게이머들을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10~20대 고객은 당장 은행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고객층은 아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은행 문을 두드리게 되는 미래 고객이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면서 “특히 게임세대는 첫 거래를 갖는 은행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들을 겨냥한 특화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한은행배 스타리그’를 창설해 주목을 끌었던 신한은행은 최근 ‘e-스포츠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일반인이 아닌 게임 마니아를 겨냥해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요컨대 상품 가입 고객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의 스티커 사진과 함께 경기 장면을 담은 VOD를 제공받게 된다. 또 추첨을 통해 원하는 선수의 결승전 티켓도 제공받을 수 있다. 때문에 가입 고객도 온라인게임 마니아층인 10대에서 20대가 대부분이라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신한은행배 스타리그’ 개최를 앞두고 ‘스타리그 매니아 저축’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이에 대한 연장선상 차원에서 e-스포츠 정기예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부터 ‘우리e카드’를 운영 중인데 반응이 좋다고 한다. 이 상품도 게임 마니아층을 겨냥해 출시했다. 때문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리니지2 배틀 토너먼트 2006 파티’를 후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KB국민은행도 최근 20~30대 직장인 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KB 챔피언십 직장인 카트라이더 대회’를 개최하는 등 게이머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여행업계도 현재 온라인게임 마니아를 잡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자유투어는 지난달 말 홍콩에서 열린 ‘2007 홍콩 게임박람회’ 참관을 위한 상품을 선보였다. 게임 관련 박람회 참관을 목적으로 여행 상품이 출시되기는 좀처럼 드문 일이다. 때문에 회사에서도 결과를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가 예상외로 좋으면서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게임이나 관련 산업에 대한 국내 유저들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상품 가격이 90만원대로 비교적 고가였지만 신청률이 예상외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게이머 겨냥한 여행상품도 속속 출시
사정이 이렇자 다른 여행사들도 속속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오엑스포는 오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동경게임박람회 2007’ 참관을 위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람회 전문 기업인 케이비즈투어도 오는 10월 3일~5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SAGSE 카지노 및 게임기기 박람회 2007’ 참관을 위한 상품을 출시 중이다.

지오엑스포 관계자는 “참가자들은 박람회 관람과 함께 긴자-플레이스테이션 관람, 현지 시장조사 등의 스케줄을 즐길 수 있다”면서 “개인뿐 아니라 현지 진출을 위한 기업 관계자에게도 유용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기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숨은 1mm 고객을 잡기 위한 틈새형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영업 사각지대에 놓였던 게이머들이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은 “게임 세대는 비교적 충성도가 높고, 아직 소비 구도가 형성되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는 좋은 마케팅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향후 게이머를 겨냥한 상품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사이드스토리  

게임업계도 이제는 ‘롱테일 시대’

킬러타이틀 의존 기업 ↓, 다작 캐주얼게임 기업 ↑

‘사소한 다수’인 꼬리의 수익 비중이 상위 20%보다 커지는 이른바 롱테일 법칙은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킬러 타이틀 하나로 대박을 치기보다는 다수의 캐주얼 게임을 통해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게임업계에서는 한때 ‘엔씨소프트가 기침을 하면 나머지 업체들은 몸살에 걸린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전해져 왔다. 그 만큼 게임업계에서 엔씨소프트나 리니지의 존재감이 컸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업계 구도에 이상 기온이 감지되고 있다. 하나의 킬러 타이틀로 시장을 좌지우지 하던 엔씨소프트나 웹젠, 한빛소프트 등은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던 CJ인터넷, 넥슨 등은 다작 캐주얼게임의 잇따른 성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는 없는 상태다. 웹젠이나 한빛소프트도 최근 매출이 하락하면서 과거의 위용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이에 반해 넥슨이나 CJ인터넷은 특정 게임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지 않는 구조를 띠고 있다. 다양한 게임들이 매출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넥슨의 경우 내놓는 게임마다 성공을 거두면서 현재는 엔씨소프트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정우철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경우 최근 리니지2 매출은 증가했지만 리니지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18.7% 감소했다”면서 “하나의 킬러타이틀에 의존하는 구도는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는 만큼 다양한 게임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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