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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게임, 콘솔시장 진출 본격화] 자사 I·P 영역 확대 통한 글로벌 위상 제고 ‘노림수’

멀티 플랫폼 포팅 등 간편 개발 기술 ‘주요'
메이저 플랫폼 확보·BM 적합성 고려 ‘관건’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8.06.05 16:25
  • 수정 2018.06.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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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토 확대를 노리는 국내 게임업계의 시선이 콘솔게임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게임사 빅3를 비롯해 블루홀, 펄어비스, 넥스트플로어, 플레로게임즈 등 중견게임사들까지 자사 대표작의 콘솔 이식이나 신작 개발에 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일명 ‘콘솔키드’로 불리는 개발자 출신 대표의 영향도 존재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콘솔시장 진출을 노리는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가 보유한 게임 I·P의 활동무대를 넓히기 위함이다. 더불어 게임엔진의 발전으로 인해 멀티 플랫폼 포팅 작업이 간소화됨에 따라, 거대한 비용 투자 없이도 온라인·모바일게임을 콘솔로 이식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은 이미 검증을 마친 게임 I·P를 활용한 콘솔게임을 앞세워 북미·유럽 지역 유저들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자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전 세계 게임 산업에서 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바일에 비해 크지 않고, 국산게임의 주력 BM(비즈니스모델)인 부분 유료화 정책에 대해 북미·유럽 유저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개발력을 갖춰온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시장 진출을 발판삼아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국내 게임사들이 온라인·모바일게임을 넘어 콘솔게임 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에 넥슨의 ‘로브레이커즈’를 비롯해 조이시티의 ‘3on3 프리스타일’, 스마일게이트의 ‘큐라레 마법도서관’, 네오위즈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등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도전이 이어져왔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타이틀은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콘솔게임 제작 환경 ‘개선’

그럼에도 국내 대형·중견 게임사들은 지난해부터 플랫폼 다각화라는 기치 아래 콘솔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먼저 넥슨은 오는 8월 7일 PC온라인게임 ‘하이퍼 유니버스’를 Xbox One으로 출시할 계획이며, 넥슨 US홀딩스가 설립한 OC스튜디오가 유저 간 PvP에 초점을 맞춘 콘솔게임 신작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인기 온라인게임 ‘블레이드 & 소울’과 신작 ‘프로젝트 TL’ 등 다양한 콘솔게임 신작을 준비하고 있으며, 넷마블도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바일게임 ‘세븐나이츠’의 콘솔 이식 계획을 발표했다.
중견게임사 또한 본격적인 콘솔시장 진출 행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블루홀은 이미 지난해 12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Xbox One으로 독점 출시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온라인게임 ‘테라’의 콘솔버전도 북미·유럽 지역에 선보였다. 펄어비스는 자사 ‘검은사막’ I·P를 활용한 콘솔게임을 올 여름 북미 지역에 론칭할 계획이며, 넥스트플로어도 진승호 디렉터가 참여한 ‘베리드 스타즈’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플레로게임즈 역시 자회사인 아이들상상공장의 대표작 ‘어비스리움’을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으로 이식한다는 방침이다.
 

▲ 게임 개발엔진이 간편한 멀티 플랫폼 포팅 기능을 지원하면서, 다양한 국산게임들이 콘솔 플랫폼으로 이식되고 있다
▲ 게임 개발엔진이 간편한 멀티 플랫폼 포팅 기능을 지원하면서, 다양한 국산게임들이 콘솔 플랫폼으로 이식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게임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각사의 대표들을 포함해 현업에서 활동 중인 게임 개발자 대다수가 콘솔게임 개발에 대한 꿈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언리얼·유니티 등 게임 개발엔진이 지원하는 손쉬운 멀티 플랫폼 포팅(다른 플랫폼에서 프로그램을 동작하게 하는 작업) 기능도 국산게임의 콘솔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과거에는 기존 게임 리소스를 바탕으로 콘솔게임을 처음부터 개발해야했다면, 게임 개발엔진에 기반을 둔 최근 온라인·모바일게임들은 해당 기능을 활용하면 화면비 조정과 U·I, U·X 배치 수정 등 간단한 작업으로도 ‘저비용 고효율’ 플랫폼 이식이 가능해졌다.

글로벌 기업가치 제고 ‘목표’

이와 함께 국내 게임사들은 자사 대표작의 콘솔 플랫폼 도전을 통해 자사 I·P 활동 영역을 넓히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유저 층을 확보하고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북미·유럽·일본을 중심으로 매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유저들의 게임 선호도와 충성도가 높은 콘솔게임 시장을 타깃으로 설정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콘솔게임 개발력 검증을 통해 글로벌 게임 개발사로서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전략도 포함돼있다. 모바일게임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콘솔게임은 콘텐츠의 볼륨이나 방대한 세계관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독창적인 게임성 등 여전히 게임 산업에서 대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 세계 3대 게임쇼에서도 글로벌 콘솔게임 개발사들이 대규모 신작 발표를 통해 업계와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 진출 활로가 막힌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게임의 글로벌 성과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베데스다, 유비소프트, 에픽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사들은 자사 대표작을 앞세워 콘솔시장에서 맹활약 중이며, PC온라인게임에 집중하던 블리자드도 ‘오버워치’를 기점으로 콘솔 플랫폼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양상이다.
또한 1조 이상의 누적 매출을 기록한 PC온라인 ‘배틀그라운드’ 흥행에 이어 콘솔에서도 5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한 블루홀 역시 텐센트, 소프트뱅크,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의 관심 속에 기업가치가 5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 PC온라인에 이어 콘솔로도 5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블루홀의 기업가치는 5조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 PC온라인에 이어 콘솔로도 5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블루홀의 기업가치는 5조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섣부른 도전은 ‘위험’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 다변화 차원에서의 콘솔시장 진출은 고려할 만하나, 현실적으로 매출 증대나 유저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게임사들이 준비 중인 작품들이 콘솔게임으로 기획된 I·P가 아닌 자사가 보유한 온라인·모바일게임을 콘솔로 이식하는 만큼, 콘솔 유저들에게 인지도가 다소 낮은 국산게임 I·P의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한 북미·유럽·일본 등 대형 게임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콘솔게임의 전체 유저 풀이 크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로 손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뉴주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이 51%의 비중을 차지한 반면, 콘솔시장은 25% 정도로 집계됐다.
여기에 현재 국내 게임사 대부분은 콘솔 시장을 장악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보다는 도전자에 가까운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One이나 닌텐도 스위치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플랫폼의 다양한 지원은 확보 가능하나 잠재적 유저 풀은 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 부분 유료화 BM에 대한 북미·유럽 유저들의 반발이 심한 만큼, 신규 콘텐츠 DLC나 치장 아이템 등 콘솔에 적합한 BM을 모색해야한다
▲ 부분 유료화 BM에 대한 북미·유럽 유저들의 반발이 심한 만큼, 신규 콘텐츠 DLC나 치장 아이템 등 콘솔에 적합한 BM을 모색해야한다

특히 국산 온라인·모바일게임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 BM에 대한 북미·유럽 지역 유저들의 큰 반발은 콘솔게임을 개발 중인 업체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실제로 펄어비스의 온라인 ‘검은사막’은 과거 밸류팩 출시로 인해 ‘페이투윈(Pay2Win)’ 소동을 한 차례 겪었으며, EA의 콘솔게임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는 인게임 소액결제와 랜덤박스로 북미·유럽에서 ‘뽑기 아이템 규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 전문가는 “확고한 I·P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BM으로 인해 유저들의 반감을 얻는다면 성공 가능성은 0%에 가깝다”며, “신규 콘텐츠를 담은 DLC(다운로드 콘텐츠) 판매나 스킨, 의상 등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치장 아이템 등 콘솔에 적합한 BM을 기획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산 게임의 대규모 행렬과 좁아진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로 인해 점차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뛰어난 개발력을 바탕으로 온라인·모바일을 넘어 콘솔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준비에 나섰다. 쟁쟁한 타이틀이 총집합한 콘솔게임 시장에서도 국산게임이 저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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