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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로 돌아온 명작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 패드 던지기 입문학 개론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01.24 14:49
  • 수정 2019.01.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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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불친절하다. 무의미한 반복플레이가 거듭된다. 쥐꼬리만한 힌트를 던져주고선 온동네를 싸돌아다니다가 포기할때쯤 해답을 던져준다. 그러니 게임을 붙잡는다. 재미도 있다. 점점 강하게 변모하는 캐릭터와 장비들. 쉴틈 없이 발생하는 이벤트들은 재미를 더한다. 수 차례 패드를 던지고 좌절하고 화도 내보지만 별 수 없다. 엔딩을 봤다. 출시일보다 비교적 늦어진 2주가 지나서야 리뷰를 남겨본다.

지난 2008년 Xbox360으로 발매된 이후 PS3, PC등으로 출시된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가 이번엔 플레이스테이션4와 닌텐도 스위치로 리마스터링 돼 발매됐다. 발매전까지만 해도 그저 '아재들의 추억 팔이'로 치부돼며 '논외'판정을 받았던 이 타이틀은 발매 이후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물량 품귀현상'마저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 버전은 국내에서는 초도 물량이 모두 매진돼 웃돈을 주고도 게임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 정도다. 발매를 결정한 회사도 수량 예측에 실패한 듯 내달 중에나 신규 물량이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흥행 전선과는 별개로 발매 약 2주일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게임을 두고 '테일즈 시리즈'의 명성을 다시 한번 끌어올린 '명작'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소위 '인생 게임(베스트 게임)'이라는 이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불친절하고 어려운 게임'이라며 '구매를 후회한다'는 평가가 공존하면서 혼선은 가중된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어떤 '취향'을 공략하는 게임일까. 구매를 앞두고 고민하는 독자여러분들을 위해 게임을 정리해 봤다.

버스터+평타+특기+오의+비오의

게임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액션RPG다. O버튼을 누르면 칼을 휘두르면서 기본 공격을 한다. 기본 공격이 끝나기 전에 X를 누르면 기술을 쓴다. 기술은 '특기', '오의', '비오의'로 나뉘는데 복잡하니 기본기술, 조금 센기술, 필살기' 로 생각하면 편하다. 여기에 기술 변화기나, 버스터기와 같은 복잡한 요소들이 산재한다. 약 30~40개 기술들을 활용해 조합하고 분류해 콤보를 먹이는 전투 시스템이 기본이다. 이 때 연계가 가능한 기술과, 그렇지 않은 기술들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 캔슬 개념이나 대시&강제기상 등과 같은 개념들이 존재해 가히 대전격투 액션게임을 방불케한다. 전투 중에는 4개 캐릭터를 파티로 선택해 활용하며, 전체 동료는 그보다 더 많다. 당연히 각 캐릭터별로 기술이 다르기에 최소 40개 스킬 X 캐릭터 수만큼 게임을 파고들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마다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공중 콤보를 위주로 설계된 캐릭터, 근접능력과 힐링 능력위주로 설계된 캐릭터, 빠른 속도로 치고 빠지면서 콤보를 연계하는 캐릭터, 멀리서 마법 난사로 콤보를 연계하는 캐릭터, 기를 모아 한방 데미지를 선사하는 캐릭터 등이 등장한다. 

이렇게 보면 복잡하기 그지 없지만 콤보를 넣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초 내외. O 3번, X키, 방향키를 위로 고정하고 X키, 옆으로 고정하고 X키를 누르는 식이다. 대전 격투게임보다 판정도 훨씬 후한 편이어서 그저 버튼을 연사하는 것으로 콤보를 쉽게 넣을 수 있다. 몇 번 패턴을 연습하다보면 누구나 쉽게 쓸만한 수준이 되기에 소위 '피지컬 능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편이다. 대신 각 기술들을 지켜보면서 '연계되는 패턴'을 실험하고 맞춰 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긴 편이다. 

성장요소로 난이도 낮아져

기본 '기술'이나 '마법'과는 별도로 '스킬 개념'이 존재하는데 이는 '패시브 스킬'에 가깝다. 스킬에 따라 기본 공격횟수를 늘려준다거나, 스킬에서 오의, 비오의 등으로 연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쿨타임을 줄이기도 하고, 마나 개념인 TP를 회복시켜 주기도 하며, 공격력 방어력 등을 보조하는 등 수십개 스킬들이 존재한다. 각 스킬들은 '무기'에 붙어 나오는데, 오랜기간동안 무기를 활용하다보면 캐릭터가 습득해 다음 무기를 착용할 수 있는 형태다. 대신 '스킬포인트'개념이 존재해 한 번에 활용할 수 있는 스킬 개수에 제한을 두면서 난이도를 맞췄다. 

이와 함께 전투를 도와줄 요리, 젤리(포션), 아이템 등은 비교적 싼 가격에 다수 구매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사냥이 가능한 편이다. 스킬콤보를 단 하나 쓰지 못하더라도 기본 패시브와 포션만으로 게임을 클리어하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 단,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려야 하는 점은 기억해 둬야할 부분이다. 
지쳐 쓰러질 유저들을 위해 '자동 전투'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파티에 포함된 4명을 모두 자동 전투로 전환해 구경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여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으나, 장시간 '반복플레이'에 지친 유저들은 패드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방치형 게임 뺨치는 반복 성장

시스템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파고들 요소들이 부지기수다. 기술, 스킬, 무기수집, 아이템 수집, 요리, 맵, 서브시나리오, 다회차, 마장구 강화, 숨겨진 던전, 타임 어택, 콤보 수치 달성, 미니 게임들 등 일일히 열거하기도 쉽지 않을 법한 콘텐츠들이 게임 하나에 녹아 있다. 전투 몇 번 하다 보면 새로운 스킬을 마스터하고, 전투 몇 번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템과 장비들이 쏟아 진다. 쉴 틈 없이 뭔가를 하게 만들고, 고민하게 만들고,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들이 등장한다. 

핵심은 이 과정을 '즐길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변화된 수치에 맞춰서 스킬을 다시 세팅하고, 콤보를 점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전투를 하고, 다시 맵을 돌고 전략을 수정하는 방식을 즐길 수 있을지를 물어 봐야 한다.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지독한 반복 플레이'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이 방식을 즐기는 유저들 조차도 중후반부가 넘어가면 스킬 하나로만 게임을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수백종 몬스터가 등장하기에 여유있게 보더라도 수천마리 몬스터를 사냥해야하는 게임 특성은 반드시 점검해봐야할 요소다. 대신 정신 없이 성장하는 캐릭터들을 사랑하는 유저들이라면 이 게임은 더 할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패드 던지기 입문자 과정

사실 게임 시스템을 하나도 모르더라도 게임을 클리어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일반 무쌍류 액션게임 처럼 칼질하다가 스킬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은 플레이할 수 있다. 대신 분명히 각오는 해야 한다. 이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는 어쩌면 새디스트일지도 모른다. 유저가 플레이하는 과정에 비해 보스를 비롯 게임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하드 모드는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벽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다행히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DLC로 레벨업 옵션을 받을 수 있기는 하나 이러한 요소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들도 있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다. 전반적인 이벤트와 맵 구조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별도로 준비된 공략집이 없다면 이 게임을 완벽하게 클리어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일례로 특정 던전에서는 눈 앞에 보물 상자를 떡하니 보여주는데 보이는 곳으로 갈 수 없다. 이 앞에서 몇 시간을 소비하고 뒤를 돌아가서 의심되는 장면들을 다시 복기해서 처음부터 해 봐도 여전히 먹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진행이 덜 됐기 때문이다. 끔찍한 맵 디자인이다. 반드시 획득해야할 장비일지도 모르는 보물상자를 포기하고 지나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포기하고 지나간 그 보물상자를 다시 먹기 위해 맵을 수차례 계속 방문해봐야 한다. 게임이 진행될 때 마다 시간대별로 발생하는 이벤트가 다르고, 유저의 장비나 시나리오가 변할때마다 또 다르다. 엔딩 직전에 달라지고, 엔딩 이후에 다르다. 멤버가 영입될 때 마다 다르고, 새로운 맵이 생길 때 마다 다르다. 그 때 마다 맵을 헤멜 각오를 해야 완벽하게 클리어할 수 있다. 차라리 공략집을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운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것은 세이브 시스템이다. 꼬일대로 꼬인 맵에서 몇 시간동안 헤메는데 세이브 포인트 하나 발견 못한다면 그대로 플레이 데이터가 날아가버릴지도 모른다. 패드는 이럴때 던지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임을 하는 동안 몇 차례나 인내심을 발휘해야할 장면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투 비 컨티뉴의 매력

대신 게임은 '회차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이터를 승계해 다음 회차에서 그대로 이용해 사용하는 소위 '새게임으로 다시 시작하기'가 포함돼 있다. 전 회차에서 벌어들인 장비와 돈, 스킬 등을 고스란히 가져와 다음 회차에서 사용 가능하다. 특히 경험치 10배 , 부스트게이지 쉽게 모으기와 같은 요소들은 '반복 사냥'에 지친 유저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다. 힘들게 싸우던 보스 몬스터가 단 한방에 나가 떨어지고 순식간에 몇단계 레벨이 오르는 부분은 적잖은 쾌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그레이드'를 높게 받아야한다. 그레이드는 일종의 전투 평가 시스템으로 전투를 진행하는 과정 중 콤보수나 페이탈스트라이크와 같은 특수 기술 등을 모두 계산해 받게 된다. 1분 전투 기준으로 적게는 2~3. 익숙한 유저들은 5~ 30씩 그레이드를 얻는다.

모든 그레이드를 열기 위해서는 약 2만 그레이드 포인트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말해, 또 하고, 또 하고, 또 해서 숙달된 뒤 완벽하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다행히 게이머도 만만치 않아 '세탁기(캐릭터 중 리타가 시전하는 마법을 반복 활용함'와 같은 꼼수들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후반부에나 가능한 일들이다. 

불편함을 즐길 수 있는 유저들에게 추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다. 방대한 분량과 설정, 게임 플레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된 플레이'뒤에 오는 '성취감'과 함께 강력한 무기와 장비들이 한가득 쏟아지기에 다시 패드를 붙잡고 게임을 하게 된다. 소위 '화나고 욕나오지만 재미있게 즐기는 게임'장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두 밟아 플레이에 맛을 들이면 게임은 방대한 즐길 거리들을 유저들에게 제공한다. 이는 마치 '마법전기 디스가이아'를 보는 듯한 시스템이다. 대신 그 보다는 더 동적이고 폭 넓은 선택권과 재미가 유저들에게 주어진다. 
 

무쌍류 전투, 콤보 액션에 익숙한 유저들, 캐릭터 성장 시뮬레이터를 하루종일 돌려본 경험이 있는 유저들, 맵이 헷갈려 손으로 지도를 그려가면서 게임을 플레이 해 본 경험이 있는 유저들에게 이 게임은 적극 추천할만한 가치가 있다. 
또, 오픈 월드 액션게임에 익숙한 유저들,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게임을 클리어하는 재미를 원하는 유저들, 자동 저장을 통해 짧은 구간을 통과하는 재미를 느끼는 유저들에게는 이 게임을 가급적이면 사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이번 설 연휴에 할만한 게임을 찾고 있다면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는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취향만 맞는다면 설 연휴를 쏟아 부을지도 모른다. 단, 구매에 앞서 반드시 전투 영상과 던전 플레이 영상을 확인해 보기를 추천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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