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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게임 신기원 ‘바바 이즈 유’ 인디게임계 강타

‘룰’을 바꾸는 게임성에 유저들 엄지 ‘척’ … 난이도 상급 퍼즐 ‘고뇌’하는 맛 일품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04.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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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반기 인디게임계 대표 기대작 ‘바바 이즈 유’가 공식 출시됐다. 지난 2017년부터 인디 게임계를 휩쓸던 이 타이틀은 기대치 만큼이나 높은 완성도로 돌아와 극찬을 받는 분위기다. 전체 리뷰수 1천개, 그 중 긍정적 표시를 한 유저는 99%. 이른바 역대급 퀄리티를 선보이면서 빅히트 타이틀로 발전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어 닌텐도 스위치를 비롯 다양한 버전으로 컨버전 될 예정인 가운데 후속 시리즈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퍼즐브랜드로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게임 난이도가 너무 높아 소위 ‘머리에 쥐가나는 타이틀’로도 평가되고 있어 ‘그들만의 리그’에 속하는 게임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과연 ‘바바 이즈 유’는 어떤 게임일까.
 

‘바바 이즈 유’는 2017년 첫 등장한 인디게임이다. 가볍게 게임을 개발하는 노르딕 게임잼 행사에서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개발자는 23살 핀란드 출신 대학생 아비 타케아리. 캐주얼 게임 위주로 개발하던 그가 대박을 터트렸다. 이 게임이 화제가되면서 전 세계 인디게임상을 휩쓸다시피 한다. 론칭 전에 이미 8개 상을 수상했고, 론칭 이후 입소문이 더 붙으면서 더 많은 상을 휩쓸어 담을 것으로 기대된다.

색다른 아이디어에서 오는 재미
게임은 사실 과거 유행했던 ‘소코반(창고지기)’게임을 연상케 한다. 상자로된 블록들을 움직여 제 위치에 놓는 게임성과 유사하다. 대신 움직이는 것은 상자가 아니라 ‘영어 단어’다. 일례로 (BABA) is {YOU}란 단어가 놓여 있으면 주인공은 (BABA)를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YOU}대신 {WALL}단어를 움직여 밀어 넣으면 벽이 (BABA)처럼 움직인다. 이렇게 각 단어들을 퍼즐처럼 배치해놓고 목표점에 도달하도록 만든 게임성이 핵심이다. 특히 이 아이디어를 확장해 유저가 움직이는 캐릭터가 게임 속에 등장하는 사물이 되거나, 상태를 바꾸는 형태로 룰을 개발하면서 난이도를 더한다.

뇌정지(?) 유발 게임으로 각광
게임은 얼핏 보면 별다른 인터페이스가 없어 쉬워 보인다. 실제로 초반부는 쉽다. 그저 문장 한두개를 완성하면 바로 클리어가 가능하다. 뜨거운 것을 차갑게, 가라앉는 것을 뜨게 만드는 정도로 룰을 바꾸면 클리어가 가능하다. 그런데 게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이제는 ‘바바’를 ‘게’로 만들고, 다시 ‘게’를 ‘열쇠’로 만든 뒤, ‘문’을 열고, 남은 ‘게’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과 같은 조건들이 게임상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문장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머리에는 쥐가 난다. 일례로 한 스테이지에서는 ‘돌’은 ‘열리’고 ‘밀린다’는 문장을 완성해 문을 부순 다음 ‘승리’는 ‘열쇄’라는 단어를 완성한 뒤 바바로 열쇄를 먹으면 클리어된다. 문장이 열 개가 넘어가는 순간 게임 난이도는 급상승한다. 
 

▲ 바바에게 장미를 선물하면 클리어하는 스테이지다
▲ 바바에게 장미를 선물하면 클리어하는 스테이지다

발상의 전환 이끌어내는 두뇌 영양제
약 100개가 넘어가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후반부로 돌입하면 게임은 아예 ‘창의성’을 요구한다. 주인공 ‘바바’를 주인공이 아니라 ‘사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거나, 사각형으로 짜여진 ‘방’도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룰’에 해당하는 단어들 조차도 퍼즐 조각 중 하나로 쓰인다. 그렇다보니 오랜 시간동안 생각하고, 고민해 해답에 도달할 때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낸다. 얼핏 보기에는 별다를 것 없어보이는 게임은 개발기간만 2년이 넘게 걸렸다. 내로라하는 퍼즐게임계 장인들이 아이디어를 도왔고, 게이머들이 풀기 어려운 요소들도 다수 도입됐다. 스팀을 통해 소감을 남긴 한 유저는 이 게임만 약 40시간 넘게 플레이한 뒤 엔딩을 봤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스테이지를 시작하는 것 조차도 퍼즐처럼 숨겨져 있을 정도”라며 “지금까지 플레이 해 본 게임 중 가장 창의적이면서도 어려운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고통 받는 스트리머들 게임 포기(?)선언
으레 대작 인디게임, 특히 ‘퍼즐게임’들이 등장하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스트리머들도 이 게임을 잇달아 플레이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게임 영상은 거의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일부 실시간 방송에서 다룰 뿐이다. 이유는 이를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들의 영상을 보면 명확하다. 화면은 멈춰있고 스트리머들은 머리를 쥐어 짠다. 얼굴을 훔치고, 시청자들과 토론하는 상황에서 화면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일을 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고, 때문에 비슷한 장면들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결국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장면은 거의 없어 영상으로 낼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게임을 공략하는 영상들이 줄지어 등장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점은 이 게임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으로 보인다.
 

▲ 인지부조화를 활용해 기가막힌 퍼즐이 탄생했다
▲ 인지부조화를 활용해 기가막힌 퍼즐이 탄생했다

패러디 봇물 ‘신 퍼즐시대’ 열릴까
이 같은 게임성이 개발자들에게도 영감을 줬을까. 이를 활용한 패러디들이 서서히 등장키 시작한다. ‘DEV is you’는 주인공을 ‘슬라임’으로 바꿔 룰을 밀고 당기며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출시된다. 오마주와 표절사이 묘한 상관관계를 유지하는 점이 흥미롭다. 게이머들은 게임의 룰을 패러디한 단어를 유행어(meme)처럼 쓴다. 일례로 바바는 나이며 멍청하다(baba is me and stupid)와 같은 어법을 활용해 게시글을 남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다.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일러스트 패러디까지 등장하면서 게임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일각에서는 ‘로그라이크’장르처럼 ‘바바 이즈 유 라이크’장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잘 만든 게임이 일종의 문화처럼 번지는 셈이다. ‘바바 이즈 유’는 스팀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 게임을 활용한 인형까지 등장했다
▲ 게임을 활용한 인형까지 등장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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