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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2019 #4] 넥슨 김동건 총괄PD "과거 '마비노기'를 미래로 전달해 이어 나갈 것"

  • 판교=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04.24 16:34
  • 수정 2019.04.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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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시절 아마추어 개발자로 데뷔해 30년동안 게임을 개발해온 베테랑 개발자 데브캣스튜디오 김동건 총괄디렉터가 연단에 섰다. 오는 4월 26일까지 판교에서 개최되는 NDC2019 기조 강연자로서 '마비노기'를 소재로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 총괄PD는 기조 강연을 시작하면서 '마비노기'가 아직 서비스될 때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강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마비노기'를 운이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와 동시에 서비스를 했던 작품들은 자취를 찾기가 힘들다. 김PD에 따르면 유튜브가 등장하기 전 작품들은 스크린샷은 물론 플레이 영상을 찾아보는 것조차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서버가 내려가면 데이터를 모두 지워버리는 온라인게임 특성상 자료를 남기기 힘든 점이 한 몫했다.
 

김PD는 "한국 게임들은 늘 똑같다. 발전이 없다고 한다. 이는 게임들이 너무 빨리 유실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발전되고 나아가는 부분들을 확인하려고 해도 과거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발전을 하려면 과거를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강연 역시 '과거'를 알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강연을 취지로 그는 이야기를 풀어 냈다. 

30년 역사동안 김PD는 게임이 너무 좋았다. 학창시절 게임 개발자로 입문한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 콘솔게임들이 대거 발매되던 시절에 그는 온라인게임 개발을 택했다. 학창시절 이은석PD와 함께 연구실에서 '둠2' 네트워크 플레이를 즐겼던 경험이 즐거워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 당시 PC통신이 활발했던 시기로 사설 BBS(일종의 홈페이지)를 운영한 경험도 크게 한몫했다.

"BBS를 게임처럼 만들었습니다. 글을 쓰면 경험치를 얻고 레벨도 오르고 아이템도 얻는 식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쉬지않고 BBS에 상주하더라고요. BBS를 띄워놓고 할 것 하다가 새 글이 뜨면 무조건 읽고, 글도 씁니다. 그런데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건네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를 사귀고는 싶지만 직접 다가지는 않는,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주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기다리는 '내성적인 유저'들을 위한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마비노기'는 그렇게 탄생하게 됐습니다."

김 PD는 이를 아이들의 장난감에 비유했다. 새로산 장난감을 들고 놀이터를 지나다니다가 다른 아이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아이의 심정처럼 이를 게임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아이들의 장난감이 게임 아이템으로, 무기로 변했고, 동네 아이는 게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되도록 설계했다. 그렇게 '마비노기'는 첫 발을 뗐다.

개발과정은 험난했다. 온라인게임, 특히 3D온라인게임 개발기술이 없었던 넥슨에 새로운 그래픽 엔진과 DB기술을 적용해야했고, 개발 스펙상 광원효과가 제한된 시스템에서 게임을 표현해야했다. 카툰렌더링을 표현하고, 좀 더 다양한 색감을 내기 위해서 셀애니메이션 기법을 대거 참고키도 했다. 말 그대로 밤을 세워가며 게임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온갖 고난끝에 개발된 게임들은 서비스 첫날부터 버그로 몸살을 앓았다. 애초에 공격모션조차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지만 유저들은 이를 좋아해줬고 개발팀을 응원했다. 덕분에 지금의 '마비노기'가 탄생하게 됐다고 김 PD는 밝혔다. 
 

그런데 한가지 단점은 오랜기간동안 밤을 세워 개발하다보니 개발자들이 이른바 '번아웃'현상에 시달리게 됐다. 밤을 세워가며 개발하다보니 지쳐서 쓰러지고, 오래된 엔진탓에 신기술은 적용하기 어려워 게임 서비스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결국 업데이트를 거듭하다가 그만하고 싶더라고요 제가 마지막으로 번아웃된다음 라이브 팀들이 들어오면서 '마비노기'개발은 라이브팀으로 이관되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로 디렉터에서 프로듀서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대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완수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개발됐고, 어떤 의미가 있었고, 성과는 어땠는지를 남겨뒀습니다. 덕분에 이런 발표를 할 수 있기도 했고, 다른 프로젝트에 돌입할 때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는 발표 도중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버그 스크린샷을 일일히 공개하면서 과거에 힘든일이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고 있음을 동시에 이야기했다. 
 

김PD는 "'마비노기'가 15년전에 출발해 현재까지도 서비스되면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마비노기 모바일'을 통해 과거 '마비노기'를 미래로 전달하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과거 한국게임들은 수많은 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 점에서 사라지는 타이틀이 많습니다. 이런 점들을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을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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