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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4인 인터뷰 ①] 서태건 가천대 게임대학원장 “문체부 적극 대응 ‘요구’”

합의 없는 일방적 추진 악영향 ‘초래’ … 부처 이견 조율·긍정 효과 연구 ‘과제’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9.05.20 14:18
  • 수정 2019.05.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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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53호 기사]

5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판가름할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의 막이 올랐다.
국내외 게임업계와 학계, 의학계, 문화 협·단체들이 해당 안건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안건이 최종 처리될 경우,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게임중독’을 진단할 의학적 기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2025년부터는 관계부처 논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과학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고, 과잉 의료화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콘텐츠 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게임 생태계가 심각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에 본지는 그간 게임에 대한 연구 및 활동을 이어온 서태건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장,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등 학계 전문가 4인을 만나,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Q. 5월 20일 개막한 WHO 총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의견은?
A.
우선 게임으로 인해 발생되는 질병과 게임 간의 직접적인 관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표출되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게임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한 때 TV를 바보상자라고 천대시하고 만화가 불량도서로 낙인찍혀 불태워지기도 했지만, 거대한 문화의 흐름을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 게임도 같은 현상의 주인공이 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이에 ‘게임이용장애’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게임에 빠져 있던 청소년들도 성장해가면서 게임으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많이 보았고, 궁극적으로 게임과몰입에 빠지는 비율이 1%대라는 조사도 나오지 않았나?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통해 정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이 과정에서 정신질환자로 낙인찍힐 우려도 매우 높은 상황이 될 것이다.

Q. 만약 ‘게임이용장애’가 도입된다면, 게임산업을 비롯해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A.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우수한 산업인력의 신규 유입이 줄고 효자산업으로 성장해온 게임산업이 위축되리라 예상한다.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 핵심인 게임산업의 명예 실추로 인해, 창의와 상상력에 기반한 미래 산업발전에도 그늘이 드리울 것으로 본다.

Q. WHO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보다 정확한 연구와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이전에 게임과몰입에 대한 진단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20년간 피땀 흘려 일궈온 산업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함께 고려돼야한다. 의료계의 지나친 욕심이 매우 우려스럽고, 잘 성장해온 게임산업이 더 이상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Q. 현 상황에서 게임업계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학계, 이용자들이 실천 및 참여할 수 있는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A.
입시 위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공부의 반대말은 게임이 돼있다. 이에 게임산업을 대변해야할 문체부가 중심을 잘 잡고, 정부의 입장 정립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술 관점에서 게임산업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내주는 등 정부 내 우군들의 지원도 요청하는 바이다. 업계 역시 반대 의사나 향후 대책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해야하고, 학계에서도 반대 입장의 연구와 대안 개발에 힘써야 한다.

Q.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게임산업은 다양한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그것이 공부라고 할지라도, 무엇이든 지나치면 스트레스가 되고 수면에 지장을 주고 뇌에도 결코 좋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부모가 자녀에 대해 균형 잡힌 관심과 교육이 가능한 정상적인 가정에서 게임은 두려운 존재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지역에서 5년 간 게임과몰입치료상담센터를 운영해본 결과, 게임으로 인한 문제는 결손 가정의 자녀들이나 정신과적 공존질환이 있는 경우에 더욱 많이 나타났다. 즉, 자녀들을 건강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만 가동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게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에 기반해 올바른 자녀교육에 나서는 등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란과 관련해,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면?
A.
게임산업이 망가진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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