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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 이해 선행” vs “극단사례 치료 필요” 날선 공방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9.05.22 11:06
  • 수정 2019.05.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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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도입 논란을 두고, 찬성과 반대측 인사들의 치열한 토론이 공중파에서도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MBC 100분토론은 지난 21일 “‘게임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라는 주제로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WHO의 입장을 찬성하는 패널로는 노성원 한양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와 김윤경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이, 반대하는 패널로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과 ‘대도서관’ 나동현 크리에이터가 참석했다.
 

출처=MBC 유튜브 영상 캡쳐
출처=MBC ‘100분토론’ 유튜브 영상 캡쳐

토론 첫 번째 주제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추진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먼저 위정현 학회장은 “WHO의 ‘게임중독’ 이슈가 단순히 순수한 의사들의 이슈는 아니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모든 논란의 시작점은 지난 2012년 3월 30일 신영철 前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의 ‘재정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취임사였고, 이후 국회에서 ‘손인춘법’이 논의되고, 이해국 교수의 ‘게임이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발언으로 이어졌다. 다만 첫 시도가 거대한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잠시 잠잠한 듯 보였던 움직임은 WHO 전문가 협의체 논의와 함께 2018년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노성원 교수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정신의학과·심리학과·교육학자 등 전 세계 전문가들이 인터넷게임의 과도한 사용으로 생기는 가족의 피해가 있기 때문에, 보건학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수년 간 합의를 이뤄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게임이용장애’의 진단기준에 대한 질문에서도 위 학회장과 노 교수의 공방이 계속됐다.
노 교수는 “대인관계나 가족관계, 직장생활, 학업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과도하고 심각한데, 본인이 줄이고 싶지만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중독이다”라며, “대부분의 이용자는 건전하게 잘 이용한다고 생각하며, 병적·중독적 이용자들을 임상현장에서 실제로 만나기 때문에 사전에 진단하고 치료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다만 위 학회장은 “일부가 정확히 몇 %이고, 과도하다는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의학계에서 게임중독이나 질병코드 도입을 이야기하는 자체는 존중하지만, 게임에 적대적인 의사와 게임을 직접 해본 의사가 특정 대상을 두고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노 교수는 “사실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의학적 기준은 전문가가 판단한다”며, “오랜 기간 교육을 받고 실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만이 판단할 수 있기에, 의사의 본분을 부정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도서관’ 나동현 크리에이터는 “‘게임중독’을 찬성하는 분들 대부분이 게임을 거의 안해봤거나, 단순한 게임을 해본 경우라 게임을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을 보면, 다양한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고, 학생들은 이러한 게임을 잘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바둑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선수들의 바둑을 따라두고 전술을 고민할 때는 나쁘다고 말하는 경우가 없지만, 게임은 단순히 폭력적이고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래하면 나쁘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 정책국장은 “부모들이나 기성세대도 아이들이 게임을 하기 때문에 궁금해서 알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나름 게임을 공부해본 결과, 연속성과 강등제도, 반복적인 득템과 렙업이 아이들의 게임중독을 불러오고, 게임사의 주요 수입원인 확률형 아이템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게임을 통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는 발언에도 “가상현실에서 상대 캐릭터를 죽이고 이기면서 동질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사회성을 기른다는 것은 너무 심한 판단이다”라고 비판했다.
나 크리에이터 역시 김 정책국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학교에서 성취욕을 충족할 수 없는 아이들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취미가 게임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이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나면 ‘자아실현의 욕구’가 발현되고, 이에 따라 소수의 우등생을 제외하면 성취욕을 느끼기 못하게 하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게임중독’
출처=MBC ‘100분토론’ 유튜브 영상 캡쳐

두 번째 토론 주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이후 사회적 영향이었다. 
우선 위 학회장은 “이미 우리나라에 보건복지부가 관리 중인 중독관리통합센터가 전국에 50개소가 있으나, 인터넷/게임중독 등록자는 예상과 달리 몇 백 명 수준이다”라고 비판했다. 현재도 관리 체계가 있으나,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노 교수는 “해당 센터에서 도박·마약·알콜·게임 등 4대 중독을 다루고 있으나, 대부분 센터가 3~4명 정도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되다보니 알콜중독 사업만 해도 벅차다”라고 반박했다. 김 정책국장 역시 “게임중독은 진단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부모 입장에서 속상한데 어떻게 아이를 데리고 그런 곳에 갈 수 있나. 질병화 시켜 정신적 문제라는 점을 알려야 정확한 집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각 패널이 가장 치열하게 충돌한 지점은 바로 ‘게임중독세’였다. 먼저 나 크리에이터는 “보건복지부가 해명을 했지만, ‘게임중독세’는 WHO 승인 이후 후속조치가 될 수 있다”며, “콘텐츠 분야에서 게임산업이 왜 이렇게 멸시를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 상황에서 게임을 좋아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악당의 위치에 서있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이야기다.
반면, 김 정책국장은 ‘게임중독세’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게임산업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육성한 산업인 만큼, 사회공헌 차원에서라도 중독세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폐해는 늘어났고, 이로 인해 학부들의 배신도 늘어났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위 학회장은 “게임산업은 정부가 육성하지 않은 유일한 산업”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오락실 가지말라’, ‘게임 하지말라’는 분위기 속에 게임산업이 성장해왔고, 2008년부터는 셧다운제 규제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정책국장의 “일반인들도 논문을 보지 않고 아는 사실이다”라는 답변에 대해서도, 위 학회장은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은 5,000년 역사에서 중국을 유일하게 지배한 사례”라며, “게임산업의 초기 혁신자들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측면에서도 양측의 의견은 명확히 갈렸다. 나 크리에이터는 “게임보다 인터넷이나 SNS 중독이 심하나, 인터넷에 대한 제재는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나는 이슈이다보니 만만한 게임사를 고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정책국장은 “인터넷·쇼핑·일 중독은 자신에게만 피해가 가지만, 게임중독은 타인에게도 피해를 끼친다”며, “게임중독 외의 사례에서 강력한 사건이 발생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나 크리에이터도 “쇼핑중독 역시 쇼핑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돈이나 물건을 훔치는 등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노 교수는 일반인과 프로게이머, 게임중독군의 뇌 부피 차이를 구분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자기통제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한 프로게이머와 달리, 게임중독군은 충동성이 높게 나타나고 전두엽 기능도 떨어졌다.  
이에 반해 위 학회장은 “교육부, 문체부와 함께 진행했던 게임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중독지수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의사분들께 교육과 치료를 병행해보자고 호소했지만, 당시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출처=MBC ‘100분토론’ 유튜브 영상 캡쳐

토론 말미에 이르러, 패널들의 모두발언이 이어졌다. 노 교수는 “게임중독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명확하고 엄격한 진단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김 정책국장은 “‘게임이용장애’는 의료계를 넘어 전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게임업계도 이익창출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음 세대를 보고 협력해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위 학회장은 “미국정신의학회(APA)의 DSM-5 방침처럼 아직 많은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 문제이고, WHO의 승인을 이유로 바로 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 크리에이터 역시 “어떤 취미 생활을 가지면 일정한 과몰입 기간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가정 내에서 부모가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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