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생존절벽 직면한 게임산업 근간 핵심 돌파구는 ‘독자 I·P’

내·외부 악재 속 업계위기 ‘심화’ … 신규 게임 I·P 흥행 사례 ‘주목’
팬덤 확보, 운영능력 입증 ‘필수’ … 투자 활성화·전략 고도화 ‘과제’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9.08.20 11:53
  • 수정 2019.08.20 12:0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령 759호 기사]

국내 게임산업 위기가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자신만의 색깔을 내세워 돌파구 마련에 성공한 중소게임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전략은 바로 독자적인 I·P 구축으로, 과거 인기를 끌던 게임들의 복귀 물결 속에서도 유저들의 선택을 받으며 인지도와 매출을 모두 거머쥐었다. 더불어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전하면서, 투자가뭄 속에서도 단비와 같은 자금 확보에도 성공했다.
특히 이들의 성공전략 속에는 ‘서브컬쳐’라는 키워드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시장 트렌드를 따라 안정적인 RPG 신작을 만들기보다, 뛰어난 퀄리티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팬덤을 구축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실한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생존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I·P가 자리 잡기 전까지 묵묵히 개발을 이어나가는 팀원들의 의지와 이를 가능하게 할 자금적인 지원, 마니아 확보를 위한 세심한 운영정책이 뒷받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있다.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매출 양극화는 심해졌고, 중국산 게임들의 무차별 공습으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여기에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움직임을 비롯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더해지고, 호황을 맞은 벤처투자 시장은 게임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즉, 바람 앞의 등불이 된 중소게임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 ‘입증’
난세에는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든 중소게임사들도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지도 높은 I·P들이 각광받는 시대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온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킹스레이드’를 앞세워 국내 증시 입성을 이뤄낸 베스파를 손꼽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5월 설립된 베스파는 개발진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RPG 장르를 기반으로 ‘킹스레이드’를 제작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일본·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I·P로 키워냈다. 특히 놀라운 실적 상승세를 써내려간 베스파는 지난해 12월 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슈퍼콜로니와 코쿤게임즈라는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국내 중소게임사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했다.
 

▲ ‘킹스레이드’의 글로벌 흥행을 발판 삼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베스파는 중소게임사 성장의 좋은 사례다
▲ ‘킹스레이드’의 글로벌 흥행을 발판 삼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베스파는 중소게임사 성장의 좋은 사례다

이와 함께 ‘데스티니 차일드’를 선보인 시프트업과 ‘에픽세븐’을 탄생시킨 슈퍼크리에이티브, ‘로드오브다이스’의 성공을 이끈 엔젤게임즈도 눈길을 끈다. 시프트업은 독창적인 아트와 세계관을 지닌 ‘데스티니 차일드’로 개발력을 인정받아 라인게임즈, 위메이드, 카카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엔젤게임즈는 ‘로드오브다이스’의 성과를 발판으로 차기작 ‘히어로 칸타레’까지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슈퍼크리에이티브와 데이세븐 역시 데뷔작 ‘에픽세븐’의 흥행과 스토리게임 장르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각각 스마일게이트와 컴투스 사단에 합류했다.
이외에도 인기 온라인게임 ‘클로저스’와 ‘소울워커’의 개발사인 나딕게임즈와 라이언게임즈, ‘별이되어라!’와 ‘드래곤 블레이즈’로 국내외 시장에서 실력 검증을 마친 플린트, 올 초 구글 매출 6위 등극으로 주목 받은 ‘라스트 오리진’의 개발사인 스마트조이 역시 중소 게임사의 맹활약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이다.

독자영역 구축 ‘핵심’
이들의 성공 사례에서 보이는 공통 키워드는 ‘독자 I·P’다. 원작의 높은 인지도와 강렬한 향수를 내세운 인기 온라인게임들의 귀환이 상당한 성공을 이루는 시점에서 새로운 게임 I·P로 맞서는 시도는 어쩌면 무모할 수도 있는 전략이다. 실제로 ‘리니지M’을 비롯해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로한M’, ‘검은사막 모바일’ 등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I·P 기반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형성하고, 기존 인기 온라인게임 역시 리마스터 업데이트나 클래식 서버 오픈 등으로 재차 높은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중소게임사들은 기존 I·P들이 침범할 수 없는 니치마켓 공략에 총력을 다 했다. 이에 따라 높은 구매력을 지닌 마니아들이 중심인 서브컬쳐 장르나 잠재고객인 여성들을 게임 시장으로 이끈 스토리게임 장르 등에서 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 뛰어난 캐릭터와 세계관을 핵심으로 선보이고, 세밀한 운영능력을 선보여 확고한 팬덤을 구축하는 전략이 주요했다
▲ 뛰어난 캐릭터와 세계관을 핵심으로 선보이고, 세밀한 운영능력을 선보여 확고한 팬덤을 구축하는 전략이 주요했다

우선 해당 게임사들은 독특한 배경 설정을 지닌 세계관과 미려한 일러스트로 제작된 캐릭터 등 유저들의 수집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들을 강조했다. 실제로 ‘킹스레이드’나 ‘에픽세븐’, ‘데스티니 차일드’, ‘로드오브다이스’, ‘라스트 오리진’ 모두 수집형 RPG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뛰어난 캐릭터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데이세븐의 스토리게임 장르 역시 공략하고 싶은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자사의 개발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게임을 넘어 OSMU(원소스멀티유즈) 도전이 가능한 팬덤을 구축하겠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게임사의 운영능력 역시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큰 마니아들이 주요 고객층을 이루고 있는 만큼, 한층 더 세심한 소통과 솔직담백한 대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반면, 공감대 형성에 실패할 경우 대규모 유저 이탈과 매출 하락이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례로 ‘킹스레이드’는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12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며,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과 다양한 오프라인 프로모션, 현지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는 밀착 운영 전략이 더해져 해외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다. ‘라스트 오리진’ 역시 서버 과부화 문제로 출시가 한 달 가량 미뤄졌으나, 적극적인 초반 대응과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가 맞물리며 검열 악재 속에서도 매출 상위권 유지에 성공한 바 있다.

안정적 생존기반 ‘필요’
독자 I·P 성공사례를 써내려갈 후발주자들의 행보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탄막게임부터 방치형 RPG, 모바일 RPG로 세계관을 계승하고 있는 블루스카이게임즈의 ‘루티에’ 시리즈나 글로벌 누적 매출 1,000만 달러(한화 약 121억 5,000만 원)를 넘어선 체리츠의 ‘수상한 메신저’, 글로벌 힐링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버프스튜디오의 ‘마이 오아시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부터 명확한 타깃 설정, 장르적 차별화 등 중소게임사들의 성공방정식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뛰어난 독자 I·P가 무조건 시장에서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중소게임사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개발비 부족이나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장 출시 이후에도 마케팅 및 운영능력의 한계로,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인 생존환경 조성과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세운 명확한 액션플랜이 중소게임사의 독자 I·P 탄생을 이끈다
▲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인 생존환경 조성과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세운 명확한 액션플랜이 중소게임사의 독자 I·P 탄생을 이끈다

이에 따라 중소게임사들은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소한의 생존이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해지고 양질의 신규 I·P들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를 활성화하거나 구글과 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하는 ‘창구 프로그램’의 범위 확대, 프로젝트 특성별 정부 지원사업 실시가 일종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중소게임사들이 경쟁이 치열한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각 기업이 목표를 둔 시장 공략에 필요한 글로벌 마케팅 노하우를 공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독자 I·P라는 확실한 무기를 갖기 위해서는 게임사 구성원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개발 초기부터 세계관과 스토리, 캐릭터 등 뚜렷한 게임 콘셉트를 설정하고, 출시 전 자금계획이나 국내외 매출 확보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놓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많은 난관 속에서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한다는 조언이다.
중소게임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새로운 인재들을 발굴해내는 게임산업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다. 이에 거대한 위기를 직면한 국내 게임업계가 탄탄한 내공을 지닌 대형게임사들의 선전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춘 중소게임사들의 약진을 통해 ‘게임강국 재도약’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