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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신흥 게임시장 MENA ‘주목’

젊은 인구비율 대비 높은 구매력 ‘눈길’ … PC·모바일·콘솔 등 플랫폼 선호 ‘다양’
‘배틀그라운드’ 등 국산게임 인기 ‘검증’ … 이슬람 문화, 지역적 특색 고려 ‘관건’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20.02.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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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1호 기사]

중국 판호발급 재개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신흥 게임시장을 찾아나선 국내 게임업계의 발길이 MENA(중동·북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몇 년간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엠게임의 ‘나이트 온라인’ 등 국산 게임업계가 MENA 시장에서 성공적인 시장 안착 사례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PC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 외에도 국산게임의 불모지로 평가받는 콘솔, 차세대 게임 시장으로 기대되는 VR(가상현실) 역시 현지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MENA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게임사들은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를 현지 진출의 핵심 요소로 지목했다. 언어나 종교는 기본이고, 각 국가나 지역마다 개방성·선호도의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실내 여가 생활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라마단’ 기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주요 국가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e스포츠 산업으로의 영역 확장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 대비 20~30대가 많고, 이들의 구매력이 높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노려볼 수 있다”며, “‘카운터 스트라이크(CS:GO)’나 ‘리그 오브 레전드(LoL)’ 등 글로벌 인기 e스포츠 게임들이 연달아 MENA에 뛰어드는 만큼, 관련 노하우를 지닌 국내 게임업계와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국내외 게임사들이 MENA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고 수준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북미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MENA 게임시장은 전년 대비 10.8% 성장한 48억 달러(한화 약 5조 6,813억 원) 규모로,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오는 2022년까지 68억 달러(약 8조 553억 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가속도 붙은 성장
MENA 시장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포함한 모바일게임이다. 실제로 2019년 말 기준 모바일게임 시장은 27억 5,700만 달러(약 3조 2,670억 원)로, 전체 게임시장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통신 인프라 개선에 따른 미디어 사용패턴의 변화로, 현지 인구 1/4에 해당하는 15세에서 25세 사이 젊은 층에서 게임 앱 선호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비슷한 조건을 지닌 동남아 지역과 달리, MENA 시장이 지닌 진정한 강점은 바로 높은 구매력에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위클리 글로벌 151호’에 따르면, MENA 지역의 ARPU(이용자당 평균매출)은 181 달러(약 21만 4,500원)로, 중국이나 동남아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또한 51%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이란 등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유료 앱 구매 비율이 높았으며, 국산게임 BM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앱 구매와 최근 활용도가 크게 증가한 인앱 광고영상 시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는 현지 시장 안착에 성공한다면 타 지역보다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 빠른 스마트폰 보급률과 통신 인프라 발달, 젊은 층의 높은 인구 비율, 1인당 평균 결제금액 상승 등으로 MENA 지역 게임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 빠른 스마트폰 보급률과 통신 인프라 발달, 젊은 층의 높은 인구 비율, 1인당 평균 결제금액 상승 등으로 MENA 지역 게임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한류 접점 확대 ‘기대’
특히 MENA 지역을 강타한 한류와 e스포츠 열풍은 현지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과거 K-드라마를 시작으로 K-예능, K-팝, K-뷰티 등 MENA 지역에서 한류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과거 엠게임의 ‘나이트 온라인’부터 펄어비스 ‘검은사막’, 펍지주식회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K-게임의 위상도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최고 인기 게임으로 떠올랐으며,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에픽세븐’이나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도 모바일 시장에 안착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달콤소프트의 ‘슈퍼스타’ 시리즈나 넷마블의 ‘BTS월드’ 등 한류 I·P를 활용한 게임이나,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M’처럼 기존 인기작의 모바일 이식 가능성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현지 e스포츠 시장의 발전 속도도 상당히 빠른 수준이다. 뉴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MENA 지역 e스포츠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27% 증가로 10억 달러(약 1조 1,847억 원)를 처음 넘어섰다. 더불어 펍지주식회사가 ‘2019 PUBG 모바일 스타 챌린지(PMSC)’를 지난해 말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개최하고, 라이엇 게임즈도 2020년 프리시즌부터 ‘LoL’ 북미·유럽 서버의 아랍어 지원을 실시하는 등 글로벌 게임사들의 시장 선점 움직임도 발 빠르게 시작됐다. 여기에 두바이 정부의 e스포츠 전용구장 ‘두바이 X-스타디움’ 건립 추진과 W 벤처스의 MENA e스포츠 생태계 구축을 위한 5,000만 달러(약 592억 원) 투자 등 정부와 민간 차원의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도 걸렸다. 이에 따라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e스포츠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만큼, 다년간의 노하우를 보유한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인프라 확충에 힘쓰는 MENA 시장과의 협업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 K-드라마와 K-팝 등 한류의 영향력과 펍지주식회사나 라이엇 게임즈 등 글로벌 e스포츠 대회 개최로 국내 게임업계의 노하우 활용이 용이해졌다
▲ K-드라마와 K-팝 등 한류의 영향력과 펍지주식회사나 라이엇 게임즈 등 글로벌 e스포츠 대회 개최로 국내 게임업계의 노하우 활용이 용이해졌다

문화적 이해도 ‘첫 과제’
이처럼 매력적인 잠재력을 지닌 MENA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실제로 중국 개발사 ONEMT의 ‘리벤지 오브 술탄’은 언어부터 U·I, 세계관, 그래픽까지 아랍 지역을 타깃으로 한 전략게임으로, 외산게임임에도 현지 시장에서 높은 다운로드와 매출을 기록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서비스 확장에 성공한 바 있다.
먼저 MENA 지역 유저들에게 접근성을 높이려면, 아랍어 기반의 로컬라이징(현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비교적 외국과의 교류가 잦고 소득수준이 높은 걸프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구가 아랍어만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온라인 콘텐츠의 3% 미만, 애플 앱스토어 내 콘텐츠의 1% 미만이 아랍어를 지원한다. 즉, 수많은 외산 콘텐츠들 사이에서 아랍어 번역만으로도 상당한 차별화를 노려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아랍어 특성과 좌우로 길게 늘어지는 폰트 디자인에 맞춰 U·I를 재배치하는 시도가 첫 단추다. 실제 서비스를 위해서는 세밀한 작업을 필요한 만큼, 번역과 현지화, 마케팅 등 전반적인 개발 및 서비스 단계에서 중동 퍼블리셔와의 협업이 효과적이다.
특히 이슬람교에서 약 한 달간 금식을 행하는 기간인 ‘라마단’은 신규 이용자 확보를 위한 최적의 시점으로 평가된다. 근무 시간 단축과 야외 활동 자제로 인해 영화, TV, 게임 등 실내 여가활동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이슬람 전통을 상징하는 콘텐츠와 이미지로 트위터, 유튜브 등 SNS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 평소보다 높은 UA(이용자 유입)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이슬람 문화권에서 익숙한 언어와 비주얼, 세계관, 캐릭터를 내세운 ‘리벤지 오브 벤텀’은 MENA 시장 흥행을 발판삼아 글로벌 서비스 확장에 성공했다
▲ 이슬람 문화권에서 익숙한 언어와 비주얼, 세계관, 캐릭터를 내세운 ‘리벤지 오브 벤텀’은 MENA 시장 흥행을 발판삼아 글로벌 서비스 확장에 성공했다

다각도 접근전략 ‘관건’
다만 이슬람 문화 이해도는 충분조건일 뿐, MENA 시장 진출의 필요조건은 지역별 맞춤형 진출전략 수립이다.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공통점은 존재하나, 국가나 지역에 따라 선호 플랫폼 및 장르부터 선호 콘텐츠, 소득수준, 평균 구매금액, 주요 이용자층, 평균 이용시간, 문화적 허용기준 등 상당히 파편화된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현지 서비스를 진행해본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 선호도 기준을 파악하고, 자사 게임에 적합한 진출 국가를 선택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FPS와 스포츠 장르의 인기가 높으며, 그 중에서도 격렬한 드리프트가 가능한 레이싱 게임에 열광한다. 이를 바탕으로 타마템이 출시한 ‘셰이크 더 메탈’은 수많은 유저들이 유튜브에 게임영상을 올리는 등 높은 인기 속에 수백만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국가마다 다른 콘텐츠 규제를 무조건 고려해야 한다. 지나친 폭력성과 선정성, 국가나 종교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현지 진출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GTA’나 ‘콜오브듀티 4: 모던 워페어’는 폭력성과 선정성 기준에 따라 UAE 서비스 금지목록에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해당 규제는 PC와 콘솔, 모바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현지화 과정에서부터 치밀하게 진출 희망 국가의 규제 기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다양한 퍼블리셔들이 위치한 요르단이나 뛰어난 인프라와 유연한 규제를 갖춘 바레인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콘텐츠 현지화와 흥행 가능성 검증을 미리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중국 판호발급 가능성이 다시 미궁으로 빠진 가운데, 2020년에도 국내 게임업계의 신흥시장 개척 행보는 다시 시작됐다. 동남아와 일본, 북미·유럽, 중남미 등 세계 전역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MENA 시장에서 또 한 번의 성공사례를 써내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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