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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플레이, 순위 오류 논란 … 깜깜이 운영에 갑질까지

고객사들 피해 지적에도 ‘묵묵부답’ … 플랫폼사 독주 막을 제도개선 시급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0.02.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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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71호 기사]

MS에 이어 구글이 새로운 ‘악의 제국’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폐쇄적인 행태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나몰라라식 운영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초 발생한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오류가 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수 차례 같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구글 측은 게임사들에게 단 한 번도 별도의 안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국내 게임사들은 보복성 조치가 두려워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사들에게 ‘갑질’을 행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사인 만큼, 국내 최대 게임사들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독과점의 폐해를 방지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구글이나 애플 등 앱마켓 플랫폼사들을 제어할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오류는 지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던 이슈였다. 이런 현상이 한두 번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은 처음에는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이같은 태도를 보인 업체들도, 그 이면에는 말하지 못하는 답답한 속내가 숨어 있었다.

커져가는 불만
현재 국내 게임 매출순위는 고착화가 상당히 진행돼있는 것이 사실이다. 톱10 게임이 밀려나는 경우는 잘 없다. 30위권 정도까지 범위를 확대해 봐도 거의 보던 게임들이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때문에 중견급 업체 정도만 되더라도 매출순위 오류가 가져오는 실질적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영건’들을 비롯해 마케팅에 큰 자금을 쏟기 어려운 중소 게임사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순위 등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마케팅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중 가장 많은 40%의 응답자가 게임 정보 접촉 경로로 앱마켓 게임 순위를 꼽았다. 매출 순위나 인기 차트 등이 하나의 마케팅 창구로 작용하는 셈이다.
 

▲ 에픽게임즈의 경우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면서 구글플레이를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이 ‘탈 구글’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에픽게임즈의 경우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면서 구글플레이를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이 ‘탈 구글’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초 발생한 오류의 경우 통상적으로 20~30위권 내에서 자주 발생하던 기존 사례들과 달리 50위권까지로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모바일게임 이용시간이 가장 많은 주말에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피해는 더욱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글 측이 의도적으로 매출순위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된다. 과거 유사 사례들을 살펴보면, 정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상위권 일부 게임들을 차트에서 내렸던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실증적인 근거가 없는 음모론이라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구글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소통’
그럼에도 구글 측의 태도는 ‘무대응’이다. 지금까지 해당 오류와 관련해 구글 측으로부터 별도의 안내를 받은 게임사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구글 측에 문의한 게임사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이들 모두 ‘확인 중’이라는 답변 외엔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문제의 핵심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오류 자체가 아닌,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구글 측의 불투명한 운영 태도가 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애플은 담당자와의 연락이 힘들고, 구글은 ‘확인 중’이라는 내용이 가장 잘 받은 답변일 정도로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며 “이같은 일이 생겨도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순위산정이나 피처드 선정 등의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돼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타 스토어의 경우 이런 부분이 입점사에 투명하게 고지돼 있는데, 구글 측의 산정 방식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건수는 실시간으로 반영되지만, 인기차트나 매출순위 등은 그때그때 잡히지 않고 집계에 수 일이 소요된다. 산정 기간이나 조건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지표가 순위에 빠르게 반영되기에 산정 기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애플 앱스토어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 지난 2018년 구글은 타 스토어에 게임 출시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 지난 2018년 구글은 타 스토어에 게임 출시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순위조작설이 제기되는 이유로 이 점이 꼽히는데, 산정 기준이 공개돼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이를 슬쩍 바꾸더라도 의도적 변경인지 버그인지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글 피처드 역시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들에겐 중요한 부분이지만, 어떤 기준으로 이를 선정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려는 모양새다. 그 어떤 업체에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꺼려했다. 구글 피처드 선정 등 플랫폼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국내 앱마켓 시장은 구글과 애플 양사의 독과점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게임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독점적 지위 악용 우려
이같은 게임사들의 불안을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구글코리아는 엔씨소프트 ‘리니지M’과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 대작을 원스토어에 출시하지 못하도록 게임사들을 압박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부터 중소 게임사들 사이에서는 구글의 압박이 두려워 원스토어 출시 여부를 고심했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같은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올해 1분기 내에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공정위 측은 조치 여부나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구글을 비롯한 앱마켓 사업자들의 갑질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출처 = 박선숙 의원 블로그)
▲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구글을 비롯한 앱마켓 사업자들의 갑질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출처 = 박선숙 의원 블로그)

독과점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 모두 국내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지난 2월 11일 앱마켓 이용자 보호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을 살펴보면,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에 속했던 앱마켓 운영 기업을 ‘앱마켓 사업자’로 명시했다. 이와 함께 불법정보 포함 콘텐츠 등재, 타 앱마켓 등록 방해, 부당한 앱 심사 지연, 환불액 부담 전가, 부당 계약 강요 등을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실태점검을 통해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한국에 사업장이 없는 경우엔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없앴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둔데다 정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20대 국회 임기 내에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구글은 국내 앱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사실상의 독점 플랫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모바일산업협회가 발표한 ‘2018년 모바일 콘텐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플레이는 국내에서 6조 1,408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국내 앱마켓 총 매출액의 63.4%에 달한다. 이같은 거대 기업의 독선적 운영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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