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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와 X를 뒤바꾼 소니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0.10.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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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윈도우에서 마우스 왼쪽 버튼과 오른쪽 버튼 기능이 바뀐다. 윈도우 제작사에서 결정한 일이다. 이제 더블클릭을 하려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두 번 눌러야 한다. 팝업 메뉴를 띄우려면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러야 한다. 정책이 바뀌자 유저들은 당황한다. 수십년동안 이어저 내려온 습관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이야기지만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 났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는 자사가 발매하는 플레이스테이션5에서 버튼 기능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플레이스테이션은 25년 동안 O버튼을 누르면 선택을, X버튼을 누르면 취소하는 기능을 고집했다. 26년차 되는 해에 X버튼을 선택으로, O버튼을 취소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X버튼을 선택으로, O버튼을 취소로 쓰는 경향이 있어 이에 맞추고자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글로벌 시장’이란 주로 서구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구권에서는 주로 선택을 할 때 ‘체크 박스’에 체크를 하는 문화가 있는데, X가 체크 표시와 닮았고 O버튼은 체크가 안된 상태란 해석이다. 실제로 Xbox의 경우 X버튼이 선택, O버튼을 취소로 사용한다. 이를 쫓아 플레이스테이션5에서도 조작법을 통일한다는 이야기다. 이로서 25년동안 O버튼으로 선택을 해온 유저들은 난데 없이 날벼락을 맞이한다. 

불편을 겪을 유저 숫자도 적지 않다. 플레이스테이션2 기준으로 전체 판매량은 약 1억 5천대를 넘어 선다. 한 가정당 1대 게임기를 놓는다고 보면 많게는 6억 명이 플레이스테이션 유저다. 

결국 SIE는 6억 명이 넘는 유저들이 불편을 겪는 부분 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응’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즉, 다년간 플레이스테이션을 써온 유저들은 안중에 없고, 서구권에서 더 많은 유저들을 모으는 부분을 더 중요시 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버튼위치가 바뀌는 일쯤이야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고, 습관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팬들을 무시하면서 발생하는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공들여 설득하고 서서히 바꿔 나가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하겠다’고 발표하는 일을 계속 하다 보면 팬들은 등을 돌리고 떠날 것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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