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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게임산업 헛다리규제에 ‘깊은 한숨’

  • 박병록 기자 abyss@khan.kr
  • 입력 2009.10.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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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감 단골 메뉴 ‘사행성’으로 게임 산업 이미지 악화 … 업계 현실 무시한 시기성 정책 입안에 업계 눈살


2009년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게임 산업은 국민을 병들게 하는 ‘악(惡)’으로 비춰졌다.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행성’과 ‘과몰입’이 국감의 주류를 이뤘고, 작년 ‘셧다운제’에 이어 올해도 규제 법안인 ‘간접충전 금지법’이 발의됐다.


업계는 게임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자정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2009년 가을 게임의 이미지는 한층 더 나빠진 느낌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발전적인 비판은 없고, 헛다리 짚기만 가득했던 2009 국감을 돌아본다.


2009 국감 최대 이슈는 ‘간접충전 금지’ 법안이다.


이경재 의원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한게임 등 인터넷 게임 포털들이 ‘고스톱’, ‘포커’등에서 제공하는 사이버머니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간접충전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게임포털의 사이버머니 제공으로 게임포털의 도박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도박성은 간접충전 때문이 아니라, 불법 환전상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간접충전은 고스톱, 포커 등의 웹보드 게임 뿐만 아니라 FPS, 스포츠, RPG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는 수익모델이다. 때문에, 간접충전을 규제하는 것은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과잉입법의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 상황 무시한 헛다리 짚기]
게임포털의 간접충전을 통한 사행성 조장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 한게임의 경우 고·포류 게임 이용자의 94%는 무료로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유료 이용자 중 42%가 아바타를 구매하고 있으며, 아바타 구매자의 3%만이 10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전체 고포류 이용자중 3%가 간접충전을 통해 사이버머니를 사용하고 있으며, 0.07%의 이용자만이 10만원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주요 MMORPG 장르보다도 낮은 객단가를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간접충전이 오히려 고·포류의 사행성을 야기하는 불법 환전상을 억제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02년 이전에 800여 곳에 달하던 불법 환전상들이 간접충전이 실시된 2002년 이후 100여 곳으로 급감했다. 이는, 게임 포털이 가격대비 낮은 가격에 사이버머니를 제공해, 환전상들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간접충전을 금지하는 법안의 입안으로 다시금 불법 환전상들이 활개치고 있는 것이 반증으로 나타난다. 사이버머니 불법 거래로 월 2~3억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처벌은 벌금형으로 경미하기 때문이다. 불법 환전상들이 다시 난립하게 되면 ‘사행성’ 이슈를 넘어 외화의 해외 유출, 사기와 계정 도용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부작용이 예상되는 간접 충전 금지보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사이버머니 거래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 ‘사행성’을 억제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 이경재 의원


[중국의 저작권 침해 지적은 긍정적]
정치권의 헛다리 짚기에 업계가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발전적인 비판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 국감에서 “중국의 산자이(중국의 짝퉁 상품)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부는 민간기업간 분쟁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힘들다며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2005년 약 48억 위안에서 2009년 311억 위안(약 5조4,000억 원)으로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 또 2008년 국내 게임의 해외수출 국가별 비중을 보더라도 중국은 전체 수출의 26.7%를 차지하는 등 최대의 수출 대상국이다.


하지만, 산자이 게임의 범람으로 2000년대 초 70%에 육박했던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한때 20%대로 떨어졌지만, 중국 게임의 점유율은 56.8%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지로 수출함에 따라 2차 손실마저 발생한다. 그러나 업계의 개별 대응이나 타협 외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현지 정부로부터 허가증(판호)을 받아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소송을 할 경우 허가증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 정병국 의원


정병국 의원의 지적에 한콘진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과 확보된 채널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며, “중국에서 국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웅 원장은 국감에서 최근 중국 체결한 양해각서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콘텐츠 분야에 있어 양국의 민간이 중심이 돼 원활하게 교류하도록 두 기관이 지원하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 진출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게 됐다. 양 기관은 애니메이션, 게임, 공연 등 분야를 시작으로 상호 협력할 장르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또 ‘한중문화산업 협력 TF’를 구성, 별도 협의를 거쳐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중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원활하게 판호를 받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자이란?]
산자이는 산적들의 소굴을 뜻하는 말로, 중국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모조품(模造品) 문화로 중국산 가짜 모조제품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자제품, 자동차, 과자, 라면 등 거의 모든 제품을 복제하고 있다.


[업계와 상생하는 정책이 요구]
2008년 등장한 ‘셧다운제’는 흐지부지 사라졌지만, 업계의 노력은 이어졌다. 기능성 게임을 강조해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한편, ‘그린게임캠페인’, ‘고·포류 사용시간 제한’ 등으로 역기능 최소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고·포류 사용시간 제한’, ‘계정당 충전 한도’ 등으로 최초 입안된 ‘셧다운제’ 보다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업계 스스로 실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이 이번 국감에 우려를 나타낸 것은 업계의 자정노력을 정치권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A 게임포털 담당자는 “매번 이런식으로 업계의 자정노력이 무시된 규제 법안이 발의된다면, 굳이 먼저 손해를 감수하면서 움직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규제에 따라서, 최소한의 것만 지켜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 2009 국정 감사 정경


게임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문제다. 게임은 콘텐츠 산업으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산업 구성 요소다. 따라서, 향후 부정적인 산업 인식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의 업계 진입이 사라진다면, 산업 발전에 치명적이다. 또, 게임에 대한 이같은 인식 때문에 저변 확대에도 부정적이다.


2009년 국감이후 업계의 자정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것이고, 순기능은 강조되고 역기능은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고, 2010년 국감에 숨죽일 것이다.


정치권의 시기성 정책보다, 업계와 함께 고민하는 발전적인 비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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