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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개발 난관 한국어 수집했더니 ‘욕쟁이 봇’탄생?!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2.09 13:56
  • 수정 2022.0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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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어떨까. 대다수 유저들은 인간 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NPC들을 꿈꾼다. 가상의 친구나 가족, 연인, 동료 등이 돼 주면서 새로운 몰입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디지털 휴먼들이 등장하면서 기대치가 점차 올라가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이들이 난관에 봉착해 생각보다 개발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확인 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자연어 처리 기술’을 꼽는다. 한국어를 기준으로 단어와 문장을 습득하고 뜻을 ‘이해’하는 것 처럼 만드는 것 까지는 가능한데 실제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학습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인공지능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글을 쓸 때는 일상 언어와 다른 패턴으로 글을 쓴다"라며 "이를 학습시켜 놓으면 어색한 표현들로 이뤄진 문장들이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존재하지 않는 단어들을 창조해 엉뚱한 줄임말들을 쓰는 것과 같은 문제들이 대두된다고 이 전문가는 설명했다. 이 같이 문제가 발생하는 언어들을 제외하고 학습시키면 한정적인 단어만 구사하는 로봇이 나와 현저히 성능이 떨어져서 존재 의의가 없고, 반대로 자유롭게 길을 열어 두면 종래에는 엉뚱한 단어로만 대화하는 로봇이 탄생한다는 후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양질의 학습데이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주로 뉴스 앵커들의 발언을 활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문제는 이를 게임에 도입할 때다. 게임 단어를 전혀 학습하지 못한 인공지능이 엉뚱한 이야기만 쏟아 내며, 친구가 아니라 앵커처럼 대화한다면 게임 내 도입은 극히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 대학 교수는 이미 서비스가 종료된 한 게임 내 채팅 기록을 근간으로 인공지능 제작을 시도한 전례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관련 채팅기록을 기반으로 학습을 시키고 인공지능을 완성하자 그럴듯한 게임 내 NPC가 탄생했다고 한다. 이 NPC는 크게 3가지 특징이 있는데, 문장이 짧고 전후 사정이 명확하지 않아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단어 중 대다수에 욕설이 포함돼 있는 문제가 발견됐다. 굉장히 드문 확률로 대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몇 문장 만에 시비를 걸기 시작해 욕설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설사 라이브 서비스가 시작되더라도 처리 속도가 느려 답답해 하는 유저들이 많을 것”이라며 “실제 게임에서 구동해 보면 다수 유저들이 욕설을 학습시키는 용도로 활용해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한 NPC도입에 회의적이다. 대체로 현재 게임에서 NPC들은 퀘스트를 주는 것과 같은 형태나 물건을 사고 파는 형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현재 유저들은 주어진 텍스트들도 대체로 읽지 않는 편으로 텍스트만으로는 흥미를 주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처음 몇 시간은 관심을 갖고 대화할 수 있겠으나 몇 시간 지나면 권태와 실증을 느껴 쳐다보지 않는 콘텐츠가 될 확률이 높다"며 "개발비 대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분야로 일부 캐릭터성을 담보로한 미소녀 캐릭터와 의상 판매 수익모델 등 소수 분야에서만 사용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이 같은 내용들은 모두 사석에서 나온 이야기다 . 개인적으로는 각자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면서 푸념하는 이야기란 인상이 짙었다. 이들의 연구가 돌파구를 찾는 다면 새 시대를 열 것이 틀림이 없다.

MMORPG를 처음 선보인 오리진(OSI)는 ‘울티마 온라인’을 선보이면서 ‘우리가 세상을 창조한다(We create world)’라고 슬로건을 밝혔다. 이에 영감을 얻어 수 많은 게임사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선보였다. 점점 더 현실에 가까운, 점점 더 실제 있을법한 세계들이 완성돼 간다. 세계가 탄생하고 25년,  우리는 세계 속에서 살아 숨쉬면서 거주할 존재들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25년 뒤 바통을 이어 받을 후대에게 적어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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