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업계 첫 정년 퇴임식과 100세 시대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2.02.14 16:06
  • 수정 2022.02.14 16:0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게임업계 첫 정년 퇴임식이 진행됐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서버를 만들어 온 프로그래머 백영진씨가 주인공이다. 약 17년간 ‘던전앤파이터’의 서버를 개발한 그의 사례는 대다수 게임 제작 인력이 정년이 되기 전 퇴사하거나, 권고사직 당하는 현재의 게임업계 노동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게임 제작 인력들이 정년 퇴임식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고용 산업으로서 게임 산업이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평균 기대수명이 80세가 넘는 요즘 시대를 고려하면 앞으로 20년의 기대 여명이 남아있는 그의 앞날은 조금 안타깝다.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면, 프로그래머로서 아직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심과 미처 마치지 못한 업데이트 계획, 아들 또래의 후배들에 대해 해주고 싶은 조언과 애정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는 아직 현역으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이제 회사에는 그의 자리가 없다.

국내 많은 제작사가 소위 대박 게임으로 인생역전을 꿈꾸고 있다. 그런 제작사의 경우 제작 중인 게임이 실패하면 다음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결국 망하는 회사가 된다. 물론 필자가 업으로 하는 투자 업무는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하는 것이며, 제작사의 인생역전을 응원하는 직업이다. 당연히 프로젝트의 실패를 고려하여 투자를 진행하며, 투자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작사에 일하는 제작진의 고용 안정은 다른 문제이다. 고용이 불안한 회사에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고용불안을 극복하고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제작진에게 돌아오는 것은 안정적인 급여와 약간의 인센티브인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해외 게임 제작사 대표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해당 대표와 그의 제작진들이 가진 목표는 안정적인 고정비 확보를 할 수 있는 매출이었다. 안정적인 급여가 확보된 이후의 목표는 같이 고생하고 있는 제작진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으며, 따라서 투자 유치의 계획도 없다고 했다. 물론 이 제작사의 사례를 일반적인 해외 제작사의 사례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해외 게임 제작진들이 국내 제작진보다 훨씬 즐겁게 일한다는 것은 사실일 것 같다. 6명으로 이루어진 그 회사의 창업자와 그의 팀원들은 전부 50세 이상으로 구성돼  있었다. 지금 제작하는 게임이 성공하지 못하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는 것과 월급만큼만 벌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지막은 치킨집이라는 이야기는 직장인들 사이의 흔한 농담이다. 세상은 점점 변해가고 있으며, 50세에 치킨집을 시작하면 50년을 치킨집 해야 하는 100세 시대로 가고 있다. 이제 치킨집도 너무 많아 치킨집 시작하기도 만만하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해외 게임 제작사처럼 소수의 인원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매출을 목표로 안정 지향적인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도 많이 생기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트랜드로 무장한 많은 제작비가 필요한 게임이 아니라 작지만, 안정적인 작은 재미에 충실한 게임 제작도 가능하다. 이런 게임은 젊고 빠른 제작진보다 경험 많고 꼼꼼한 제작진에게 더 적합하다. 백영진씨처럼 아직 현역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고, 후배들에게 많은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제작진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몇 년이 지난 후 필자가 이런 회사를 창업 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50대가 멀지 않았다.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